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영광의 한빛원전 1호기 열출력 급증 사고가 ‘인재(人災)’로 확인되면서 원전이 밀집돼 있는 경북지역민들의 걱정이 크다.
한수원이 한빛 1호기 재가동 승인을 받고 원자로 제어봉 제어능력 측정시험에 들어간 것은 지난달 10일 오전 3시다. 제어봉 조작 미숙으로 이날 오전 10시30분께 열 출력이 제한치(5%)를 넘어 18%까지 치솟았는데도 원자로 수동정지는 밤 10시2분께 이뤄졌다. 열 출력이 제한치를 넘으면 원자력안전법상의 한수원 운영기술지침서에 따라 원자로를 바로 가동 중단해야 하는데 12시간 가까이 그러지 않았다. 원자력안전기술원(KINS) 전문가들이 현장에 출동해 지침서를 지키지 않은 사실을 확인하고 가동 중단 지시를 내리고 나서야 수동으로 정지했다. 열 출력이 제한치를 넘어서 계속 높아지면 원자로 폭발까지는 아니더라도 위험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고 한다. 실제 원자로 출력이 제한치를 초과하면서 냉각재 온도와 증기발생기 온도가 급격히 올라갔고, 주 급수펌프가 멈춰서는 등의 이상이 발생하기도 했다.
이에 원자력안전위원회와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은 지난 24일 영광방사능방재센터에서 한빛 1호기 사건 특별조사의 중간결과를 발표했는데, 제어봉 조작 미숙은 면허도 없는 정비원이 처음부터 잘못 계산한 수치를 근거로 제어봉을 인출했다는 것이다. 게다가 반응도를 잘못 계산한 원자로차장은 이번 기동 경험이 처음이었고 이를 보완하는 교육 훈련도 받지 않았다. 근무자 교대 때마다 반드시 열어야 하는 중요작업전회의는 무시로 생략됐고 원전 기동공정에 투입된 노심파트 직원은 제어봉 인출 결정시점인 10일 오전 10시20분에 이미 25시간 연속근로 중이었다.
안그래도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원전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는 상황에서 이번 사고가 헛점과 오류 투성이의 총체적 인재라는 조사결과는 충격이다. 한빛1호기와 같은 경수로는 시험 상황에서 열 출력이 25%까지 급상승하면 제어봉이 자동으로 내려가 정지되게끔 설계돼 있다. 별도의 운전조작을 하지 않더라도 대형 사고는 방지되는 시스템이다. 그렇다고 기계가 하는 일인데 위험한 상황이 100%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원전은 안전이 최우선이다. 그런데 한빛 1호기 열 출력 급증 사고는 원전 안전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저버렸다. 원전은 안전하게 관리되면 효율적인 에너지원이 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위험한 대상으로 인식될 수 있다. 관련 교육을 받지 않은 사람이나 면허를 갖고 있지 않은 사람이 안전 문제와 직결된 민감한 일을 하도록 한 것도 문제지만, 지켜야 할 기본 매뉴얼을 지키지 않은 것은 더 큰 문제다. 한수원은 이번 사건을 거울삼아 국민의 신뢰를 얻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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