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도가 최근 현대제철 당진제철소에 열흘간 조업을 중단하라는 행정처분을 내렸다. 제철소의 고로 정비 과정에서 대기오염 방지 시설이 없는 안전밸브를 열어 오염 물질을 배출했다는 이유다. 경북도와 전남도는 같은 이유로 포스코 포항제철소와 광양제철소에 각각 조업정지 10일을 사전 통보하고 청문 절차를 진행 중이다. 당진·포항·광양제철소에는 현재 12기의 고로가 설치돼 가동되고 있다.
철강업계는 고로 조업을 정지한 채 버틸 수 있는 기간을 최대 4~5일로 보고 있다. 그 이상 고로 조업을 정지하면 쇳물이 굳어버려 재가동하는 데 3~6개월까지 걸린다고 한다. 수개월 동안 제철소 문을 닫아야 한다면 기업은 물론 연관산업에 막대한 타격을 끼칠 것이다.
국내 제철소들은 2개월 주기의 고로 설비 정비 때 안전밸브를 임의 개방해 고압가스를 방출해 왔다. 유럽 일본 중국 등 해외 제철소들도 고압으로 인한 고로 폭발 방지를 위해 이 같은 정비 방식을 택하고 있다. 세계철강협회에 따르면 다른 나라에서도 같은 방식으로 정비하지만 우리처럼 문제를 삼은 적은 없다고 한다. 국내 제철소들이 수십 년간 해온 안전밸브 임의 개폐를 환경단체들이 문제 삼았고 환경부도 불법이라고 판정했다.

대기오염 문제로 전 국민이 고통 받는 상황에서 포스코 등 철강업체를 두둔할 생각은 없다. 철강업체들이 국민의 눈을 속여 가며 대기 오염 물질을 무단 배출해 온 것이 사실이라면 비난받아 마땅하다. 또한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
하지만 이번 행정처분이 납득하기 어려운 것 또한 사실이다. 제철소의 대기 오염 물질 배출이 문제가 된다면 정확한 배출 현황과 위해성 여부부터 철저히 조사하는 게 먼저다. 조사 후 기업의 오염 물질 배출 위반 사실이 드러날 경우 조업 정지 처분에 앞서 그에 상응하는 과징금 처분을 먼저 내리고, 그래도 문제점이 시정되지 않으면 조업 정지 조치를 하는 게 그동안의 관례였다. 그러나 지자체들은 방지 시설이 없는 안전밸브를 개방할 때 어떤 오염 물질이, 얼마나 배출되는지 구체적으로 측정도 되지 않은 상태에서 조업정지 처분부터 내렸다.
고로 정비 시 안전밸브 개방을 대체할 기술이 없는 상황에서 극단적 처방부터 꺼내 드는 건 성급하다. 환경부, 지자체, 철강사들은 공신력 있는 기관을 선정해 문제를 정확하게 진단하고 결과에 따른 대응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철강업계가 문을 닫으면 조선, 자동차 등 연관 산업의 피해가 막대하다. 철강업계, 환경 당국, 지자체가 진솔한 협의를 거쳐 대안을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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