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의 긴 수명 책임질 새로운 전극 소재 찾았다

▲ 포스텍 박수진 교수. /포스텍 제공
2017년 애플의 ‘아이폰 배터리 게이트’는 ‘배터리의 노화가 진행되면 휴대폰의 성능이 자동으로 저하된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큰 문제가 됐던 사건이다.
이 논란은 스마트폰에 탑재되어 있는 리튬이온 배터리에 수명이 있으며, 배터리의 노화가 진행됨에 따라 충전 효율이 떨어지고 경우에 따라서는 교체가 필요하다는 것을 소비자에게 다시 한 번 각인시켰다.
스마트폰이나 전기차 등에 사용되는 배터리의 수명을 책임지는 것은 음극으로, 충전과 방전이 반복되면서 음극의 부피가 바뀌고 이에 따라 배터리 사용시간이 줄어드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포스텍 화학공학과 박수진 교수팀과 KAIST(총장 신성철) 신소재공학과 김일두 교수팀은 배터리 음극 소재로 활용할 수 있는, 일차원 구조의 불규칙 배열을 가진 이종금속을 개발,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지를 통해 발표했다.

스마트폰 뿐만 아니라, 하이브리드, 전기차와 같은 친환경 자동차 시장이 점차 확대되면서 리튬이온 전지에 대한 수요도 크게 늘어나고 있다.
현재 상용화된 리튬이온 배터리의 경우 흑연을 음극으로 사용하는데, 흑연이 시간이 지나 팽창하는 성질을 가지고 있어 이를 고려해 배터리를 설계하다보면 배터리의 용량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자동차 등에 활용되는 높은 용량의 배터리를 위해서는, 차세대 음극 소재에 대한 연구가 진행될 수밖에 없다.

실리콘이나 게르마늄을 활용한 음극 소재가 그 대안으로 개발되기는 했지만, 용량은 높일 수 있어도 전기전도도가 낮아 출력을 높일 수가 없어 전기자동차와 같은 큰 전지에는 적용할 수 없다는 문제가 있었다.

공동연구팀은 ‘원자 단위’로 눈을 돌렸다.
일반적으로 2종류 이상의 금속이 열반응을 거치면 특정 비율의 합금이 생겨나는데, 게르마늄과 아연을 열반응 시키면 특정 비율이 아니라 원자단위로 불규칙적인 배열의 합금으로 바뀌게 된다.

연구팀은 이 합금을 일차원적 구조로 합성시켜 리튬이온전지에 적용해 실시간 전자현미경으로 관찰한 결과, 이 일차원적 구조가 게르마늄 물질의 문제점으로 부각됐던 부피 팽창을 완화시켰다.
아연이 게르마늄 원자 사이사이에 들어가 전자의 이동속도를 높이며 출력을 높이는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포스텍 박수진 교수는 “이번 연구는 단순한 금속간 불규칙적인 배열을 통해 전기화학적 특성을 더욱 높인 새로운 형태의 소재를 제안한 연구로서, 다양한 금속 조합을 통해 각 전지의 목적에 맞는 전극 소재 개발 가능성도 연 연구라 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카이스트 김일두 교수 역시 “이번 연구에서 밝혀진 이중금속의 특이성과 금속 간 상태도를 활용해 여러 금속에 적용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전극 소재 외적으로 다양한 분야에 접목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으로 수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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