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도엽 국민건강보험공단 울산동부지사 과장

예전에는 병원에서 진료 받을 때 건강보험증을 제출해야만 진료가 가능했는데 요즘은 보험증 없이도 성명과 주민등록번호만 불러주면 진료 할 수 있는 요양기관이 많아졌다. 이러한 진료절차가 편리하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다른 면에서 보면 타인을 도용한 진료도 가능하다는 것을 반증한다. 실제 최근 6년간 공단에 의해 증도용으로 적발된 부정수급이 7천여명에 77억원 정도이다. 개인의 신고가 없이는 적발되지 않는 점을 비춰볼 때 실제 적발되지 않은 건은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생면부지 사람이 본인의 행세를 하면서 온갖 질병의 진료를 받는다면 소름끼치는 일이 아닐 수 없다.

타인의 주민등록번호 등을 부정하게 제3자에게 제공하고 여러 사람이 돌아가면서 진료를 받는 것은 엄청한 범죄행위에 해당된다. 실제로 외국인 근로자가 왼쪽 손목 부상 사실이 없는데 며칠간 병원에서 입원 치료 받은 진료내역을 보고 공단에 신고 한 사건이 있었는데 누가 진료 받았는지 전혀 알 수 없는 상황이라 경찰에 수사의뢰한 일도 발생했다. 병원에서 환자가 방문하여 진료하기 전에 건강보험증과 신분증을 확인 해 준다면 부정수급은 많이 줄 것으로 예상되나 현실적으로 의료계는 '진료'가 본연의 업무이기 때문에 본인여부 확인은 행정업무라는 부정적 인식 때문에 의료기관의 본인확인 의무규정은 삭제됐다.

근래 건강보험은 국민들의 부담을 줄이기 위하여 보장성 강화 대책을 수립하여 차질 없이 추진 중이다. 선택진료비가 폐지되고, 컴퓨터단층촬영(CT), 자기공명영상(MRI), 초음파 검사 등도 일부 비급여에서 급여로 전환됨에 따라 국민의 의료비 부담이 크게 낮아지고 있다. 또한 상급병원과 종합병원의 2·3인실 병상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으로 환자의 입원료 부담이 절반 수준으로 경감 됐다.

하지만, 최근 뉴스에 따르면 38년 뒤 '초고속 고령사회·저출산'으로 인해 2060년엔 인구 10명 중 4명이 노인으로, 세계 최고 수준에 도달할 것이라는 예측이다. 급속한 고령화와 노인인구 증가는 국가 경쟁력 약화는 물론 건강보험을 비롯한 사회보험 등 사회안전망 유지를 위한 부담이 대폭 늘어남을 의미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지속가능한 건강보험제도를 발전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건강보험 재정 누수 방지를 위해 불필요하게 새고 있는 재정누수요인을 파악하여 선제적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다.

가장 먼저 할 일은 건강보험증 부정수급 방지를 위한 사회적 분위기 조성과 수급 질서를 파괴하는 증 도용·대여 등 부당행위를 근절 시키는 일이다. 다행히도 지난 3월 28일, 공단과 병원협회가 건강보험증 부정사용 방지를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건강보험증 부정사용 방지'를 위하여 대국민 홍보를 통해 범사회적 운동으로 확산시키고, 올해 하반기부터는 병원 입원환자에 대하여 신분증 확인제도를 실시하기로 했다. 이제 우리는 진료 받은 내용을 주기적으로 확인하고 건강보험증 대여 및 도용 등 부정행위 발견 시 즉시 신고하여 소중한 건강보험을 우리 스스로 지켜내는 일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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