텅빈 빈공장 밤에는 적막… 가동 중단 공장 담벼락엔 공장 매매 스티커만 덕지덕지, 조업중단에 근로자 떠나 번화가 빈 상가 속출, 주택 거래 실종

빈공터에 나붙은 공장임대 매매현수막

문재인 정부 출범 2년을 맞아 구미공단 경기가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

구미시민은 김관용 도지사가 파주가는 엘지를 놓치더니 도청까지 구미 인근이 아닌 안동 골짜기에 갖다 놓았다며 악담까지 한다. 뒤를 이은 남유진 시장도 구미시민에게 욕을 얻어먹기는 마찬가지다 .

한 시민은 남 시장은 12년 시장 임기 동안 나무심기와 박정희 우상화 작업 외에는 생각나는게 없다며 강산도 변한다는 기간동안 무엇을 해놓았는지 기억조차 없다며 입에 담지 못할 험담까지 한다.

이처럼 전임 도지사와 시장에 대한 악담은 과거 화려한 영광은 간곳 없고 구미공단이 침몰하며 뿌리째 흔들려 회생 가능성이 전혀 보이지 않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속속 떠나가는 대기업들 갈수록 빈 공장터만 수두룩

과거 구미공단은 하루가 멀다하고 기업들이 입주해 공장짓기에 바빴다. 공장에서 일할 사람을 구하고자 구미시내 곳곳에는 직업소개소가 즐비했다.

그러나 지금은 가뭄에 콩나듯 직업소개소가 몇 개 있을 뿐 아무도 사람을 구해달라고 부탁하지 않는다. 오히려 일할 사람은 많은 데 일자리가 없어 구인보다 구직자가 넘쳐나고있다.

1969년 9월 첫 삽을 뜬 구미산단은 이후 50년간 구미 경제의 젖줄이었다. 내노라하는 대기업과 첨단 기술력을 갖춘 중소기업이 어우러져, 매해 최고 수출액 기록을 갈아치웠다. 당시 구미는 일자리가 넘쳐나고, 거리마다 돈이 돌았다. 그러나 현재는 상권이 죽고, 빈 방이 늘고, 오가는 물류차량이 줄어든 가장 큰 이유는 구미산단이 활력을 잃은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그나마 큰 버팀목 역활을 하던 삼성과 엘지도 해외로 이전하거나 용인과 파주 등으로 가 대기업들이 떠난 구미공장은 말로만 국가공단일뿐 지방공단 신세나 다름 없다.

한국감정원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구미산단 중대형 상가(일반 3층 이상이거나 전체 면적 330㎡ 초과) 공실률은 43.5%다. 웬만큼 규모가 되는 상가의 절반 가까이가 비었다는 뜻이다. 전국에서 가장 높을 뿐 아니라 평균(10.6%)의 4배가 넘는다.

△구미 5단지, 4분의 3 미분양… 근로자 줄어 아파트도 빈곳 많아

구미 5단지는 하이테크 밸리란 이름으로 구미 산동·해평면에 933만9천㎡ 규모로 조성해 1단계 공사는 올해 안에 준공할 예정이지만 공장분양 면적은 4/1도 채 안된다. 그나마 분양된 공장터에는 도레이첨단소재 외는 대기업들의 입주가 거의 없는상태다.

이처럼 구미산단 5단지 마저 분양난에 빠지면서 구미시민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구미시는 당초 5단지가 완공되면 전자·정보기기, 메카트로닉스, 신소재 등 다양한 미래형 산업을 유치할 계획으로 전임 시장도 포항처럼 인구 50만 도시가 될것이라고 장담했지만 현재는 공염불이다.

당시는 약 10조 원의 부가가치와 22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청사진이 있었다. 그러나 1단계 공정(375만4000㎡)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현재 시점, 분양률은 25%에 불과하다.

