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경진 소장 한국U&L연구소 前 중등학교장

일반적으로 국가의 종합 국력은 경제력, 군사력, 인구의 합이다. 그 중 인구에 관하여는 인구의 수가 아니라 그 성분을 봐야 한다. 최근 선진국은 전반적으로 인구의 감소 또는 증가 추세의 둔화 경향을 보이고 있어서 앞으로 강대국의 지형에도 큰 변모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번 강국이 영원한 강국이 될 수 없는 것이 세상 이치다. 21세기 그 변화의 속도가 더욱 빨라지고 있다.

인류 역사상 지구촌에서 가장 전쟁이 없는 평화시대는 구(舊)소련이 붕괴된 1990년부터 현재까지 30년이었다고 전문가들이 분석하고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초강대국 또는 세계패권국인 미국이 타국의 영토에 대한 침략 욕심이 없었고, 자유민주주의 정치체제가 확산, 민주국가들끼리는 전쟁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중국이 팽창하면서 팍스 아메리카(Pax America)에 도전장을 내고 있는 모습을 취하고 있고, 경제면뿐만 아니라 군사면에서 미국 중심의 세계평화 질서에 위협이 되고 있다. 그렇다면 중국이 곧 세계 패권국의 지위를 차지하게 될까.

인구통계학으로 바라보면 20년 후 가장 심각한 문제를 안게 될 강대국은 중국이다. 중국은 현재 UN 통계에 의하면 인구수가 14.5억명이고 2028년까지 인구가 계속 증가할 것이며, 2029년을 정점으로 인구가 감소해 2040년의 인구는 2015년과 같을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인구수가 아니라 그 성분이다. 2015년부터 65세 이상의 노인 인구수는 연 3.7% 증가하며 2040년에는 1.5억명에서 3.4억명으로 150% 증가할 것으로 전문가들이 예측하고 있다. 2015년과 2040년의 전체 인구수는 같으나 50대 이상이 2.5억명이 증가해 급격한 노화를 보이게 된다. 생산 가능 연령(15~64세)은 2015년부터 이미 감소가 시작되어 등소평 이후의 영웅적 경제 성장의 멈춤이 시작됐다.

비정상적인 성비 불균형 문제는 더욱 심각해진다. 7,000만명의 남성 초과현상이 나타날 것이며, 그 중 15~19세의 남녀 성불균형이 5,000만명으로 결혼 문제와 성 매매 문제 등 심각한 사회혼란이 발생될 것으로 우려된다. 결혼하지 못하는 총각이 전체의 1/10이 된다. 정상적인 성비는 보통 100~106명인데, 중국은 118~120명으로 비(非)정상적인 수치를 보이고 있다. ‘천천히 움직이는 인간적 비극이 시작되는 것이다.’

둘째 아이 출산에 벌금을 물리도록 하는 정책으로 인해, 전 국민의 2%인 3000만명이 주민등록이 되어있지 않고 있다는 UN조사 결과가 있다. 특히 15세 이하 여성의 1/4은 출생신고조차 되어 않다.

인구가 현상 유지되려면 여성의 합계 출산율(total fertility rate) 2.1명이 유지되어야 하나 중국은 1.6명에서 1.18명으로 낮아져 인구 감소를 피할 수 없다. 2029년을 정점으로 매년 500만명의 인구가 감소하고, 중국의 평균 수명은 현재 76세에서 80세로 연장된다. 중위 연령(median age, 총인구의 절반에 해당하는 연령)은 2040년 47세로 예상되며, 노인 1명을 부양하는 젊은이 비율이 1980년 12명, 2015년 9명에서 2040년 4명으로 사회적 부담이 늘어나게 된다.

일본과 한국 못지않게 어른들만 사는 세상이 된다. 물론 일본과 한국은 이 보다 더 노령화될 것이지만 일본은 이미 선진 복지 국가를 이룩한 후이고, 선진국가로 진입하는 단계에 있는 한국은 다문화가족 유입 및 남북 협력 또는 통일 등의 방식으로 그 해결의 실마리를 찾고 있다.

등소평에 의한 중국의 운명적 개혁 조치가 영웅적 경제 성장으로 뒷받침할 수 있었던 힘은 오로지 노동력 인구 구성에 있었다. 1978년 노동력 인구수가 5천6백만명이었는데 연 1.8%씩 증가해 2015년 10억명이 됐다고 한다. 그러나 2015년을 정점으로 노동력 인구가 연 1%씩 감소해 2040년 8.8억명으로 감소될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노동력 인구수의 감소보다 더 심각한 것은 노동의 질이다. 15~29세의 젊고 유능한 노동력 그룹은 아직 학생 신분으로 산업으로 진출하지 못하고, 독립 가정을 이루기 전이므로 실제 노동력 인구는 1/4 정도 더 감소하게 된다. 생산과 소비에 있어서 중추적 역할을 하고 있는 30~49세 노동력 인구는 43%에서 37%로 감소된다.

인구통계학(demographics)은 관점에 따라 다르게 해석할 수 있는 가치(value) 추구 학문이 아니라 사실(fact)에 관한 과학적 연구이며, ‘인구통계는 곧 운명(demography is destiny)’인 것이다. 노동력 인구수와 시장규모로 세계 2위의 경제대국으로 급부상한 중국이 20년 뒤 미국을 능가하는 세계패권국이 될 것이므로 이제 ‘친중 정책’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한국인들이 있다고 한다. 사실에 근거하지 못한 매우 위험한 발상이다.

한국의 통일과 팽창은 인접국들로서는 위협적으로 느끼기 때문에 지금까지 한반도의 통일을 가장 방해하는 세력은 중국과 일본과 러시아였다. 그러나 일본은 현재 굳건한 미일동맹의 틀 안에 있으므로 반대 의사를 노골화할 수 없는 상태이다. 국가 간 군사 동맹을 맺는 일은 흔치 않은 일이다. 친하기 때문에 동맹을 맺는 것이 아니라 ‘공통의 적’이 존재하기 때문에 동맹을 맺는 것이다. 인접 국가에 패권을 행사하고 영토 주권을 위협하는 그 나라는 우리나라와 미국의 ‘공통의 적’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아직은 세계패권국의 지위가 흔들릴 기미가 보이지 않은 나라, 우리와 인접하지 않아서 영토 주권이 위협받을 걱정이 없는 나라, 자유와 인권의 가치를 존중하는 그 나라와의 동맹을 더욱 굳건히 유지해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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