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안개의 솔 숲 풍경을 사진에 담다

▲ 남경환作 霧. /대백프라자 갤러리 제공
사진작가 남경환은 일찍부터 한국의 자연을 대표하는 소나무의 서정적 이미지를 통해 깊은 동양적 사유의 세계를 표현해 오고 있다.
소나무를 비롯해 자연의 풍경을 대하는 그의 시선은 지극히 관조적이다.
10년 간 지속된 경북 상주 ‘지천(智川)솔밭’과의 인연을 통해 작가 내면속에 담겨진 소나무의 형상을 공간과 피사체의 관계를 한 폭의 산수화로 표출해 낸다.
사계절 지천솔밭의 시각적 변화와 아침저녁 주변 환경에 의해 변화되는 풍경을 한 폭의 산수화로 묘사하듯 시대적 표상을 담고 있다.
상주 지천솔밭의 아름다운 풍광을 카메라에 고스란히 담고 있는 사진작가 남경환은 이번 전시를 통해 환상적인 솔밭새벽 풍경에서 볼 수 있는 ‘안개(霧)’를 주제로 삼고 있다.
오는 6월 11~16일 대백프라자갤러리(대구 중구) B관에서 마련되는 이번 전시에서는 노송이 군락을 이루고 있는 지천솔밭의 고고한 기품을 느껴보게 될 것이다.

경북 상주의 지천솔밭은 유서 깊은 연악서원(淵岳書院)이 인접해 있다.
지금은 솔밭이 많이 축소되었으나 예전에는 갑장산 자락에서 시작하여 남천(南川)에 이르기까지 길게 조성돼 있어 시인묵객(詩人墨客)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고 시문(詩文)과 창작활동이 왕성했던 곳으로 유명하다.
이곳에 안개가 짙게 드리우면 천년 노송(老松)은 고고한 선비정신을 느끼게 해주는 고고함이 연출된다.
그의 소나무 사진들은 간결하지만 표현적이며, 설명하지 않아도 정확히 암시할 수 있는 현대적 표현어법을 정확히 보여주고 있다.
이른 새벽 어둠의 공간에서부터 그의 고뇌가 시작된다.
어둠 속 어디에선가 밀려오는 뽀얀 새벽안개는 수십, 수백년 세월의 흔적들은 기둥사이로 소리 없이 다가와 신기루와 같은 환상적인 풍광을 만들어 낸다.
비밀스런 새벽의 깨끗한 이미지를 예술로 승화시켜 나가고 있는 것이다.

주변이 뽀얀 안개로 덮인 지천솔밭의 모습을 렌즈에 담을 수 있었던 작업배경은 그의 직장이 상주에 있어 늘 황상적인 솔밭 풍경을 쉽게 접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직장을 다니며 매일같이 보는 익숙한 일상의 모습에서 '안개'를 통해 특별함을 찾을 수 있었다.
작품화면 앞에 자리 잡은 한그루의 소나무와 그 뒤로 안개가 덮여 희미해진 여러 소나무들의 모습으로 원근감을 느낄 수 있다.
지천솔밭에 구절초가 피어 군락을 이루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는 것이 작품의 특징이라고 볼 수 있다.

남경환의 사진은 한국현대사진이 단순한 재현에서 벗어나 예술적 표현도구로 인식되는 역할을 통해 사진의 다양성을 확산해 나가고 있다.
지천솔밭의 소나무 사진을 통해 우리가 과거 유산으로만 기억되던 상주 남천의 옛 모습에서 한가롭고 정감 넘치는 농촌의 한국미를 되찾아 볼 수 있는 눈을 열어주고 있다.
그의 사진은 가장 한국적인 풍경이 오늘날 세계인들에게 폭넓은 공감을 이끌어 내고, 옛것 속에서 현대적 아름다움의 영감을 받을 수 있는 메시지를 전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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