조성 지역 가운데 4분의 3이 공터로 남은 셈이다. 현재 입주를 확정한 업체 중 국내 대기업은 하나도 없고 외국기업인 도레이첨단소재만 외롭게 버티고 있다

△안팔리는 아파트 결국 구미시 미분양 아파트관리지역 지정

이처럼 야심차게 출발한 5공단이 미분양 사태에 이르자 인접한 4확장 단지에 건설한 수천세대 아파트는 분양이 안돼 애를 먹다가 궁여지책으로 임대아파트로 전환했다. 이런 사정으로 이곳에는 상가건물도 임차인을 구하지 못해 빈점포가 즐비하다.
구미시내 곳곳 중심상권에도 ‘무권리금’ 점포 매물이 줄을 잇고 있다. 특히. 아파트 매매가 안되다보니 아파트 매수인은 중개수수료도 면제해준다.

한 부동산업자는 “빈 원룸이 많아져 큰일 이라며 과거 구평동 일대는 원룸 밀집지역으로, 구미산단에서 일하는 젊은 노동자들로 붐비던 곳이다. 그러나 삼성, LG 등 구미 경제를 이끌던 대기업이 속속 수도권 및 해외로 이전하고 중소기업 경기도 둔화하면서 최근 정주인구가 크게 줄어 빈집이 수두룩하다”고 말한다.

결국 이런 사정으로 구미지역은 2017년 주택도시보증공사의 8차아파트 미분양 관리지역으로 지정됐다.

△구미공단… 그 좋던 시절 다시올까

구미에서 가장 번화한 상권으로 꼽히는 2번 도로 옷가게 주인들도 장사가 안돼 죽을 지경이다. 예전에는 이 근처 10평대 가게 권리금이 1억 원 쯤 됐지만 장사가 안돼 수억 원 들여 가게를 낸 상인들이 투자금이 아까워 나가지도 못하고 손해만 보며 버티고 있는 실정이다.

이곳 가까운 곳 상점 옆에는 임대 문의 딱지가 붙은 빈 가게가 많이 눈에 띄었고 1·2층이 통째로 비어 있는 건물도 있었다.

구미역 앞 중심상권에서 17년째 카페를 하는 김 모 씨는 1980년 부모님은 구미시 2번 도로에서 식당을 했는데 얼마나 장사가 잘됐는지, 오후 7~8시쯤이면 재료가 떨어져 문을 닫는 날이 많았다며 그 시절엔 우리 집뿐 아니라 주위 가게가 다 그랬다고 했다.

이런 현실은 1970~80년대 구미 통계로 확인된다. 1971년 1천313명에 불과하던 구미산단 노동자 수는 1975년 1만2천569명으로 처음 1만 명을 돌파했다. 1977년 2만7천171명, 1978년 4만666명으로 가파르게 늘었다.

당시 구미는 문자 그대로 붐 타운이다. 1971년 5월 25만9천평에서 출발한 구미공단은 발족 2년 동안 우리나라 27개 공단 전체 면적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318만5천평의 방대한 대지를 조성했다.

△날개 없는 구미공단… 그 추락의 끝은 어디인가.

2019년 1월 현재 구미산단 가동률은 62.0%, 50인 미만 기업의 경우 30.7%로 전국 꼴찌다. 제품 100개 생산 여력을 가진 공장에서 겨우 30개 밖에 못 만들고 있다는 얘기다. 대체 왜 이런 일이 벌어진 걸까. 전문가들은 구미산단의 ‘대장 기업’들이 잇달아 구미를 떠난 걸 원인으로 지적한다.

구미에서 공장 6개를 운영했던 LG디스플레이는 2000년대 중반 생산 중심지를 파주로 옮겼다. 1989년 구미에서 휴대전화 생산을 시작한 삼성전자는 2010년 관련 시설을 베트남으로 옮겼다. 삼성전자 프린터사업부는 중국으로 떠났고, 최근에는 네트워크사업부 일부가 수원으로 이전했다. 대기업의 연이은 이탈은 구미지역 중소기업 운영에도 큰 타격을 줬다.

그 여파가 누적되면서 최근 2~3년 사이 구미 경기가 곤두박질치기 시작했다.

삼성·LG 협력업체가 모여 있던 구미산단 1단지에는 전봇대마다 ‘공장 임대·매매’ 스티커가 어지럽게 붙어 있었다. 단지 안에 들어서자 담장에 큼지막하게 ‘임대’ ‘매매’ 현수막을 붙여놓은 빈 공장도 쉽게 눈에 띄었다.

