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가경정예산안(추경)이 국회에 제출된 지 한 달이 넘도록 상정조차 못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달 25일 국민안전 대책과 경기하강 대응책을 담은 6조7천억원 규모의 추경을 국회에 제출했다. 추경안은 포항지진과 미세먼지, 강원 산불 등 재난 대응 예산 2조2천억원과 선제적 경기 대응, 민생경제 긴급지원 예산 4조5천억원으로 구성됐다. 그러나 4월 임시국회가 패스트트랙 지정을 둘러싼 여야 대치 탓에 빈손으로 끝난 데 이어 5월 임시국회는 자유한국당의 장외투쟁으로 아직까지 열리지 못하고 있다.
한국당은 재난 대응 관련 부분만 떼어내는 '분리 추경'을 주장하는 반면, 민주당은 경기 하방 리스크가 있어 경기 대응 추경도 시급한 만큼 이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여서 지진피해를 입은 포항시민들만 정쟁의 볼모가 되고 있다. 오는 29일에는 20대 국회 3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위원 임기가 종료되면서 이때를 넘기면 각 당이 추경을 심사할 예결위원을 다시 구성하느라 시간은 더 지체될 전망이다.
추경뿐 아니라 탄력근로제 확대를 위한 근로기준법 개정안, 최저임금 결정구조 개편을 위한 최저임금법 개정안도 국회 처분을 기다리고 있다. 소방관 국가직화 법안, 유치원 3법(유아교육법·사립학교법·학교급식법 개정안), 택시·카풀 관련 입법 과제도 방치돼 있다.
마침 지난주 자유한국당이 황교안 대표의 '민생투쟁 대장정'을 끝내고 당 차원에서 지속한 주말 장외집회도 일단 종결했다. 제1야당인 한국당은 경우에 따라 집회를 이어갈 수 있다고 했지만, 이들 정치일정 1차 마무리가 국회를 다시 여는데 기여할 수 있길 바란다.
그러나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서 이인영 원내대표 체제가 들어선 뒤 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와 함께 국회 정상화의 실마리를 찾을 것으로 기대됐던 게 사실이다. 이견이 크다는 것을 확인했고 최근엔 한미정상 간 통화 내용을 주미대사관 소속 외교관이 한국당 강효상 의원에게 유출한 사건을 두고 대립이 격화되고 있어 우려되는 측면도 있다. 이럴 때일수록 정치권에 요구되는 것은 국민과 민생을 중심에 두고 현안을 다루는 관점과 능력일 것이다.
추경을 편성하는 이유는 상황 변화에 신속하게 대응하기 위해서다. 그만큼 추경은 타이밍과 속도가 중요하다. 특히 재난대응 예산은 신속히 집행해야 한다. 빨리 투입할수록 효과가 커지고 지체될수록 효과는 반감된다. 국회가 추경을 하루 속히 심의해야 되는 이유이다. 특히 지진으로 큰 피해를 입은 포항시민을 위해 정치권의 대승적 결단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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