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원해물촌의 대표 메뉴인 해산물 한 상
SNS를 좀 한다는 젊은이 사이에서 모르면 간첩인 식당이 있다. 경북 포항 영일대 해수욕장에 위치해 바다를 보면서 회를 먹을 수 있는 동원해물촌(대표 정주락)은 싱싱한 해산물로 승부해 포항시민은 물론 관광객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1984년 할아버지 때부터 시작해 현재 아버지와 함께 식당을 운영하고 있다는 정 대표는 젊은 감각으로 35년의 전통을 이어가고 있다. 보통 일반적인 횟집과는 다르게 카페를 연상시키는 세련된 인테리어는 왠지 모르게 음식의 맛도 좋을 것이라는 긍정적인 상상이 들게 한다.

2층 창가에 앉아 동원해물촌의 대표 메뉴인 해산물 한상과 새우장 비빔밥 한상을 주문해 봤다. 주문을 한 뒤 통유리 너머로 펼쳐진 바다를 감상하고 있으면 시간이 언제 흘렀냐는 듯이 상차림이 준비됐다. 명절에나 볼 수 있을 법한 넓적한 소쿠리에는 열 손가락으로도 셀 수 없는 다양한 해산물이 위풍당당한 자태로 존재 자체를 뽐내고 있다.

전복, 문어, 멍게, 개불, 광어 회, 소라, 복어껍질 무침, 낙지 탕탕이, 새우장, 해삼 등 일반적인 횟집에 가서도 한꺼번에 맛보기 힘든 싱싱한 해산물이 한자리에 모여 있으니 입이 쩍 하고 벌어지는 건 어쩌면 당연할지도 모른다.

우선 얇게 썰어져 나온 완도산 전복 회를 맛봤다. 참기름에 콕 찍어서 먹으니 오도독 씹히는 식감과 맛은 두말하면 잔소리. 여러 가지의 해산물을 차례대로 맛본 뒤 묵은지에 제주도산 광어 회를 싸서 한 입 먹어봤다. 평소에 회를 초장이나 된장에 찍어서 먹는 편인데 묵은지에 싸서 먹으니 색다른 느낌으로 다가왔다. 시원하고 아삭한 묵은지의 감칠맛과 광어 회의 쫄깃하고 탱탱한 살점은 취재 중이라는 사실도 까맣게 잊게 만들었다.

해산물을 뒤로 한 채 이번엔 새우장 비빔밥 한 상을 먹어본다. 처음 마주한 비빔밥은 일식집에 온 듯한 착각이 들 정도로 반듯하고 정갈한 한 상으로 나왔다. 동원해물촌은 다른 곳과 다르게 비빔밥에 아보카도가 들어가 굉장히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아보카도를 밥에 비벼 먹는다고 하면 왠지 모르게 거부감이 들었는데 이것은 나의 편협한 사고였다는 것을 금세 깨닫게 된다.

새우장을 먹기 좋은 한 입 크기로 자른 다음 비빔밥 위에 얹어 슥 싹 비비면 비빔밥은 완성된다. 한 숟가락 크게 떠 입속에 넣으니 아보카도의 부드러움과 새우장의 달짝지근한 맛이 굉장히 잘 어울렸다. 고슬고슬한 흰쌀밥은 물론 고소한 참기름, 잘 익은 계란 프라이 등 어느 하나 허투루 들어간 것이 없이 조화를 잘 이룬다. 짭조름하지만 그 속에서 느껴지는 간장의 풍미와 통통한 새우살은 비린내의 'ㅂ'자도 나지 않아 날 것을 잘 못 먹는 사람도 충분히 먹을 수 있다. 요즘 1만오천원으로 행복을 누리기 쉽지 않은데 새우장 비빔밥 한 상을 먹는다면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누릴 수 있을 것이라고 장담한다.

새우장은 매일 싱싱한 새우 300여 마리씩 정대표의 어머니가 손수 달인 간장으로 만든다고 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새우장은 2~3일의 숙성을 거친 후 손님의 식탁에 오르게 된다. 밑반찬 및 후식으로 나오는 과일은 계절별 날씨에 따라 달리 구성된다고 한다.

SNS 맛 집이라고 해서 직접 가서 먹어보면 실망한 경우가 종종 있는데 이곳은 일체의 홍보 없이 손님들이 직접 맛있게 먹은 후 솔직하게 후기가 올라오기 때문에 맛 보장이 된다.

동원해물촌 정주락 대표는 “30여 년이 넘는 세월동안 포항 전통 물회만을 고집해 오고 있는데 과거 몇 년을 쉬면서 인지도가 조금 낮아진 것 같다. 조금 더 분발해서 할아버지 때의 명성을 되찾고, 언제나 손님들에게 신선하고 정성이 담긴 음식을 대접하고 싶다”라고 말했다.

점점 날씨가 더워져 시원한 음식이 생각나는 요즘, 동원해물촌에 가서 포항 전통 물회와 싱싱한 해산물을 먹고 기분전환 해보는 건 어떨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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