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한· 김광희 교수 초청, 지열발전 지진전문가 간담회

▲ 지열발전 후속관리 방안을 위한 전문가 초청 간담회가 18일 한동대에서 열렸다. 사진은 (왼쪽부터) 김광희 부산대 교수, 이진한 고려대 교수, 장순흥 한동대 총장.
이진한 고려대 교수 “무형의 압력에 시달렸다”윤리위 조사까지 받아
현재 미소지진 없다, 단 5800톤 주입된 물 지속적 모니터링 필요


포항지진의 원인은 한국지질자원연구원에 책임이 있다는 목소리가 나와 관심을 끌고 있다.

이같은 목소리는 10일 포항 한동대에서 열린 포항지진을 촉발한 ‘지열발전 후속관리 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전문가 초청 간담회에서 나왔다.

이 자리에서 토론에 참석한 이진한 고려대학교 교수는 포항지진의 원인에는 지질을 연구해 넥스지오 지열발전 업체를 끌어들인 지질자원연구원에 있다며 책임 있는 국가기관에서 촉발지진에 대한 사과가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토론에는 지열발전이 포항지진을 초래했다고 가장 먼저 밝혀낸 이 교수를 비롯해 김광희 부산대 교수가 참석했다. 또 장순흥 한동대 총장이 토론에 참석해 인사말을 전했고, 정상모 공동연구단장(한동대 교수)이 이날 토론의 진행을 맡았다.

장 총장은 토론 인사말에서 “지열발전 유발지진을 발표한 논문으로 이진한, 김광희 교수가 여러 가지 압박을 당했다. 그럼에도 지열발전이 유발지진으로 발표해 준 이진한, 김광희 교수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다. 김 교수는 2017년 4월 15일 3.1 지진이 발생한 사실을 알게 됐고, 진앙 근처에 같은 해 지진 측정기 8대를 설치했다. 2017년 11월 10일 지진이 일어나기 전 5대를 추가로 설치해 현재 24대가 작동할 수 있게 했다. 이러한 사실이 대중에게 알려져 있지 않지만, 이 교수와 김 교수가 없었으면 유발지진을 밝혀내는데 불가능한 일이었다”고 설명했다.

장 총장은 이어 “이러한 방식으로 얻은 데이터와 이진한 교수가 국제적으로 일을 해서 글로벌 네트워크가 있기에 해외 전문가들이 와서 밝혀줬고, 정확하게 포항 지열발전소에서 이런 지진이 났다는 결론을 얻었다”며 “지진으로 인해 물리적 피해도 컸지만 정신적 트라우마가 심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안전성 확보가 가장 중요하다. 사후관리를 어떻게 할 것인가, 지진 안전에 대해 이 자리를 마련했다. 이 자리를 통해 포항이 더 발전하고 안전한 도시가 될 수 있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토론에 앞서 “이 자리에 불러준 포항시민과 한동대에 감사하다. 1년 반 전 포항지진이 일어날 가능성을 언론에 제기하기까지 많은 고민을 했다. 가능성을 제기해야 옳은가, 어느 정도 과학적인 증거를 가지고 이후 논문으로 하는 게 좋은가 고민했다. 과학자로서 과학적 가능성을 제기하는 게 좋겠다”고 결정했다.
이 교수는 “예상했던 대로 파장은 컸고, 이후 무형의 압력에 시달렸다. 이 사실을 구체화 시켜서 빨리 논문을 내고 싶었다. 일체 언론의 접촉을 피하고 논문에 매진했다. 그 와중에도 압력은 계속됐다. 지난 2월쯤 논문자료가 준비되고 원고가 마련돼 이 사실을 공개든 비공개든 논문에 대한 내용을 말해야 되겠다고 결정했다. 때마침 한동대에서 이 사실을 말해달라고 해서 지난 2월 처음 논문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그리고 3월 논문 제출해서 예상보다 빨리 심사되고 출간이 됐다. 그동안 압박 속에서도 버틸 수 있었던 건 포항시민들이 끝까지 지지를 해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와 김 교수는 유발지진을 밝혀내기까지 모 국회의원이 자료 수집에 도움을 줬기에 가능했다고 털어놨다. 사이언스에 논문 발표를 하고 난 뒤 부산대 김광희 교수는 학교 측으로부터 제재를 당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대는 김 교수에 대해 예비조사와 본조사 과정을 거치지 않고 즉시 본조사를 실시해 윤리위원회를 열어 지열발전소와 관련 있는 사람을 외부심사위원으로 임명했고, 김 교수 측은 법률적으로 대응해야 하는 부담을 느꼈다고 했다.