2003년 노무현 대통령이 당선인 시절 방문해 화제를 모았던 중소기업 (구)성일텔레콤도 그중 하나였다. 성일은 한때 발광다이오드(LED)칩 분야에서 세계적 기술력을 가진 것으로 평가받았다. 수출유망 중소기업 등에도 선정된, 구미산단의 자랑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문을 닫고, 그 부지조차 매물 신세가 됐다.

구미산단 내 산업용 포장재 제조업체도 비상이다. 이곳에 근무하는 한 노동자는 구미에서 LCD, 휴대전화, 프린터 등이 활발히 생산되던 시절에는 산업용 포장재 시장도 활황이었다. 한때 6개에 이르던 동종업계 업체 중 지금은 3개만 살아남았다. 대기업이 다른 지역으로 이전한 뒤 새로운 판로를 개척하지 못한 게 원인이 됐다고 했다.

공장 바로 옆에 있던 인쇄회로기판(PCB) 제조업체는 얼마 전 문을 닫았다. 휴대전화에 들어가는 PCB 제조 분야에서 기술력을 갖춘 회사였는데, 삼성이 베트남으로 가버리니 방법이 없다. 주위에서 이런 얘기가 계속 들리니 불안하다. 지금 직장이 있어도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르니 소비를 줄일 수밖에 없다. 이런 것 때문에 전반적으로 도시 분위기가 가라앉는 것 같다고 우려했다.

△쇠락 하는 구미공단 자영업자들도 죽을맛

위축된 소비심리는 구미시내 자영업자들도 매출하락으로 죽을맛이다.

구미에서 7년째 키즈 카페를 운영 중인 A씨도 “작년 겨울 매출이 개업 이래 최저 수준이었다”고 전했다. A씨는 겨울방학은 키즈카페 매출이 1년 중 가장 높은 때다. 미세먼지 등으로 대기질이 나빠지면 방문객이 많아지는 게 보통이다. 그런데 구미에서 가장 고급 주거지역 쪽에 있는 그의 영업장 매출은 작년 겨울, 연이은 미세먼지 공습에도 비수기 수준에 그쳤다고 한다.

식당도 손님이 없어 죽을 맛이다. 구미 맛집으로 손꼽히는 수십 년 된 식당들도 요즘 빈자리가 많아 인건비 맞추기도 버거운 실정이다. 이처럼 손님이 없어 장사가 안되다 보니 더 늦기 전에 점포를 처분하고 다른 곳으로 이사가는게 낫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는 구미 경기가 나아지지 않을 거라고 느끼고 지갑을 닫는 사람이 많아지고 있다는 증거라고 말한다.

△추락하는 부동산가격 날개가 없다.

경기 부진과 인구 감소로 구미시내 부동산 경기도 추락하고 있다.
인동에서 만난 한 공인중개사는 “노동자 수가 최근 몇 년 새 1만 명 넘게 줄었다는 건, 가족까지 포함해 수만 명이 구미를 떠났다는 얘기 로 그런데도 아파트 신규 분양이 계속됐으니 부동산 가격이 떨어질 수 밖에 없는 추세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구미산단 노동자들이 모여 살던 인동지역 공인중개사 사무소 창에는 곳곳에 ‘급매’ 광고가 붙어 있었다. 전용면적 85㎡(34평형) 아파트 가격이 1억5천만 원 안팎, 소형 아파트 중에는 채 1억 원이 안 되는 매물도 적잖았다.

이모 공인중개사는 “이 근처 62㎡(19평형) 규모 아파트 가격은 한때 1억1천만 원까지 갔으나 지금은 5천만 원대로 내려앉았다. 분양가 이하로 떨어졌는데, 그 가격에 내놓아도 거래가 안 된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매수인에게는 중개수수료를 받지 않는 업체도 나타나고 있다.

△개점휴업 택시기사들 일당은 커녕 기름값 벌기도 헉헉

문성에 사는 택시기사 박 모(60) 씨는 개인택시를 몬다. 그러나 그는 아침밥을 먹고는 택시 운행보다 자신의 텃밭 손질과 이곳 개밥 주기에 한나절을 보낸다.

아침 일찍 나가봐야 손님이 없어 기름값만 낭비해 퇴근 시간에 맞춰 택시운행에 나선다.

