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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자문칼럼]구도심 골목길에서구자문 한동대 교수
   
포항 구도심에 있는 경찰서 민원실에 볼일이 있어 아침 일찍 차를 몰아 도착하니 사무실 열리기까지 시간이 좀 길게 남아 있었다. 이곳에는 구청, 경찰서, 소방서, 세무서 등이 모여 있어서 필자로서도 25년 가까이 포항에 살면서 익숙한 곳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길을 건너가 보았더니 오래된 저층건물들과 좁은 공간에 행정사, 법무사 등 사무소들과 그 사이사이 옛 스타일의 작은 식당들이 자리 잡아 좀 낯설음을 주고 있었다.

한 식당은 포항에서는 보기 드믄 생선구이가 있던 60-70년대 스타일의 음식점이었는데 지금 간판에는 육류메뉴 뿐이다. 또 하나는 좀 더 작은, 전면 작은 공간과 벽에 오밀조밀 화초들을 심어 놓은 한정식집이다. 또한 커피와 간단한 다과를 파는 집도 있었다. 그 건물들 사이에 작은 골목이 있어 들어가 보니, 앞뒤 건물들이 지붕 낮은 단층으로서 아마 6,25 이후 50-60년대쯤에 지어진 듯 낡은 것들인데 벽체와 기둥을 시멘트와 페인트로 보수해 놓았다. 골목은 좁지만 바닥은 시멘트로 포장되어 있고 화분도 몇 개씩 문 앞에 놓여있고 전반적으로 깨끗한 편이지만, 가난하던 시절의 내 살던 동네를 떠올리게 했다.

그 옆으로 난 좀 더 넓은 골목길을 택해 들어가 보니 입구 쪽에는 이미 본 것 같은 단층의 오래된 건물들이었는데, 갑자기 좀 넓은 공터가 나타나고 그 주위로 법률사무소, 세무사사무소 등의 간판을 단 3-4층짜리 현대식 건물들이 1-2층짜리 오래된 건물들과 어울려 지어져 있었다. 아침이라 인적이 드물어 더욱 그래 보이기도 했겠지만 도심 속에서 1970년대 소도시의 풍모를 보여주는 이채로움이었다. 그 삼거리 골목 모퉁이에 제법 크고 눈길을 끄는 꽃집이 있었고 다양한 식물들이 건물 앞에 진열되어 있었다. 오래된 도심 골목에 잘 어울리는 듯 하면서도 좀 이색적인 모습이었는데, 커피를 팔고 있어서 우선 들어가 보았고 꽃다발도 만들고 커피도 만들어 파는 그 가게 주인인 듯한 40대 여인에게 아이스커피 한잔을 시켰다. 인근에 공공 및 민간사무실들이 많으므로 낮 시간에는 찾는 이들이 꽤 될 듯 싶었다.

한 달에 한두 번은 아침때쯤 구도심을 방문하게 되는데, 대부분 육거리 지나 국민은행 사거리에서 볼일도 보고 잠시 인근 중앙통을 거닐기도 하는데, 이곳은 실개천이 흐르고 오후면 젊은이들이 많이 찾는 낭만의 거리로서 건물도 거리도 비교적 번화함과 화려함으로 차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조금 전 보았던 경찰서 앞 골목길은 오랜 모습이 남아 있는 역사적인 장소로 생각된다. 물론 시간이 더 난다면 큰길을 건너 지금 도시재생사업의 일환으로 ‘꿈틀로’라는 이름의 사업이 진행 중인 좀 더 규모 큰 구도심 상가지역으로 가 볼 수도 있겠다. 그곳의 건물들도 오래 된 것들이 많지만 규모도 더 크고 대부분 80-90년대 혹은 그 이후에 지어진 건물들이 많은 편이다.

오래된 지역들이야 포항에 만해도 여러 곳이겠지만, 필자가 가본 지역 중에는 ‘선린병원’과 과거 ‘북부교회’ 자리에 세워진 ‘채움병원’ 사이에 있는 북부시장지역이다. 아직도 오래된 유명한 물횟집이 여럿 있고 작은 어시장을 포함한 재래시장이 남아있는데 일제강점기에 지어진 듯한 건물들도 많이 남아 있는 듯 하다. 물론 그 곳 만이 아니라 인근 동빈로변을 포함한 그 주변 일대에 오래된 건물들이 많이 남아있다. 지금도 동빈부두에는 많은 어선들이 정박해 있고 도로변에는 선박엔진수리 공장이며 얼음공장들이 일부나마 남아있는 것은 이곳이 다른 지역에 비해 낙후되어 있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새로운 건물들이 차차 지어지면서 그곳의 독특한 분위기가 사라지고 있음도 사실이다. 물론 새로운 건물들이 지어짐을 탓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그 곳의 역사성이 사라짐이 아쉬운 것이고 새로운 건물이나 시설물들도 이러한 분위기를 조금 더 포함할 수 있었으면 하는 안타까움에서 하는 말이다.

대도시 아닌 중간크기 도시들 중에서 가장 다양한 도시재생사업들이 진행되고 있는 곳이 포항이다. 가장 먼저 정부의 도시재생뉴딜사업으로 선정된 중앙동은 ‘도심시가지형’으로 여러 사업들이 기획·진행 중인데 구도심의 낙후된 시가지와 동네들을 재정비·향상시키기 위한 것이다. 구도심의 역사성을 살리면서 대규모 보다는 소규모개발을 통해 지역향상을 도모하자는 것이다. 그 후 지정된 송도동 구항만지역은 ‘경제기반형’으로 국가에서 몇 개 지정하지 않은 형태인데, 이를 통해 이곳의 경제적 향상은 물론이고 부도심 등의 경제·산업활동들과 네트워크 하에 지역경제의 중심축으로 발전시킴이 주목적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도시재생사업들 이전부터도 포항시는 다양한 도시재정비사업들을 진행해오고 있었는데, 국가에서 종류를 세분하고 다양한 인센티브를 제공함은 지방 중소도시로서 큰 힘이 되는 것이다. 이러한 마중물을 기화로 지속적인 민간투자가 이루어지도록 해야 함이 중요한데 국내외 불황과 맞물려 쉽지만은 않은 것 같다. 아무튼 이러한 사업들을 통해서 구도심활성화를 이루되, 지나친 고층위주의 현대식개발이 아니라 그 지역의 특색을 살리며 다양함을 지닌 개발이 이루어지기를 바라는 것이다. 과거의 역사와 얽힌 사연들이 조금이나마 간직되고 읽혀지는 그러한 장소로 발전되기를 바라는 것이다. 그날 구도심 작은 골목길을 거닐며 느끼던 그러한 역사와 스토리들이 재생사업이 이루어지는 이 골목 저 골목에서 조금씩이나마 남겨져서 20년 후 이곳을 다시 방문하더라도 과거를 조금이나마 엿보고 회상할 수 있는 그러한 장소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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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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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페트라 2019-07-01 11:30:59

    옛 정취를 느끼게 해주고 과거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곳들이 항상 있어주기를, 시대에 맞춰 모습이 변하더라도 그 향기가 떠나지 않기를...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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