김 교수는 학술적으로 윤리를 위반한 것은 없지만, 정부와 정치권을 통해 얻은 자료인 물주입자료와 지진발생자료가 원 생산자인 넥스지오와 연관있다는 이유로 경고조치를 당했다고 전했다. 김 교수는 심사위원 구성과 윤리위 절차도 잘못됐다는 이의제기를 했으나 무시됐고 경고조치 역시 지열발전과 연관있는 심사위원이 내린 결론이라고 짐작했다.

이진한 교수는 이같은 김 교수 윤리위 건을 계기로 고려대에도 논문관련 제소가 들어와 예비조사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무혐의로 결론이 났지만 넥스지오에서 학교 측에 서신을 보내 산자부에서 국회의원에게 자료를 제공한 건 맞지만, 해당 자료를 논문으로 내라는 규정은 없다며 윤리위에 또다시 제소해 힘든 시간을 보냈다고 털어놨다.

이 교수는 30년 교수로 재직하면서 학술적으로 윤리에 위반된 적이 한 번도 없는데도 윤리위에 조사를 받게 된 사실이 정말 수치스러웠다. 그런 과정에서도 물주입자료, 지진발생자료를 산자부를 통해서 건네줬고, 논문을 쓸 수 있다는 허가까지 받아 준 정치권에서 받아줘서 부산대와 고려대 윤리위 사건은 무마될 수 있었다며 비공식적으로 도와준 모 국회의원에 고마움을 표했다.

이진한 교수는 이날 의미심장한 말도 남겼다. 그는 “모든 언론 등에서 지진의 모든 책임이 넥스지오라는 회사에 있다고 보고 있다”며 “포항에 지열발전을 결정하고 지반조사를 진행한 건 지질자원연구원이다. 2010년 넥스지오를 끌어들여 실질적인 지열발전 사업을 하게 됐다. 적어도 지열발전 위치를 잘못 선정한 국가기관의 기관장이 사과를 공식적으로 해야 한다. 넥스지오 뒤에 숨어 있는데 좀 의아한 생각이 든다. 더구나 최근에는 국회 간담회에서 ‘백두산 화산폭발이 임박했다’는 근거 없는 발표를 했다”면서 “여러 가지 국가기관에 대한 의구심이 든다”고 일침을 가했다.

그러면서 그는 “앞으로 국가사업 가운데 방사성폐기물 위치 선정 등이 있다. 지질자원연구원이 당연히 참여할 것으로 짐작되는데 지열발전이 왜 잘못됐는지 밝혀야 실수를 반복하지 않는다”며 “그런 게 없이 이 사업에 대한 위치를 선정한다면 그렇지 않아도 경북과 경남이 유력 후보지로 거론되고 있는 마당에 국가기관을 신뢰할 수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또 “지열발전 지진은 넥스지오만큼이나 지질자원연구원에게 책임이 있다며 분명한 사과가 있어야 앞으로 원자력 핵시설이나 지열발전 선정에 있어서 공정하고 정당하게 진행될 수 있다. 안전하게 진행하겠다는 그런 확약이 있어야 국민들이 안심하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지열발전이 왜 잘못됐는지 알아야 하기 때문에 이 문제를 지적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정부 자문단이 결론을 내릴 수 있는 데에는 학술적으로 그 분야 뛰어난 전문가로 구성됐기 때문이다. 넥스지오 자료를 쓸 때 넥스지오 동의 없이는 다른 자료로 쓸 수 없고 논문으로도 발표할 수 없다는 확약서를 썼다. 앞으로 지열발전소 안전성을 예측하고 평가하는데 이 자료들이 반드시 필요하고, 이 자료들이 여러 연구자료와 공유되면서 연구가 진행돼야 제대로 된 안전성 평가와 예측이 가능하다. 해외 자문단 보고서에 나와 있는 물주입량, 시추할 때 암석 조각 등이 지진발생 연구에 증거자료들로 쓰일 수 있다. 이런 자료들로 물리적 화학적 실험을 통해 앞으로 지진 예측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이런 자료들을 자문단 스스로 못하고 학계 이 분야 전문가와 공동연구가 진행돼야 한다”며 “포항시는 이 자료들이 과학적으로 쓰일 수 있게 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광희 교수는 “국내외 조사단이 모호하게 표현하지 않고 포항지진이 촉발지진이라고 표현한데에는 내부에서도 상당히 의견조율에 많은 어려움이 있었을 것 같다”며 “지진피해를 입은 포항지역이 재건되고, 잘못된 인식이 개선되는데 유발지진 연구가 도움이 될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토론 내용 요약>

△3월 20일 정부 조사단 발표 이후에도 자연지진이란 말이 나온다. 정부조사가 불분명하다는데 대해 문제점이 무엇인지, 재검토할 가능성은 있는지

-이진한 교수:자연 재해일 가능성을 제기하는 이유는 진원길이가 6에서 7km 라는 점과 동일본 대지진과 경주지진의 영향으로 응력이 증가해 포항지진이 발생했다는데 있다.

