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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종주칼럼]국경 넘은 미세먼지 갈등, 유럽과 미국은 어떻게 풀었나안종주 사회안전소통센터장
   
▲ 안종주/사회안전소통센터장
대한민국은 지금 미세먼지 딜레마 한복판에 서 있다. 사상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울 만큼 미세먼지 오염이 일주일이나 지속되는 일을 겪고 나서 우리는 미세먼지가 우리 사회의 안전을 위협하는 첫 번째 요인임을 깨달아가고 있다. 이에 미세먼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우리가 가야 할 길을 몇 차례에 걸쳐 심층 해부하고 그 해결방안을 모색해본다.

△"한국의 미세먼지 오염은 우리와 상관없다."

중국 정부의 공식입장이다. 중국의 대표적 언론사 가운데 하나인 ‘환구시보’도 "한국이 말하듯 미세먼지의 50% 이상, 심지어 75%가 중국에서 왔다는 것은 상식에 어긋나지 않는가?"라면서 "한국 여론은 충동적이고, 너무 쉽게 격분하거나 비장해진다는 특징이 있다"면서 "한국인의 의식에서 민족주의의 역할이 다른 동아시아 국가들보다 더욱 크다"고 보도했다. 또 "한국인은 베이징의 미세먼지를 비닐봉지에 담아서 서울 상공에 뿌린다고 생각하는 것 아닌가"라고 비아냥거리는 투로 지적하기도 했다.

중국 정부와 언론의 이러한 태도와 보도에 대해 우리나라 사람들은 한결같이 분노한다. 우리 정부가 지금까지 무엇을 하고 있었느냐고 따진다. 우리 언론들은 일제히 몇몇 연구 결과를 소개하며 중국에서 넘어오는 미세먼지는 심각한 상황이며 때에 따라서는 그 기여율이 75% 수준이라고까지 전한 것을 시민들은 굳게 믿고 있다. 우리는 지금 미세먼지와 관련해 중국과 한국 두 나라의 정부와 정부, 언론과 언론, 시민과 시민들이 서로 다른 정보와 주장을 하고 있고 또 믿고 있다. 미세먼지와 관련한 딜레마가 가장 적나라하게 나타나고 있는 분야가 바로 중국과의 갈등이다.

중국 미세먼지가 우리나라에까지 날아와 심각한 영향을 끼치고 있는지의 여부를 판가름하는 것은 과학의 영역에 속한다. 조사·분석 결과를 토대로 합리적인 판단을 할 문제다. 여기에 눈앞의 국익이나 감정 문제가 끼어들면 안 된다. 그렇게 되면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다가도 사라지고 만다. 얽히고설킨 실타래를 겨우 풀 수 있는 길이 있음을 알더라도 다시 꼬이고 마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차분한 대응과 상대방을 이해하려는 역지사지, 즉 소통의 정신이 두 나라 정부와 시민들에게 필요하다.

다른 나라의 오염물질이나 황사가 국경과 바다를 넘어 수백 내지 수천 킬로미터 떨어진 다른 국가에 영향을 끼친다는 사실은 중국과 한국의 미세먼지 사례뿐만 아니라 많은 국제적 사례에서 보아왔다. 조선시대에도 흙비가 내렸다는 역사적 기록이 이를 증명해주고 있다. 중국의 베이징 등 북부나 중동부 지역 대도시의 미세먼지 오염이 심각해진 뒤 1~3일 뒤 우리의 서해 쪽부터 미세먼지 오염도가 높아졌다는 사실에서도 중국 영향이란 지적이 허투루 나온 것이 아님을 잘 알 수 있다.

