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전주 상산고와 경기 안산 동산고의 자율형사립고(자사고) 재지정 탈락에 이어 부산 해운대고도 기준 점수에 미달돼 지정 취소 절차를 밟고 있어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상산고는 재지정 통과 커트라인(80점)에서 0.39점 모자란 79.61점을 받았다. 상산고 평가는 전국 42개 자사고 중 절반이 넘는 24개교가 올해 재지정 평가를 받는 가운데 처음여서 관심이 집중됐다. 동산고는 기준 점수 70점에 미달돼 탈락했다. 분노한 학부모들은 항의 시위를 벌이고 학교 측은 행정소송 및 가처분신청 등 법적 수단을 강구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자사고는 2002년 김대중 정부가 고교 평준화로 인한 교육 획일성 문제를 보완하기 위해 6개 자립형사립고를 도입한 게 시초였다. 이후 이명박 정부에서 고교 다양화를 위해 자율형사립고를 만들면서 `자사고`로 통합돼 현재 전국에 42개교가 운영 중이다. 우수한 인재를 양성하는 수월성 교육 측면에서 자사고 성과는 높았다. 하지만 학교의 입시학원화, 고교서열화, 일반고의 황폐화 등 부작용 우려도 끊임없이 제기됐다.

자사고가 원래 설립 취지에서 벗어나 명문대 진학을 위한 ‘특권 학교’가 되는 것을 막기 위해 시도 교육청은 5년마다 학교를 잘 운영하는지 평가한다. 재평가 기준은 원래 70점이었지만, 박근혜 정부 때 60점으로 낮췄고, 현 정부에서 다른 곳은 70점인데 전북만 80점으로 올렸다. 포항제철고, 김천고 등 자사고 2개교가 운영되고 있는 경북의 경우 기준 점수인 70점을 충족해 최근 재지정을 받았고 대구의 계성고도 통과했다. 자사고 폐지를 주장하는 진보교육감이 있는 서울은 초비상상태다. 재지정 평가 대상이 13개교나 되기 때문이다.

각 지역 교육청이 평가해 기준점에 미달하면 재지정에서 탈락될 수 있다. 하지만 상산고 경우처럼 형평성과 공정성에 문제가 있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전북교육청은 기준 점수를 타 지역의 70점보다 10점 높은 80점을 적용했다. 자율에 맡겼던 사회통합전형도 뒤늦게 불리하게 기준이 바뀌었다. 다른 지역이었다면 쉽게 통과했을 79.61점을 받고도 단 0.39점이 모자라 탈락하게 됐다. 일단 폐지하기로 결론을 내고 짜맞추기 평가를 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자사고 폐지는 문재인 정부의 국정과제이자 진보성향 교육감들의 주요 공약이다. 이에 발맞춰 교육 당국도 자사고가 고교서열화를 부추기고 일반고를 황폐화시키는 적폐로 몰고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평준화에 매몰돼 창의적 인재 양성을 위한 수월·다양성 교육을 적폐로 바라보는 건 시대착오적인 발상이다. 탁월한 인재를 발굴해 능력을 키우는 것은 어느 국가나 해야 하고 현재도 하고 있는 일이다. 자사고가 사라진다 해서 학부모들이 자녀를 자사고에 보내고 싶어하는 이유까지 사라지진 않는다는 교육관계자의 말을 가슴에 새겨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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