"동그랗게 소리들이 모였다가 / 다시 궁금해 밀려난 물결들 / 각석에 들고 있다 / 거기 오래 머문 검은 그늘들 줄 지어 / 둥글게 원을 그리며 우묵한 홈통을 이루고 있다 / 천년을 표백 저장된 목소리를 물고 날아온 / 토함의 새들 / 염천炎天을 건넌 붉은 발이 젖고 / 그 아래로 파랑쥐치 떼 / 물살 가르며 / 왕릉을 찌르며 몰려들고 / 손사래 치며 몰려갔던 아낙들 / 찰칵 찰칵 세월을 기록하는 감포 / 뭐 할라고 가을은 / 다시 와서 저리 / 난간 위의 난간으로 머무는가." (가을, 감포바다 전문)

김인수 시인이 세 번째 시집 '지상에서 가장 먼 것들'을 펴 냈다.
총 4부로 구성된 이번 시집은 전반부와 중반부에는 바다와 계절적 시간으로, 후반부에는 시인의 불교 제재의 시들이 밀도 있게 배치돼 있다.
바다는 시인이 거주하고 있는 인근 생활환경과 관련이 깊은 소재다.
바다 관련 시편들에서 파도의 움직임과 바닷가 지형, 주변을 섬세하게 묘사하는 능력을 보여주고 있다.
또 절 이름을 제목으로 가져오거나 일상 생활경험을 시로 진술하면서 불교 용어를 적절하게 활용해 사찰의 정취를 묘사하거나 시의 깊이를 더하고 있다.

김 시인은 2009년 '아람문학' 신인문학상으로 등단했다. '분홍바다', '푸른 벼랑' 등 2권의 시집을 낸 바 있다.
126쪽. 신생. 9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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