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형 슈퍼마켓’의 골목상권 진출에 대한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이번에는 장사가 안되는 지역 슈퍼마켓을 임대해서 입점하는 것을 어떻게 해석할 지의 문제다.
‘기업형 슈퍼마켓(super supermarket)’은 대형마트보다 작고 일반 동네 슈퍼마켓보다 큰 유통매장을 지칭한다. 일반적으로는 개인 점포를 제외한 대기업 계열 슈퍼마켓을 지칭한다. 즉, 대규모 할인점과 동네 슈퍼마켓 중간 크기의 식료품 중심 유통 매장으로, 할인점이 수요를 흡수하지 못하는 소규모 틈새시장을 공략 대상으로 삼는다. SSM은 할인점에 비해 부지 소요 면적이 작고 출점 비용이 적게 들며 소규모 상권에도 입지가 가능하다. 대형마트와 달리 주거지에 가까이 위치하고, 영세슈퍼에 비해 다양한 품목을 취급한다는 점 때문에 그 수가 증가하고 있다.
전통시장과 동네 영세슈퍼에 대한 고사로, SSM에 대한 논란이 커지자 2010년 11월 국회는 전통시장 반경 500m 이내에 기업형 슈퍼마켓 출점을 규제하는 유통산업발전법(유통법)을 통과시켰다. 2010년 11월 24일부터 시행된 유통법은 재래시장 반경 500m 이내를 전통산업 보존구역으로 설정할 수 있으며, 지방자치단체가 조례를 통해 이 구역은 SSM 등록을 제한하거나 입점조건을 부여하는 방식으로 규제할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SSM 영업 규제를 찬성하는 측은 대기업이 골목 상권까지 장악해 주변 상권을 고사시키고, 영세상인들의 생존권을 위협하고 있기 때문에 규제는 맞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SSM 규제를 반대하는 측에서는 대형마트나 SSM 영업을 제한하는 것이 소비자 선택권을 침해하고 있으며 SSM 규제가 동네상권과 재래시장을 살리는 효과는 미미할 것이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 같은 해묵은 논란 속에서 최근 포항지역 유통업체가 양덕동·환호동에서 운영하는 매장을 SSM에 임대했다. 이는 편법을 통해 대기업의 골목상권 침범을 규제하는 법망을 피해가는 사례로 볼 수 있다. 임대해 준 업자도 문제다. 개인의 이익을 위해 골목상권을 외면했다는 비난이다. 동종업체로부터 지탄받아 마땅하다. 개인 재산권 행사와는 다른 개념으로 봐야 한다는 시각이다. 이에 지역에서 슈퍼마켓을 운영하고 있는 한 업주는 “한동네에서 같이 먹고 살던 업주가 장사가 안 된다는 이유로 대기업이 운영하고 있는 대형유통업체에 점포를 임대해주고 자기만 살겠다고 하면 우리는 문을 닫아야할 형편”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유통업체들이 골목상권을 배려하지 않고 SSM에 매장을 임대하는 행위는 없어야 한다. 관계당국은 SSM의 편법적인 지역 출점을 적극 막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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