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원해연 이어 대형 국책사업 유치 잇단 고배

▲ 경북이 축구종합센터 유치전에서 천안시에 1순위를 뺏김으로써 '경북패싱'이 현실화하고 있다. 사진은 조현재 대한축구협회 부회장 겸 축구종합센터 부지선정 위원장이 16일 축구종합센터 부지 선정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
-도민들 "경북패싱 현실화, 되는 게 없다” 한탄
-낙후 경북에 신성장동력 부여 절실, 지역정치권 각성해야



경주시와 상주시, 예천군이 유치에 사활을 걸었던 제2의 축구대표팀트레이닝센터(NFC)로 불리는 대한민국 축구종합센터가 16일 충남 천안시에 1순위를 빼앗기면서 ‘경북패싱’이 현실화하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33만㎡에 1천500억원(추산)을 들여 훈련시설, 선수 숙소, 사무동 등을 갖추는 만큼 경북지역 해당 시군은 지역경제 활성화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건립기금 1천억원 등 파격적인 지원책, 좋은 입지 등 장점을 내세웠지만 역부족이었다.

천안시에 이어 2순위로 결정된 상주시는 허탈한 분위기다.

천안시와 협상이 결렬될 경우 협상권이 넘어오기는 하지만 그럴 경우는 희박해 사실상 유치가 물 건너간 것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상주시청사 건립기금 1천억원을 축구종합센터 건립비로 제시했음에도 2순위로 밀려 더 허탈해하는 분위기다.

3순위로 밀려난 경주시도 마찬가지 반응이다.

경주시는 축구종합센터 부지로 제시한 경주엑스포공원 땅의 90%가 시·도유지고 한국수력원자력이 500억원 규모 투자 의향을 밝혀 사업비 확보와 운영에서 다른 지방자치단체보다 유리하다는 점을 장점으로 내세웠다.

주낙영 경주시장은 이날 오후 기자회견을 열고 "그동안 1순위로 선정되기 위해 노력을 기울였는데 너무 아쉽고 서운하다"며 "앞으로 협상 과정에서 우리의 장점을 부각하고 상대의 장점을 철저히 분석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도록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경북도와 도내 시·군은 그동안 지역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고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대형사업 유치전에 뛰어들었으나 잇달아 고배를 마셨다.

경주는 경북에 원자력발전소가 몰려 있다는 점 등을 내세워 원전해체연구소를 유치하기 위해 공을 들였으나 정부는 지난달 부산·울산 접경지에 경수로 원전해체연구소를, 경주에는 중수로 원전해체연구소를 설립하기로 해 반쪽 원해연을 가져오는 데 만족해야 했다.

경주시의회 원전 범시민대책위원회는 원해연 분리 설립을 수용할 수 없다며 강하게 반발하기도 했다.

경북도와 구미시가 사활을 건 SK하이닉스 반도체 특화 클러스터 단지도 끝내 경기 용인을 넘어서지 못했다.

구미 전자, 포항 철강 등 주력 산업 침체로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부지를 무상으로 장기 임대하는 안 등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제시하고 도내 시·군은 물론 대구시까지 힘을 결집했다.

결국 120조원이 투입되는 반도체 특화 클러스터 단지 유치에 실패하자 시민들은 국가균형발전을 포기한 것이라며 반발했고 도와 시도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올해 1월 정부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사업에도 경북도가 요청한 7조원 규모 동해안 고속도로가 제외되고 복선화를 추진해 온 동해안 철도 전철화는 단선으로 포함되는 데 그쳤다.

경북도와 해당 시·군 관계자들은 “대형 국책사업 유치전에서 경북이 잇달아 고배를 마심으로써 문재인정부 들어 ‘경북패싱’이 현실화하고 있다는 도민들의 한탄이 깊어지고 있다” 면서 “타 시도에 비해 날로 낙후되고 있는 경북에 신성장동력 부여를 위한 정부 특단의 대책과 함께 대구경북 정치권의 대오각성이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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