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인사행정의 공정성과 신중성을 기하기 위해 고시전형기관과 관료의 임면관리 담당기관을 별개로 했다. 고시전형은 예조에서 주관했고, 임면 등의 인사행정은 문관은 이조, 무관은 병조에서 주관하게 했다. 특히 유능한 인재를 특별선발하고 신중성 확보를 기하기 위한 현량과(賢良科) 등의 천거제도와, 임용에 있어 성정주의를 존중하면서 임명권자의 재량을 존중하기 위한 비삼망제(備三望制) 등이 있었다. 우리 선조들은 그만큼 인사를 중하게 여겼다.

인사는 지방자치행정의 근본이다. 자치단체장 리더십 중 그 첫 번째가 유능한 인력을 어떻게 관리하고 활용할 줄 아는 가다. 자치단체장은 적재적소에 능력에 맞는 인사를 배치하고, 공무원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하도록 해야 한다. 주민과 지역 발전을 위해 소명의식을 갖고 창의력을 발휘하는 공무원들이야말로 지역의 가장 소중한 자산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방자치가 본격 시행되면서 학연과 지연에 따른 파벌인사와 선거 후 논공행상의 자기 사람 심기가 조직의 위계를 흔들고 공무원들 사기를 떨어뜨리는 일들이 비일비재하게 발생하고 있다.

자치단체마다 인사위원회가 있다. 부단체장을 인사위원장으로 두고 있지만 거수기에 불과해 자치단체장을 견제하기에는 역부족인 실정이다. 심지어 인사위원마저 불공정한 인사에 개입하는 사례도 잦다. 이에 자치단체장의 인사권이 투명하고 공정하게 행사되도록 하기 위해 이를 감시하고 견제할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 계속돼 왔다. 지방인사위원회의 권한 강와, 인사예고제 도입 등 여러 방안이 강구됐으나 실제 적용되기는 요원한 실정이다.

하지만 자치단체장의 전횡보다 오히려 포항시의회 등 지방의회의 인사 개입이 도를 넘고 있어 지방자치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 지방의원들은 인사담당부서장이나 단체장에게 인사 청탁을 꺼리낌없이 하는가 하면 지방의원 권한을 남용해 인사 개입을 서슴치 않고 있다. 공무원들도 인사철만 되면 소속 부서 상관이나 단체장 보다 지방의원 줄대기에 나서고 있다. 자치단체장을 견제해야 할 지방의회가 오히려 ‘인사 청탁의 온상’이 되고 있는 것이다. 포항시의회도 ‘의원은 직위를 이용하여 직무관련자의 임용·승진·전보·포상·징계 등 인사에 부당하게 개입해서는 아니 된다’는 의원 행동강령을 조례로 제정하고 있지만 제대로 지키지 않고 있다.

이달 말 각 자치단체들은 상반기 승진·전보 인사를 실시한다. 인사위원회가 곧 열리겠지만 지방의원의 인사 청탁과 개입으로 시·군이 시끄럽다. 부당한 인사와 불공한 인사는 항상 후유증이 생긴다. 이 같은 인사는 지방자치의 근간을 흔들 수 있다. 자치단체는 지방의원 인사 청탁과 개입을 과감하게 뿌리치고 공정한 인사를 하길 바란다. 지방의원에 줄대는 공무원에게 불이익을 줘서라도 지방의원 공무원 인사개입은 뿌리뽑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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