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사율 100%에 달하는 아프리카 돼지열병(ASF)이 북한에서도 발생이 보고됨에 따라 경북과 대구를 비롯한 전국 양돈농가에 비상이 걸렸다. 지난해 8월 중국 랴오닝성에서 아시아 최초로 발생한 아프리카 돼지열병은 중국 전역, 베트남, 캄보디아 등으로 확산됐으며 북한에도 상륙했다. 북한은 지난달 30일 ASF 발병 사실을 세계동물보건기구(OIE)에 보고했다. 북한 자강도 우시군 북상협동농장에서 기르던 돼지 99마리 중 일부에서 ASF 감염이 확인돼 검사결과 확진 판정됐다.

ASF에 감염된 돼지는 고열, 구토, 피부 출혈 증세를 보이다가 열흘을 못 넘기고 죽는다. 이 바이러스는 고기를 얼린 상태에서 1000일을 살아있고 소금으로 절여도 1년을 버틴다. 발병 이력이 있는 돼지농장은 전염 가능성 때문에 다시 농장을 열수도 없다. 미리 예방할 수 있는 백신이나 치료할 수 있는 약도 없어 방역책은 도살처분 뿐이다. 중국은 ASF에 감염됐거나 감염 우려되는 돼지 1억3000만 마리를 단계별로 살처분했다. 중국 전체 양돈 농가에서 기르는 돼지의 30%에 이른다.

정부는 최근 강화 옹진 파주 등 북한 접경지역 10개 시군을 특별관리지역으로 차단방역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야생 멧돼지 등을 통해 ASF가 남하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주요 도로에 통제초소와 거점소독시설을 설치했다. 비무장지대(DMZ) 이남으로 넘어오는 멧돼지는 즉각 사살할 것을 군에 주문하고, 민통성 지역내 수렵도 허용하기로 했다.

경북도와 대구시도 차단방역에 적극 나섰다. 경북도는 전 돼지사육농가에 담당관 278명을 지정해 주 1회 전화예찰, 월 1회 현장방문 지도점검을 실시한다. 방역취약 농가에 대해서는 중점관리대상으로 지정해 소독강화 및 방역실태 점검, 잔반열처리 여부 점검, 항원 검사 등으로 관리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대구시는 지난 3일부터 오는 24일까지 여름철 다소비 축산물 위생관리 실태 점검에 나서 아프리카돼지열병 차단을 위해 불법 수입축산물 유통을 막고, 수입산 돼지고기 이력제도를 강력하게 시행하고 있다. 닭고기·오리고기·곱창 등 부산물·즉석조리 축산물 제조업체와 대형마트·전통시장 등 축산물 판매업체 158곳을 대상으로 일제점검도 한다. 8개 구·군과 함께 무허가 제조·판매, 유통기한 경과 제품 유통, 냉동육을 냉장육으로 판매했는지 여부 등을 점검할 방침이다.

ASF는 한 번 확산되면 피해를 걷잡을 수 없다. 유럽은 ASF발병 이후 30년 넘게 이 가축질병과 싸웠고 35년이 흐른 1995년에야 ASF 종식을 알렸을 정도로 무서운 질병이다. 강한 전염성으로 관공서나 방역 당국의 힘만으로는 막기 어려워 양돈농가는 물론 도민 모두가 관심을 가지고 주의해야 한다. 또한 전 국민의 관심과 참여로 ASF가 국내에 절대로 상륙하지 못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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