응력 결정은 국내외 조사단 보고서에 기술한 바에 따르면 원래 쌓인 응력, 주변지역 즉 동일본, 경주지진에 의한 응력, 물주입에 의한 응력 등 3가지로 구분된다.

원래 쌓인 응력이 있다고 가정 하에 주변지역에 의한 응력은 물주입에 의한 응력의 100분의 1에서 1000분의 1 수준밖에 안 된다. 물이 투입돼 증가된 응력이 100배 1000배가 크다. 동일본지진과 경주지진은 크게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는 결론이다. 물 주입에 의한 수치와 응력 증가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오해라고 봤다.

일부 학자들이 유발지진에 대해 ‘불분명하다’는 주장을 하는데 대해 왜 불분명한지 근거를 제시해야 하는데 아무런 근거 없이 불분명하다는 주장만 되풀이 하는 건 과학자로서 신빙성을 의심케 한다.

-김광희 교수:정부조사단 발표에서 촉발지진으로 만장일치 결론을 내린 건 신뢰성이 높다. 2015년 10월 이전에는 포항에서 아예 지진이 발생하지 않았다. 이번 조사단 결과에 의하면 지진이 발생하기 시작한 때는 지열발전을 시험 가동하면서 이수누출이라는 현상이 있었고, 많은 양의 물을 강한 압력으로 땅속에 집어넣은 시기다. 물을 집어넣어 지진이 발생했다는 설명이다.
2016년 9월 경주지진이 발생했는데 경주지진이 아니면 포항지진이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주장이 나오지만, 경주지진은 포항지진이 발생하기 시작한 이후에 발생했다.
포항지진이 물주입 때문에 발생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사실에 대해서 해외에서도 이견이 없다. 일부 학자들만 부정하고 있다. 이런 논쟁은 생산적이지 않고 소비적이다.

△안전방안은 어떻게 할 것인지

-이진한 교수:포항지진은 세계적으로 유명해졌다. 유럽에서도 교육 자료로 활용되고 있는데 교육적인 목적으로 조금 남겨 영구적으로 보존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지열발전소 철탑은 지진 충격으로 위험성이 있기 때문에 안전상 빠른 시일 내에 철거해야 한다.
정부에서 산자부를 중심으로 TF팀을 구성해 안전하게 관리하기로 했다. 학술적으로 진행될 전망으로 알고 있다. 정부 진행을 일단 기다려 봐야 할 것 같다.

-김광희 교수:1년 반이 지난 지금에 이런 조치를 취한다는 데 대해서 많이 늦은 감이 있지만, 전문가 집단에서 의견을 내다보면 다양한 분야 전문가들이 의견을 낼 것으로 기대된다. 안전을 확보할 수 있는 방안을 찾는 게 중요하다. 스위스 바델의 경우 3년 간 조사해서 20년 이상 장기계획을 세워 안전을 확보할 수 있는 방안들을 학자들이 만들어 줬다는 점에서 포항도 체계적이고 과학적으로 일들이 진행되길 바란다. 또 지역민들이 수긍할 수 있게 진행돼야 한다.
지진 관측기관에서는 실시간으로 전송하지만, 우리가 사용한 측정기는 3~6개월 자료를 수집해서 활용한다. 연구에는 도움이 될 수 있을지 모르지만, 포항시민들의 의문과 필요한 정보는 지진 관측기관에서 실시간 지진발생 체계를 알려줄 수 있는 관측체계가 필요하다.

△지진발생 가능성에 대해

-김광희 교수:작년 10월까지 분석한 자료에 의하면 지열발전 반경 2km 이내에서 작은 지진도 발생하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 작은 단층이 많다. 규모가 작지만 꾸준히 지진이 발생하고 있다는 점에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 포항지진을 넘어서고 있지만 불안해 할 필요가 없다. 큰 지진이후 작은 지진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이 기간의 지진은 사람이 느낄 수 없고 기계 장비를 통해서만 느낄 수 있는 자연스런 현상이다.
아직 지열발전에 의한 물의 양이 많은 상태인데 그 주위로 지진이 발생할 가능성이 없는지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한 상태다.

- 이진한 교수:지열발전소에 들어간 물의 주입량은 전체 1만2000톤으로 현재 5800톤이 남아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전문가 연구와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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