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자문 한동대 교수

다른 도시에 사는 옛 친구가 오랜만에 필자를 방문 했기에 점심 겸 인근 바닷가로 나갔다. 죽천으로 불리는 이 해변지역이 영일만항의 증설로 장차 어떻게 변모될지는 잘 모르겠지만 도심과 가깝기도 해서 줄지어 늘어선 횟집들을 찾는 이들이 많다. 아직도 방파제에 낚시꾼들이 보이지만 모래가 크게 퇴적되어 어항의 기능은 거의 사라진 것 같다. 이곳에 오면 필자는 주로 ‘물회’를 시키는데 횟감도 신선하지만 해삼과 소라를 함께 썰어 넣으니 씹는 맛이 좋다.

점심 후 차를 몰아 오랜만에 바닷가 옛길을 따라가 보기로 했다. 지금은 넓은 새 도로가 나있지만 5년 전만 해도 이 좁은 길을 거쳐 직장에 갔었다. 고불고불 바닷가 산길을 운전하다보니 이제는 허물고 있는 마을건물들과 폐교된 초등학교가 나오고, 좀 더 가면 영일만항이 나온다. 24년 전 포항에 이사 오고 직장이 흥해 바닷가 멀리 위치한다고 여겨질 때, 도심에 위치한 우체국 가기가 부담되어 이곳 ‘우목리’에 있는 작은 우체국을 이용하기도 했었다.

컨테이너항인 영일만항 외곽을 돌아 북방파제 서핑장에 이르니 오늘은 바람이 불고 파도가 높다. 보통은 파도가 서핑에 적당해서 꽤 많은 서퍼들이 이곳을 찾는데, 오늘은 날씨 탓인지 별로 없는 것 같다. 길가에 차를 세우고 서퍼장비 대여점 건물의 커피숍에 들렀다. 내부는 넓지 않지만 밖의 발코니 데크에 테이블들이 놓여 있어서 ‘아메리카노’ 한잔하며 바다를 전망했다. 서핑손님은 적지만 이곳의 독특한 분위기상 산책 차 찾는 이들은 꽤 있는 것 같다.

한국에는 서핑에 좋은 장소가 4-5군데 정도 밖에 없다고 하는데, 영일만항 북방파제 인근이 서핑에 좋은 장소중 하나로 알려져 있다. 필자도 자주 와 보았지만 봄, 여름, 가을을 거쳐 주말이나 휴일에는 사람들이 엄청 많고 겨울에도 적지 않으나 시설은 제대로 갖추어져 있지 않다. 예전보다는 좀 좋아졌지만 허술해 보이는 횟집들과 두어 개의 커피집이 있고, 서핑협회 간판을 단 건물과 장비대여점이 두어 개 있을 뿐이다.

장비대여점에 물어보니, 오늘은 사람이 많지 않으나 일년 내 꾸준히 서핑객들이 찾고 있으며 붐빌 때는 엄청 바쁘다고 했다. 백사장과 건물들 사이에 왕복 6차선은 될 듯한 넓은 해변도로가 나있는데, 차량만 좀 서행한다면 서핑객들 오가기에 큰 문제는 없다고 한다. 물론 본격적인 서핑장 및 관광지로 개발된다면 도로 일부를 다른 용도로도 써야 할지 모르나 지금은 괜찮다는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백사장의 유실이다. 이곳 북방파제 인근만이 아니라 좀 멀리 칠포에 이르기까지 서핑 할 만한 파도는 일고 있는데, 요즈음 해안침식이 심해져서, 특히 서핑장 바로 인근 해안은 백사장이 크게 유실되어 해안도로 바로 아래까지 바닷물이 닥치고 있어 안타까움이 크다고 한다.

얼마 전 칼럼에서 언급한바 있지만, 영일만항 북방파제 인근은 서핑객, 낚시객, 그리고 바다를 보러오는 방문객들이 많으므로 이들이 좀 더 쾌적함을 느낄 수 있도록 주변이 잘 정리되고 개발되었으면 좋겠다. 당연히 백사장 복구가 필요하고 유실방지를 위한 방안이 마련되어야 할 것 같다. 서핑장을 비롯한 해변에 수초더미며 바다쓰레기가 엄청 쌓이는데 이를 주기적으로 청소도 해야 할 것이다. 또한 주변의 무질서해 보이는 횟집 및 상점들도 되도록 지역을 살린 ‘디자인가이드라인’을 따라 건설되고 주변이 깨끗하게 유지 되었으면 좋겠다.

이곳에서 칠포해변까지는 1km가 넘는다고 보는데, 중간에 산업단지가 해변 가까이 지정되어 있기는 하나, 해변지역을 좀 더 넓게 확보하여 포항의 특징적인 서핑해변이 되도록 조성하면 좋을 것 같다. 이곳에서는 동해의 탁 트인 전망, 짙푸른 남색 물빛, 그리고 깨어지는 흰 파도가 몇몇만 즐기기에는 너무나 아까운 곳이라고 본다. 넓게 확보된 북방파제 인근의 해변도로를 칠포까지 연장시키고 이곳이 많은 이들이 모이는 해변이자 페스티발 장소로 바꾸어지도록 하면 좋을 것 같다. 이십년 전에도 칠포해변 뒷산은 행글라이더를 띄우는 곳이었는데, 이를 좀 더 활성화 시켜야 할 것도 같다. 칠포해변은 잘 알려진 곳이지만 여름한철 분주할 뿐인데 커피숍도 좋고, 백사장도 좋고, 호텔도 멋지고, 더구나 아침 해를 볼 수 있는 곳인 만큼 사시사철 찾는 곳이 되면 좋겠다.

이곳을 지나면 칠포2리와 칠포1리가 나오는데 고대 암각화가 남아 있을 만큼 역사 오랜 마을이기도 하며 지금도 활발히 운영되는 어항이 남아 있다. 그리고 바닷길을 따라 좀 더 가면 포항시에서 만들어 놓은 바다를 향한 거대한 구름다리가 있다. 발아래 까마득하게 바닷가 절벽과 바닷물이 내려다보이는데, 흰색 철구조물인 이곳은 많은 이들이 바다를 감상하고 사진을 찍는 곳이다. 포항이 철강산업도시 및 교육연구도시로도 알려져 있지만 면적자체가 서울시의 1.8배에 이르는 도농통합시로서 아름다운 곳들이 너무나 많고 관광도시로서 브랜드화 될 만한 곳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이들이 알지 못하니 안타까움이 큰데, 올해 말 크루즈 개통을 계기로 포항을 좀 더 홍보할 필요가 크다. 명소를 개발하고 이를 코스로 연결하며 1일 코스, 1박 2일 코스 등 관광패키지들을 개발하면 좋을 것 같다. 이 바닷가에서 서핑 등 해양스포츠를 즐기고, 행글라이더 내지 열기구도 타며, 멋진 페스티발에 식도락을 즐기는 등 방문객들의 추억의 장소가 될 수 있게 프로그램을 잘 짜야 할 필요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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