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법 5조 2항은 국회의 연중 상시 운영을 위해 매년 2월과 4월, 6월 1일 및 8월 16일에 임시회를 소집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정쟁으로 인해 주요 국정현안과 민생관련법이 미루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마련한 장치다. 그러나 6월이 시작된 지 10일이 지나도 여야는 개원 일정조차 정하지 못하고 있다. 국회가 해도 해도 너무한다는 말이 나온다.

정부는 지난 4월 추경예산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순리대로라면 5월에 추경예산을 심의해서 확정해야 맞다. 그런데 6조7000억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안이 47일째 국회에서 잠자고 있다. 이번 추경은 문재인 정부 들어 처리가 가장 늦은 사례로 기록됐다. 2017년과 2018년 추경안은 국회에 제출된 후 본회의 통과까지 각각 45일이 걸렸다.

추경뿐만 아니다. 민생법안처리도 마찬가지다. 6월 국회를 열어야 추경을 비롯한 민생법안을 처리할 수 있지만 국회 정상화를 둘러싼 여야의 협상이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조건 없는 국회 복귀를 촉구하는 더불어민주당과 패스트트랙 법안의 사과·철회를 요구하는 자유한국당의 입장이 팽팽히 맞선 가운데 여야는 책임 공방만 주고받는 형국이다. 여권이 정상화 협상의 '심리적 마지노선'으로 인식돼온 6월 첫째 주를 넘기면서까지 여야가 절충점을 찾지 못하면서 6월 임시국회도 불투명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추경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자 더불어민주당, 정부, 청와대는 10일 오전 ‘확대 고위 당·정·청 협의회’를 열고 늦어도 7월 중 추경을 집행하기 위해 “이번 주 초 국회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 자리에서 이낙연 국무총리는 "산불과 지진 피해를 본 강원도민과 포항시민이 기존 법을 뛰어넘는 특별지원을 요구하는데도 심의조차 안 되는 것은 무엇을 위한 정치인지 모르겠다"고 거듭 추경 처리를 촉구했다. 이에 대해 자유한국당은 "경기부양효과는 얼마 없고 총선에 눈 먼 선심성 예산"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는 1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재해 추경이라고 해놓고는 재해 관련 예산은 2조2000억원에 불과하고, 그나마도 강원도 산불 주민 복구비 지원은 단 한 푼도 없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여야의 대안 없는 대립 속에 포항지진 피해주민 등 지방은 추경만 하염없이 기다리고 있다. 고래싸움에 새우등 터지는 꼴이다.

추경은 적기에 집행돼야 0.1%포인트 성장률 견인과 2만개 가까운 일자리를 늘릴 수 있다. 추경이 늦어지면 질수록 그만큼 경기 회복과 민생 해결을 위한 시간은 늦어지고, 늘어나야 할 일자리 수는 줄고 있는 것이다. 특히 포항 등 지역민들은 하루속히 추경이 집행되길 바라고 있다. 여야는 당리당략에 앞서 국회정상화를 원하는 국민들의 마음을 헤아려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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