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자문 한동대 교수

아침부터 포항 양덕동을 떠나 7번국도 북쪽으로 차를 몰았다. 오전 10시까지 경북도청에 가야할 일이 생겼기 때문이다. 교외해변인 칠포와 월포를 지날 때는 출퇴근 승용차와 트럭으로 혼잡하더니, 화진해수욕장을 지나며 길이 한가해졌다. 화진해수욕장에는 지난 20여년간 꽤 큰 규모의 휴게소가 있었고 바다경관과 백사장이 좋아서 필자도 자주 들르던 곳이다. 예전에는 이곳 해변사구에 해당화군락지가 많았다는데, 지금은 거의 없어졌다니 안타깝다. 이곳은 호텔을 포함한 종합적인 해변개발이 진행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영덕으로 들어서니 도로가 바다를 면해서 개설되어 있어서 경치를 감상하며 운전할 수 있다. 짙푸른 바다와 ‘디자인 가이드라인’을 잘 따른 듯 한 해안가의 집들이 잘 조화된 모습이다. 이곳 바닷가 방파제나 바위에는 낚시꾼들이 많다. 돌 틈에서는 작은 문어들이 잡히는데, 포항 남부 구룡포에서 북부 월포와 화진을 거쳐 영덕을 지나는 해변의 바위틈에서 돌문어가 잡히는데 다른 지역 문어들 보다 씹는 맛이 좋다고 한다. 장사해변은 경치도 아름답지만 6.25때 인천상륙작전 전날 학도병을 태운 전함이 이곳으로 상륙하며 전투를 벌인 곳으로 호국영령들의 무덤이 있고 실물크기의 전함모형이 조성되고 있는 곳이다. 삼사해상공원에는 호텔도 있고 음식점도 있고 체육 및 위락시설이 있는 곳이다. 곧 강구를 지났는데, 이곳은 은어가 사는 오십천이 흐르고 대게 집산지인 어항이 있는 유명한 곳이다. 동해안에는 구룡포, 영덕, 울진, 이상 3개의 대게 집산지가 있다. 대게는 유명한 러시아산 킹크랩에 비해 몸체는 작으나 다리가 길고 맛이 좋아서 많은 이들이 찾는 것이다. 영덕군청이 있는 영덕읍 가까이 가기 전 몇 년전 개통된 상주-영덕고속도로를 타기로 했다.

요금소를 지나니 쭉 뻗은 고속도로이다. 하지만 연이어 터널이 나온다. 첫 번째 터널은 매우 긴데, 조명과 음악이 나온다. 아마 졸지 말고 운전 잘하라는 신호일 것이다. 여러 개의 터널을 지나니 주변이 매우 아름다운 산야이다. 아름다운 산, 조그만 골짜기, 그리고 강들이 현대적인 고속도로와 오묘하게 잘 조화되는 듯하다. 생태계를 파괴하지 않으려 터널을 여럿 만들었고 고속도로가 많은 구간이 다리같이 높은 시멘트 기둥위에 얹혀진 것 같다. 아직은 교통량이 많지 않아서인지 청송휴게소는 소규모이다. 커피한잔 마시고 다시 차를 몰아 상주 못 미쳐 중앙고속도로를 타고 안동으로 향했다. 아직 아침이라서인지 차량이 많지는 않다. 한참을 가다가 안동이 나오고 도청신도시로 들어가는 길이 나온다. 주변에는 집과 공장들이 들어서 있다. 아름다운 경치를 보며 고속도로를 달리다가 갑자기 마을로 접어드니 주변이 좀 어수선해 보이고 노면도 좀 거친 편이다. 하지만 곧 거대한 아름다운 도청건물들이 나타났다. 마지막 두 갈래 길에서 노면에 쓰인 이정표를 잘못보아 바이오산업단지 쪽으로 좀 돌아 나온 것을 감안하면 떠난 지 2시간이 좀 지났으니 꽤 빨리 온 편이다.

1896년 대한제국칙령으로 경상북도가 개도했고, 1966년 대구 산격동으로 청사를 이사했고, 50년 만에 새 터전인 안동시 풍천면 일대에 부지 24만5천㎡에 연면적 14만3천㎡, 지상7층 지하2층으로 2009년 착공해 2016년 3월 1일 이전했는데, 총 공사비 4,055억원이 소요되었다. 경북도청은 도청으로서의 기능뿐만이 아니라 새로운 관광명소로도 급부상 하고 있다고 한다. 도청신도시는 10만명 인구 도시를 목표로 하고 있는데, 아직은 조성이 덜 된 편이며, 도내 주요지역과의 교통네트워크도 아직 만족할만한 수준은 아니다.

급히 일을 보고 점심때 좀 지나 돌아오는 길도 ‘러쉬아워’가 아니라서 고속도로는 한가했다. 중앙고속도로 진입 후 안동휴계소에 잠간 들른 후 남진하다가 상주-영덕고속도로를 택했고, 그후 7번국도로 바꾸어 타고 포항으로 향했다. 영덕부터는 바닷가 길이고 주변에 마을과 상점들도 많다. 월포 부터는 7번국도 아닌 해변 길을 택했는데, 주변에 큰 키 소나무군락들이 많다. 포항이 가까워지며 이팝나무가로수도 많아지고 있다. 한동안 눈꽃을 피우던 이팝나무 꽃들은 이제 거의 지고 아카시아 꽃들이 또 다른 눈꽃을 피워주고 있다. 포항에서 영덕을 거쳐 도청신도시를 다녀오면서, 전국에서 가장 큰 지역을 지닌 경북도의 광활함과 자연의 아름다움을 다시금 느껴본 시간이었다.

필자가 거주하는 포항은 인구 52만의 경북 제1의 도시로서 인접한 역사문화관광도시인 경주와 함께 인구 80만의 동남권역을 이루며 국제항만, 글로벌기업인 포스코와 철강산업단지, 연구중심대학인 포스텍과 많은 연구소들, 그리고 글로벌화 및 국제개발협력을 비전으로 하는 한동대가 있어서 이곳 주민들은 신도청소재지가 포항이나 인근 동남권에 자리 잡기를 바랐었다. 하지만 낙후된 북부지역을 개발하자는 논리 또한 강해서 그리 결정된 것이며, 인구·산업 밀집된 포항·경주지역의 업무편의를 위해 ‘환동해본부’가 설치된 것이다. 어쨌든 우리 도민들은 경북도가 기초지자체들과 함께 각 지역들이 원활한 네트워킹 하에 경제산업, 문화사회 및 교육, 그리고 환경적으로 세계 다른 어느 지역들보다 경쟁력 있고 살기 좋은 곳으로 발전될 수 있도록 최선의 기획 및 업무추진을 바라고 있다. 정치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대구국제공항의 이전이 잘 마무리되고, 국제컨테이너항이자 크루즈항으로 포항영일만항도 활성화되고, ‘규제자유특구지정’ 등 사업들이 잘 추진되어서 경북도가 글로벌경쟁력을 지니면서도 환경친화적인 아름다운 지역으로 잘 발전되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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