그는 구미에서 택시기사를 30년째 하는데 구미는 택시 손님이 없어 지난해 가을부터는 완전 ‘엉망’ 상태라고 말한다. 10년 전 만해도 구미시는 사람이 많았지만 요즘은 기름값도 벌기 힘든다고 푸념한다.

택시는 물론 화물차도 일감 부족으로 난리다. 회사 퇴직 후 운전대를 잡은 최모 씨는 물류 차량이 최근 부쩍 줄었다고 말했다.

그는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원료 실어 오고 제품 내가는 트럭이 구미 시내를 쉼 없이 오갔는데 언제부터인가 출퇴근 시간에도 막힘이 없다며, 이는 빈 공장이 많아 제품 수송 화물차 운행이 줄어들었기 때문으로 풀이했다.

구미상공회의소가 지난 2월 25일부터 3월 11일까지 지역 내 91개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2분기 기업경기실사지수(BSI)는 84였다.

김달호 구미상공회의소 경제조사팀장은 “ 구미공단 기업체들의 BSI는 여전히 100에 못 미친다며, 그러나 올해 1분기 62에 그쳤던 것과 비교하면 꽤 높아졌다“며, “이중 기계·금속·자동차부품 등 구미산단 주력업종의 BSI가 97로 기준치에 근접했다”고 밝혔다.

△장세용 구미시장 구미경제 살리기에 모든 행정력 집중
자칭 보수 성지 구미에서 예상을 뒤엎고 민주당 간판으로 장세용 시장이 당선됐다. 시장과 함께 시의원도 6명이나 당선되는 이변을 낳았다. 이런 이변은 침몰하는 구미공단 구원투수로 여당 시장을 구미시민이 선택한 결과다.

이처럼 구미시민의 여망 속에 장 시장은 구미산단 50주년을 맞은 올해를 구미경제 살리기의 ‘골든타임’으로 여기고, 시민 중심의 발전 전략을 구체화해 실질적인 성과를 만들어 내겠다고 밝혔다

지지부진한 5단지 분양 촉진 대책으로는 △분양가 인하 △유치업종 확대 △임대용지 공급 같은 다양한 방안을 마련과 기업투자 활력을 높이기 위한 인센티브도 준비하고 있다. 투자금액 1천억 원 이상이나 상시고용인원 500명 이상인 국내 기업에는 특별지원 상한을 폐지한다.

5단지 진입도로 개설, KTX 구미역 정차 등을 통해 제반 인프라도 개선해 지난해 11월 출범한 구미시 4차 산업혁명 위원회를 중심으로 구미미래산업발전전략을 수립하고 구미 산업 혁신을 위한 세부계획을 수행하고 있다.

국방산업 유치에도 전력투구한다. 현재 국비 5억 원 규모의 ‘전자·IT분야 국방 단종부품 시범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또 5G 시대 개막에 발맞춰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추진 중인 ‘5G핵심부품 기술개발사업’ 공모에 선정돼 향후 3년간 5G핵심부품 및 중소기업 융합제품 개발을 지원할 예정이다.
앞으로도 제조업에 기반을 두면서 주요 산업 동향과 궤를 같이하는 사업을 지속적으로 육성할 계획이다.

정부는 2월 ‘광주형 일자리’ 같은 상생형 지역일자리 모델을 확산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를 바탕으로 구미시는 구미형 지역상생 일자리 창출 모델을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다. 일정 규모 이상의 투자와 고용 창출이 가능한 기업을 파트너로 정하고, 지방자치단체와 정부가 ‘패키지 지원’을 제공해 고용 안정, 기업 경쟁력 제고 등 두 마리 토끼를 잡는 게 목표다.

이를 위해 그동안 전문가 의견을 널리 수렴하고 중앙부처와도 긴밀히 소통해 왔다. 구미형 일자리 창출 방안 연구 용역도 진행하고 있다. SK하이닉스 유치운동으로 모인 시민의 저력, 노사상생 염원을 바탕으로 노·사·민·정이 협력해 상반기 내로 구체적인 내용을 발표할 계획이다.

장 시장은 “전 행정력을 집중해 구미형일자리 창출, 대구통합공항 구미인근 유치등 구미공단 옛영화를 찾도록 전력투구해 나가겠다. 구미공단 50주년 축하 행사가 시발점이 될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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