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명선/교육학 박사

하명선 /교육학 박사

마당 한 모퉁이에 목단꽃이 자애롭게 피었다.
십수년 전 어머니는 이 목단을 왜 마당에 심었을까?
부귀영화를 상징한다는 꽃말대로라면 가난한 집안에 시집와서 4남매를 키우기까지 어머니의 생전 소망이 담겨 있는 듯 하다.
화려하지도, 눈부시지도 않은 소박하면서도 우아한 자태의 풍성한 꽃을 보면서 어머니가 간절히 보고 싶은 5월을 맞았다.(어머니를 그리는 글 중에서)

5월은 신록의 계절이기도하지만 가정의 달이다. 사회적으론 5.18민주화운동을 겪으면서 항쟁의 달로 인식되고도 있다.
우리의 5월은 어린이날, 어버이날, 부부의 날 등 가족과 관련된 날들이 유난히 많다.

“이러한 기념일을 정한 취지는 무엇일까?” 라고 되물어 본다.
가장 가까이에서 편안한 존재인 가족에게 소홀히 할 수 있음을 다시 한번 더 돌아보고 다른 한편으로는 현재 우리의 가정이 위기에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지금 우리사회는 심각한 가정위기를 겪고 있다고해도 과언이 아니다.

어린이는 이 세상에 태어나서 최초 애착관계를 형성해야 하는 중요시기에 부모의 맞벌이로 인해 어린이집이나 아이돌보미의 손에 의해 양육되고 있다. 애착형성은 타인의 손에 의해 형성되어지며 어머니의 품에서 느껴야 하는 정서적인 따뜻함과 포근함은 찾아볼 수가 없는 세태가 됐다.

아이가 자라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를 다닐 때면 집단 급식소라는 명칭으로 단체급식 문화를 형성하여 똑같은 반찬에 밥과 국으로 끼니를 나누고 있다.
반찬의 종류는 별로 없었지만 예전에 어머니가 싸 주시던 정성 가득한 도시락을 놓고 모두 도란도란 앉아서 이야기꽃을 피운 도시락문화는 옛말이 됐다.

학교를 마치고 집으로 가면 어머니가 반겨주시며 고구마나 진빵을 쪄 주시며 “고생했다”고 건네주시던 말씀은 반겨주는 사람 없이 혼자 들어가 정리하고 학원으로 발길을 옮기며 길거리 패스트푸드로 간식을 먹으며 보내는 그런 사회문화가 되었다.

부모님을 자주 찾아뵙고 연락을 드리는 것이 도리인줄은 알고 있지만 회사와 일에 쫓겨 이런저런 사정으로 함께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 됐다.

부부의 형태도 맞벌이와 더불어 자녀양육이 더해짐으로 대화와 함께하는 부분이 줄어들면서 참고 인내하는 결혼생활은 각자의 인생을 더욱 중요시 여기는 생각의 변화로 이어지면서 쇼윈도 부부, 졸혼, 황혼이혼 등의 용어가 나오고 있다.

가족모두 한끼라도 같이 먹는 밥상문화는 사라지고 가족위기, 가족해체라는 단어가 낯설지 않다.

예전에 가정교육은 주로 어머니가 담당을 했다.
아는 지식은 별로 많지 않지만 가장 기본적인 예절과 소양교육, 인성교육을 가르쳐서 어른을 공경하고 형제와 우애있게 지내며 스승을 공경하고 학우들과 사이좋게 지냈다.

어려운 사람은 도와주려고 했으며 제일 우선시 하는 교육이 사람됨이었다. 그렇게 집에서 가족들을 온전히 받쳐주는 자양분 같은 역할을 어머니가 하셨기에 안정적인 가정을 형성할 수 있었다.

그러나 요즈음 가정교육은 학원에서 담당한다. 사람됨의 인성교육을 가르치던 어머니는 맞벌이 등의 사회 패턴의 달라짐으로 인해 역할을 이양하게 되었고 학원은 우리아이에게 한글자 한문장이라도 더 외우는 인지학습의 중요성을 주장하고 있다. 그러한 결과는 학교폭력과 사회일탈의 요소를 마련해주고 있는 실정이며 타인을 배려하고 스승을 공경하기보다 나를 먼저 생각하는 이기심 많은 아이들로 자라가고 있는 실정이다.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우리 아이들이 처한 현실을 통해 대한민국의 미래를 생각해 보게 한다.

자녀교육에 있어 가정과 부모의 역할은 무엇인지, 우리 사회가 건전하고 행복하게 발전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가정이 안정되고 평안해야 하는데 과연 우리의 가정은 어떤지.

위기의 가정이 해체되면 사회적 기반도 무너질 수밖에 없다. 그 폐해 또한 고스란히 사회가 떠안아야 한다.

복잡다난한 현대사회의 난수표 같은 이해충돌만이 비단 건전한 가정의 유지를 가로막는 것은 아닐 것이다.
가정은 내버려두는 대로 존립하지 않는다. 5월 나무를 심고 꽃을 가꾸듯이 우리의 가정은 그 구성원, 나아가 사회와 국가가 끊임없이 보듬고 손질하지 않으면 꽃을 피울 수가 없다.
그 중심에는 어머니가 있다. 무조건적인 희생을 당연시했던 어머니와 여자의 위치에 대한 봉건주의적 차별성을 합리화하는 것이 아니다.
페미니즘적 비판에도 불구하고 어머니가 건강해야 가정이 병립할 수 있다.

마당 한 모퉁이에서 숨어 핀 듯 단아한 목단꽃을 보면서 5월 어머니를 생각하고 우리사회의 가정을 되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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