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천의료원, 공공산후조리원 신설 기피…‘공공의료 사명’ 잊은 것인가?

‘분만과 산후조리원’은 연계가 이뤄져야 할 의료 서비스

경북도와 김천시가 공공산후조리원 신설에 따른 건축비 부담 주체 결정 등과 관련, 논의가 지속되는 가운데 운영 주체가 될 김천의료원이 유치를 기피하는 태도로 일관해 비난이 일고 있다.

김천의료원은 경북도 지휘를 받는 의료 기관 중 하나임에도 “공공산후조리원 유치는 의료원 법적 의무사항도 아니다”라며 거부의 뜻을 공공연히 밝히는 등 산후조리원 유치에 반대하는 뜻을 비쳐왔다.

김천의료원 주장과 달리 경기도와 전남 등 광역지자체가 운영하는 의료원 중 공공산후조리원을 운영하는 의료원은 점차 늘고 있다.

서귀포시에서 유일하게 분만 산부인과를 운영하는 서귀포의료원은 의료원 부설로 산후조리원을 운영하고 있으며, 지난 2013년 3월 전국 최초 공공산후조리원인 서귀포공공산후조리원까지 서귀포시로부터 수탁받아서 운영하고 있다.

서귀포공공산후조리원은 개원 이래 서귀포시뿐만 아니라 제주도민 전체 산모에게 저렴한 비용으로 산후조리를 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다.

김상길 서귀포의료원장은 "저출산과 저수가로 인한 적자를 못 견뎌서 분만을 포기하는 산부인과가 많지만, 분만 산부인과는 반드시 갖춰야 할 필수 진료과이다"며 "공공병원인 의료원이 하지 않으면 누가 하겠는가. 서귀포의료원은 대다수 서귀포 산모가 서귀포에서 분만할 수 있게 분만 산부인과를 계속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고 밝혔다.

경북도의회도 저출산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저출산대책위원장인 김영선 도의원은 ‘경북도 저출산대책 및 출산장려지원에 관한 조례일부개정조례안’을 발의했으며, 24일 최종 의결된다.

주요 내용으로는 도내 공공산후조리원의 설치와 운영에 필요한 예산지원 근거 마련과 공공산후조리원에 대한 지원계획 수립·시행 등이다.

이러한 추세와 달리 김천의료원은 지난 2002년 잦은 의료사고로 의료분쟁이 급증하자 적자를 이유로 의료원 내 분만시설을 폐쇄하고 지금껏 산부인과 진료만을 해오고 있는 상태다.
김천시 산부인과는 김천의료원을 포함해 8개소이나 현재 분만이 가능한 산부인과병원은 민간 종합병원인 김천제일병원이 유일하다.

최근 김천제일병원도 경영상 어려움을 이유로 지난해 말 산후조리원 폐쇄에 이어 분만산부인과 폐쇄를 예고하고 나선 터라, 김천시와 인근 지역 산모들의 분만과 산후조리 시설에 대한 불만과 아쉬움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이렇듯 경북 서부지역 도민의 공공의료를 담당하는 김천의료원이 낮은 의료 수가에 비해 잦은 의료분쟁 발생 요인을 안고 있다는 이유로 분만산부인과를 폐쇄하고, 공공산후조리원 운영에 대해 노골적으로 기피하는 태도를 보이는 것에 지역민들의 시선은 곱지만 않다.

특히 지난 13일 김천시의회 자치행정위 8명의 의원이 김천의료원을 방문했다가 황당한 일을 당했다. 지난 3월 임시회를 통해 김천의료원 인근에 ‘공공산후조리원 조성을 목적으로 부지 구입비(14억원) 등 지원 조례안’을 통과시켰던 김천시의회가 진행 상황을 알아보기 위해 김천의료원을 방문한 것인데, 김미경 김천의료원장으로부터 산후조리원 부지 매입과 관련 얘기를 들은 바도 없고 협의한 일도 없다는 말을 들은 것이다.

이에 대한 김천시의 답변은 김미경 김천의료원장과 달랐다. 지난 2월 8일과 28일 도 복지건강국장, 김천의료원장과 기획조정실장 등과 논의한 바 있고, 3월 5일 도지사와 함께 의료원 옆 산후조리원 부지 방문, 3월 20일 도청에서 도 보건정책과장과 의료원 기획조정실장이 참석해 ‘산후조리원 건립 부지를 김천시에서 제공하고 의료원에서 설치와 운영을 담당한다’는 내용의 논의, 4월 9일 도 복지건강국장과 의료원 기획조정실장 등이 모여 김천시 부지 확보와 의료원에서 공공산후조리원 설치∙운영 협조 요청 등이 이뤄졌다.

이에 시의회는 경북도와 김천시, 김천의료원에 공문을 각각 보내 공공산후조리원 신설과 관련, 진실 확인에 들어가 거짓말을 한 기관에 책임을 묻겠다고 나섰다.

공공산후조리원 건립과 관련해서도 김 의료원장은 “김천시가 산후조리원을 건립해 의료원에 위탁하면 운영은 맡아서 하겠다”고 밝히는 반면, 김천시는 “시가 제공한 부지 위에 의료원(경북도)이 산후조리원을 건립해 직영하는 것이 산모에 대한 의료 서비스의 연계 측면에서도 합당하다고 생각한다. 다만 운영비에 대해서는 시가 지원하겠다”란 답변을 해 조정이 필요한 시점이다.

시민 A씨는 “필수시설이 아니지만 수익을 이유로 장례식장과 매점을 운영하는 김천의료원이 산모 편의시설이란 이유로 모자보건 관련되며 공공목적에 부합하는 산후조리원을 완강히 기피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고 “산후조리원에는 산부인과 의사와 간호사가 필수 인력이므로 앞으로 산실(産室)을 설치하게 될 김천의료원측에서 공공산후조리원을 직영함이 인력 활용 측면은 물론 산모들에게도 의료서비스의 연계로 인해 안정감을 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인구 14만의 도시인 김천시의 신생아 출생률은 연평균 1천100명이며, 지난해 김천제일병원 분만 산부인과를 이용한 산모는 350명 선인 것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지난해 말 김천제일병원의 산후조리원 폐쇄로 분만과 산후조리가 연계되지 않자, 지난 1월 이후 분만 이용률은 절반 수준(월평균 15건)으로 떨어졌다.
산후조리원 건립이 늦어지면서 연계 서비스를 원하는 지역 산모들은 대구와 구미 등 타 지역에서 출산과 산후조리를 받아야 하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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