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자문 한동대 교수

포항에 진도 5.4의 지진이 발생한지 1년 반의 세월이 흘렀다. 그 이후도 100회 이상 여진이 계속되었지만, 지금은 소강상태인 것 같다. 요즈음 강원도해변으로부터 40-50km 떨어진 동해해저에서 진도 4.0대 지진들이 기록되었다고 하나 집이 무너지는 등 피해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 이전에 지진을 크게 겪어보지 못했던 우리 한국인들, 특히 지진피해가 컸던 포항시민들로서는 이러한 것들도 지난 큰 지진들을 떠올리며 두려워 할 수밖에 없다고 본다. 지진이후 포항은 인구가 이미 5,000명이 줄었고 지역소상인도 3,000명은 줄었고 매출도 반 토막 나는 등 지역경기침체가 계속되고 있다.

하지만 그러한 가운데서도 포항지진이 ‘자연발생지진이 아닌 국가사업으로 인한 촉발지진’으로 밝혀지면서 시민들이 좀 더 안도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서 다행이다. 국가에서 위촉한 국내외 전문가들이 1년여에 걸친 조사와 연구 끝에 내린 결론이라서 그동안 ‘한동대 인근의 지열발전소가 지진의 원인이고, 이 사업이 제대로 된 절차와 지진가능성 등에 대한 연구조사와 피드백 없이 진행되어왔기에 지진이 발생한 것임’을 주장하던 지역사회가 힘을 얻고 또한 안도하게 된 것이다. 지역사회에서는 국내의 저명 몇몇 지진전문가들과 지역의 대표성을 지닌 학자, 시민대표, 지자체 담당부서가 한동대에 조직을 두고 조사·점검작업을 활발히 진행해오고 있었다.

그동안 지자체에서는 지진안전국과 산하에 3개과를 신설하고 지진복구 및 도시부흥을 위한 준비작업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었다. 지진의 진앙지였던 흥해읍 중심지역 120만㎡가 ‘특별도시재생뉴딜지역’으로 지정되고, 연관된 복구계획들이 수립되고 정부허가를 받는 과정 중에 있다. 또한 많은 건물들, 특히 오래된 저층아파트들이 심한 피해를 입어 많은 가구들이 지자체가 소개해준 임대아파트나 임시주택으로 이사를 했고, 아직도 적지 않은 이들이 체육관에 설치된 텐트에서 생활하고 있다. 이 흥해 중심지역은 포항도심에서 7-8km, 부도심인 장량동지역에서 3-4km 떨어진 곳으로 고령자비율이 높고 저소득층이 집중되어 있는 곳이다. 흥해 중심지역의 지진피해는 전체 6,446세대 중 88%인 5,562세대에 달했으며, 완파로 판정난 아파트도 두동에 달했다. 한편 흥해읍의 0-14세까지 유소년층 인구에 대한 65세 이상의 노령층 인구비율인 ‘노령화지수’가 138%에 이르며 ‘기초생활수급자’ 비율도 34%에 이른다.

이들 지진피해주민들 중 상당수가 지자체가 마련해주는 시내 다른 지역에 위치한 임대아파트로 옮겨가기를 거부하는데, 이는 경제적 이유만이 아니라 주민들 연령대가 높은 탓이기도 할 것이다. 젊은이들과 달리 연령대 높은 계층들은 생활근거이던 동네를 떠나기 꺼리는 경향이 높다고 생각된다. 집이 전파되거나 반파되었고 국가에서 일부 보상을 받게 되더라도 흥해 중심부에 머물고 싶어 하는 것이다. 완파된 두동 아파트의 경우에도 입주자들은 대부분 새 아파트건물이 같은 장소 내지 인근에 지어져 입주하기를 원하고 있다. 국토부와 LH공사가 아파트 건설을 위한 계획을 지자체와 상의하며 추진하고 있는데, 피해아파트 주민들의 낮은 경제력, LH공사에게 부여될 낮은 사업성, 경제 및 주택시장불황 등이 겹쳐서 크게 진전이 없는 상태로 알고 있다. 또한 정부의 안전진단에 동의하지 못하는 아파트주민들도 있다. 정부 파견의 전문가들의 진단에 따라 보수 가능으로 판정이 났지만 이에 동의하지 못하고 있는 이들이다.

이러한 문제들이 언제 해결될지 모르지만, 지진피해주민들의 좀 더 영구적이고 안전한 거처마련이 필요하다고 본다. 흥해지역이 포항시의 영역 안에 있는 교외도시로서 이미 언급했듯이, 주민들의 경제력이 낮은 편이고, 주거의 수준도 낮은 편이며, 고령자 비율이 높은데, 이번 지진으로 많은 피해를 입은 것이다. 이들 주민들을 위해 가장 바람직한 것은 하루 빨리 저렴한 공공임대아파트가 700세대 이상 지어지는 것이다. 고령자들이 많은 만큼 고령자복지 공공임대아파트도 300세대 정도는 지어져야 할 것이다. 또한 이들을 포함한 주민들의 주거안정과 향상을 위해 국가에서 각 피해가정에 1억 원 정도의 장기저리융자를 가능하게 해주면 좋을 것 같다.

한편, 포항시의 주요 지진피해 밀집지역이 150만㎡에 이르고 지역경제가 크게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만큼 이제는 ‘도시재건을 위한 기본계획’과 ‘주택정비계획’수립이 필요하다고 본다. 이 사업들은 전문업체가 지역의 관련전문가 및 지자체 담당부서들과 함께 수행해야 할 것으로 보는데, 이 사업은 주거환경개선사업, 소규모주택정비, 피해주민이 재개발공사기간에 거처할 임시주거시설인 순환형 임대아프트 건설, 경제부흥, 주민과 지자체의 역할 등을 포함하며 2년 정도 안에 계획을 끝내고 2022년에는 착공될 수 있도록 하면 좋을 것 같다.

이러한 사업에 대한 진전과 성과가 있어야 지진피해를 입은 주민들이 트라우마와 경제적인 어려움 속에서도 살아갈 힘을 얻게 될 것이다, 또한 포항의 다른 지역에 비해 열등한 주거수준을 보이던 흥해 중심부의 주택사정도 좀 더 나아 질 것으로 보인다. 이번 포항지진 피해복구를 위해서도 또한 앞으로 있을지 모를 국내 다른 곳의 지진 등 자연재해예방 및 복구를 위해서도 특별법 등 관련 법안의 제정 및 개정이 필요함은 말 할 것도 없다.
저작권자 © 대경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