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재일 수필가

누군가 정년퇴직이라고 각 부서를 다니면서 인사를 한다. 이어서 상반기 정기인사로 사무실 분위기가 어수선해졌다. 올해 따라 6월말 정년퇴직을 하는 사람도 많다.
그러고 보니 1년의 절반이 지나갔다. 7월부터 하반기가 된다. 일상생활에서는 별로 의미를 두지 않지만 직장에서는 실적이나 통계를 낼 때 반기(半期)는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분기별로 나누어 발표하는 통계가 많기는 하지만 반기별 집계도 많다. 보통 정기인사도 반기별마다 이루어진다.

1년을 반기로 나누는 이유로 1년 동안 계속하여 동일한 집중력을 발휘하기 어렵기 때문에 반기로 나누어 관리하는 것이다. 반기가 바뀌는 시기가 겨울과 여름이라는 활동하기 어려운 계절인 것도 관련이 있을 듯 하다. 이때 휴식을 취하며 다음 반기를 준비하게 된다. 학교의 학년도 두개의 학기로 나누는데 학기와 학기 사이에는 방학이 있다.
축구경기도 전후반전으로 나눈다. 전반전을 마치고 후반전이 되면 지키는 골문이 바뀌는 등 변화가 온다. 중간에는 휴식시간이 있다. 각 팀들은 이시간에 작전을 새로 짜거나 선수를 교체하는 등 준비를 한다.

시간이란 연속적인 흐름이다. 그러나 우리는 시간을 구분하고 있다. 분기 반기 등과 같은 1년을 몇으로 나누는 구분뿐만 아니라 연말연시도 따져보면 인간이 임의로 자른 것에 불과하다. 그러나 이런 개념이 없이는 시간단위를 정할 수 없다. 일의 성과를 관리하기 위해서는 이런 단위가 중요하다. 회계처럼 수치의 관리가 필요한 분야는 엄격한 기간의 구분이 있어야 한다.
보통 반으로 나눌 때 각 절반들이 완전히 같지는 않더라도 최소한 공평한 것을 조건으로 한다. 시간을 전후로 나눌 때 반기가 변하는 시점에서는 지나간 시간과 앞으로 올 시간의 길이는 같아야 한다.
그러나 같은 의미는 아니다. 이미 지나버려 어떻게 할 수 없는 전반과 아직 오지 않아 준비여하에 따라 상황이 바뀔 수 있는 후반은 엄연히 다르다. 후반기는 전반기의 결과를 원인으로 하여 진행될 수 밖에 없다.
반기가 바뀌게 되면 분위기도 바뀌게 된다. 지나간 반기가 시원치 않았다면 앞으로 오는 반기는 괜찮아 질 것을 기대할 수도 있다. 비록 결과적으로 기대만큼 되지는 않는다고 할지라도 당장의 어려운 상황을 이겨낼 용기는 주는 것이다.

나의 경우 올해 상반기를 돌아보니 큰 의미는 없다. 만족스럽지는 않지만 기대를 하지 않았기에 불만도 없다. 중요한 일 자체가 없었기 때문에 큰 고비도 없었고 긁어 부스럼이 될 일은 시도하지 않았기에 큰 실수도 없었다. 연례적으로 하는 일에서는 필수적인 프로세스들이 무리없이 진행되었다. 그래서 선방했다는 느낌도 있다.
하지만 아쉬운 점이 있다면 다른 준비를 별로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하반기에 위기라도 온다면 과연 대처할 수 있을까 걱정도 된다. 그래서 어떻게 보면 별로 한 것이 없다는 고백이 될 수도 있다. 오히려 아무 일이 없을 때 어떻게 하느냐가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한다.

사실 하반기도 상반기처럼 평이하게 지나가리란 보장이 없다. 1년의 일정을 살펴보니 하반기에는 상반기보다는 중요한 일이 많이 있다. 성공이 되든 실패를 하든 상반기보다는 명확하게 결과가 나올 것 같다.
중요한 변곡점이 있으면 전혀 다른 상황을 맞을 수도 있다. 상반기에 실패하여 낙심하였더라도 하반기에는 심기일전하여 반전을 이룰 수도 있지만 오히려 체력이나 집중력 저하로 망치는 경우도 볼 수 있다.

축구에서도 후반전에 승부가 갈라지는 경우가 많다. 서로 지쳐있기는 하지만 막판 집중력 차이에서 골을 얻거나 먹게 된다고 한다. 물론 그만큼 후반전이 더 힘든 것은 사실이다.

우리가 의식하든 안하든 시간은 간다. 빠르다고 느낄 수도 있고 지겹다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새로운 한해를 맞으며 새로운 각오로 다짐을 하듯이 하반기를 맞으면서도 반전을 기대하는 것도 나쁘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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