△미국 나사 등이 2017년 미세먼지 중국 영향 이미 입증

중국 미세먼지 영향을 둘러싼 공방이 오가자 최근 미국 항공우주국, 즉 NASA에서 공개한 사진이 뜨거운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사진은 거짓말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인공위성들이 최근 촬영한 사진을 보면 한반도 상공은 깨끗하다. 반면 중국에는 많은 미세먼지가 쌓여 있는 모습이었다. 다음 날 촬영된 사진에서는 중국의 미세먼지가 한반도 쪽으로 이동한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물론 이런 사진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과거에도 이와 유사한 모습을 보여준 인공위성 사진이 다수 있었다. 하지만 중국 쪽은 거짓말 하지 않는 사진에 대해서도 여전히 오리발이다. 인공위성 사진은 지표면에서부터 높은 고도까지 공기층을 모두 반영해 한 번에 표시하는 것이어서 한반도에 영향을 준다는 직접적인 증거는 못 된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중국의 주장이 완전히 엉터리는 아니지만 상식선에서는 받아들이기 어렵다.

하지만 중국이 우리나라에 미세먼지 등 대기오염 물질을 얼마나 전해주는가와 관련해 꾸준한 연구가 많이 이루어지지 못한 것은 부인하지 못할 사실이다. 따라서 이번 우리의 미세먼지 장기 오염 사태를 계기로 나사는 물론이고 중국, 일본과도 국경을 넘어오는 장거리 이동 대기오염물질에 대한 연구를 서두르고 확대해야 한다.

△미국-캐나다, 영국·독일-북유럽 국가도 대기오염 문제로 갈등 벌여

이와 함께 중국 쪽에 장거리 이동 미세먼지 문제를 더욱 강하게 제기해야 한다. 역사적으로 대기오염물질이 다른 나라에 영향을 끼쳐 분쟁이 발생한 사례가 여럿 있다. 미국과 캐나다는 1930~40년대 이른바 '트레일제련소' 사건으로 대립했다. 결국 이 사건은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주 트레일 지역 제련소에서 뿜어져 나오는 대기오염물질로 피해를 봤다며 소송을 제기한 미국 워싱턴 주 주민 승리로 결말이 났다.

또 유럽에서는 강대국 영국과 독일이 산업화를 본격화하면서 대기오염물질이 다량으로 북유럽까지 악영향을 끼쳤다. 당시 영국과 독일은 지금의 중국처럼 부인으로 일관하며 오리발을 내밀었다. 북유럽 정부와 학자들, 그리고 이들은 러시아와도 공조해 두 강대국을 압박했다, 그리고 분쟁을 승리로 이끌었다. 그 결과 월경성 장거리 이동 대기오염물질에 관한 협약(CLRTAP)을 체결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여기서 우리는 중국이 강대국이기는 하지만 우리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중국의 시인과 적극적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음을 배워야 한다.

우리도 결국 중국 쪽을 압박하고 외교적 노력을 곁들여 가칭 '동북아 월경성 장거리 대기오염물질에 관한 협약'을 체결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전략을 세워 한걸음씩 나아가야 한다. 여기에 일본의 참여와 북한, 몽골, 러시아도 함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를 위해서는 현재 진행하고 있는 두 나라 간의 정례 환경장관회의에 머물지 말고 외교장관회의, 그리고 적어도 총리급 회담을 이른 시일 안에 진행하는 것이 좋은 접근법이다. 물론 최종 합의는 두 나라의 정상 몫이다. 〈프레시안-대경일보 기사공유 업무협약〉

▶안종주=서울대 미생물학과를 나와 서울대 보건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서울신문을 거쳐 한겨레신문 창간에 참여해 사회부장과 보건복지전문기자를 지냈다. 1988년 대한민국 최대의 직업병인 원진레이온 노동자 이황화탄소 중독 참사를 세상에 알렸고 석면 위험과 석면 암 실태를 30여 년전 최초로 알린 언론인이다. 현재 가습기살균제 사건과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 위원, 서울시 명예시장(도시안전인) 및 서울안전자문단장,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지속가능분과위원장 겸 안심사회소분과장을 맡고 있다. 주요 저서로는 ‘석면, 침묵의 살인자’ ‘조용한 시한폭탄 석면공해’ ‘위험증폭사회’ ‘빼앗긴 숨’ ‘한국 의사들이 사는 법’ ‘에이즈 엑스화일’ ‘인간복제 그 빛과 그림자’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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