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재일 수필가

가정의달 5월은 다른말로 계절의 여왕이라고도 한다. 여기에서 여왕은 어떤 영역에서 중심되는 위치에 있는 사물 현상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봉건적인 신분이지만 왕자나 제왕보다는 덜 권위적인 뉘앙스다.
계절의 여왕은 1년중 야외에서 활동하기에 가장 좋은 시기라는 의미에서 나온 말이다. 과학적으로 검증되지는 않았지만 봄의 중간에 있으면서 겨울의 추위와 여름의 더위가 없는 온화한 날씨로 불쾌지수가 낮아져 활동이 불편하지 않기 때문인 것 같다. 이른 봄의 꽃샘추위나 황사도 사라지고 산불걱정도 없어 마음대로 등산도 가능하니 이보다 더 좋은 날씨가 어디 있겠는가?
특히 요즘은 기상이변으로 봄가을이 없어지고 겨울에서 바로 여름으로 가는 추세라서 좋은 날씨를 볼 시간이 짧아진다. 6월만 되면 장마철과 이어서 폭염이 온다. 그전에 마음것 야외활동을 하려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계절의 여왕이라면 정서적으로 꽃과 연결이 된다. 5월에 가장 어울리는 꽃은 장미이다. 큰 건물의 울타리에 심겨진 장미꽃이 만개한 모습을 곳곳에서 볼 수 있다. 장미꽃은 열열한 사랑, 순결, 우정 등 여러 가지 꽃말이 있다. 이중에서 자신에게 맞는 의미를 골라서 이용할 수 있다. 마침 꽃의 여왕으로 장미꽃을 꼽는 사람도 많다.
그러나 요즘의 계절의 여왕은 완벽하지 않다. 마냥 좋은 것들만 있는 것은 아니다. 환절기라서 낮에는 덥지만 밤에는 저온현상으로 쌀쌀할 때도 있다. 차를 운전하다보면 낮에는 에어콘을 틀어야 하지만 밤에 잠자리에 들 때는 사람에 따라 보일러를 틀어야 하는 경우도 있다. 황사는 사라졌지만 아직 미세먼지는 완전히 해결되지 않았다. 계절의 여왕도 기상이변 만큼은 피해가지 못하는가 보다.
경제적으로는 성과를 얻기보다는 투자를 하여야 하는 시기라서 대체로 기업들의 5월 실적은 그리 좋지 않았던 듯 하다. 지금은 사라졌지만 과거에 우리는 보릿고개로 고생을 했다. 보릿고개의 비참함은 민초에게는 생존의 위기로 다가왔다.
현대인들은 다른 의미의 고민이 있다. 가정의 달이라 하여 지출이 많아진다. 들뜬 분위기속에 선물 마련에 출혈이 심하다고 두려워하는 사람이 많다.
그런데 계절의 여왕은 그냥 되는 것이 아니다. 날씨가 좋은 것이 전부는 아니다. 일하는 분위기도 필요하다. 1년 전체를 두고 보면 5월은 한참 일할 시기다. 연초에 시작한 계획이 본격적으로 실행되는 시점이기 때문이다. 이럴 때 계절의 여왕은 풍요로운 생산을 위한 준비라는 이미지다. 결실의 계절인 10월을 여왕으로 부른다면 제왕이나 왕자 등과 같은 남성적인 단어를 쓰지 않았다는 사실에 왠지 어색함이 느껴진다.
물론 5월은 흥겹게 놀 수 있는 여건은 마련되어 있다. 1년중 5월과 10월에 가장 많은 축제가 열린다. 5월에는 노동절을 비롯하여 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날, 부부의날 등 각종기념일도 몰려있다. 하지만 이런 분위기가 노는 것으로 끝나서는 안되고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져야 한다.
농경사회의 5월은 본격적인 농번기를 맞아 준비를 하는 시간이다. 5월축제는 농업을 준비하는 농부들에 대한 위로가 된다. 결실을 자축하는 추수감사의 축제는 10월이 되어야 가능하다. 그런데 5월에 부지런하지 않으면 10월에 비참해진다.
그리고 고비가 오는 시기도 된다. 1년 전체를 두고 살펴보면 연초에 야심차게 일을 추진하던 사람들이 힘이 부쳐서 나가떨어지기 시작하는 시점이기도 하다. 작심삼일같은 용두사미로서가 아니라 나름대로 꾸준하게 하던 사람들도 이때쯤이면 한계에 다다르기 때문이다. 노는 분위기 때문에 긴장이 풀어지기도 한다. 이럴 때일수록 축제등을 통하여 새로 힘을 얻어서 다시 힘을 내야 하지 않을까
올해는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이 안동을 방문한 지 20주년이 되는 해로 14일에 여왕의 아들인 앤드루 왕자가 안동을 방문한다고 한다. 다른 나라의 여왕과 달리 영국여왕은 이미지도 좋고 우리에게 친숙한 느낌이다. 그래서 뭔가 기대가 되기도 한다.
열심히 일해야 하는 5월을 맞아 방문하는 영국 여왕의 이미지가 묘하게 스크랩되는 듯하여 글을 써보았다.
저작권자 © 대경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