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교육청노조, 유은혜 부총리 만나 문제 심각성 알려

▲ 경북 울릉 모 초등학교 교장의 성폭력 비위행위를 듣고 있는 유은혜 교육부장관./교육청노조 제공
전국시도교육청공무원노동조합(위원장 오재형, 이하 교육청노조)은 지난 2일 서울정부청사에서 유은혜 사회부총리를 만나 공직 사회 내 비위 행위와 성폭력 퇴출에 관심을 기울여 줄 것을 당부했다.

교육청노조에 따르면 울릉도에 있는 한 초등학교에서는 교장이 뇌물 수수는 물론, 행정실 교직원에게 수차례 뇌물에 대한 부당집행 지시 및 지속적인 추행과 희롱을 일삼아 문제가 되고 있다.

경북 울릉경찰 수사 결과에 따르면 학교 공사 준공검사와 대금 지급도 마치지 않은 공사업체 관계자에게 지난 2월 교장은 금품을 제공 받았다. 뇌물수수 직후 행정실 직원 A씨에게 뇌물에 대한 집행을 요구했다.

A씨는 부당 지시에 복종하지 않고 집행에 대한 지시가 내려올 때마다 “뇌물을 돌려 드려라”고 완곡히 거절했다.

그 일을 시작으로 교장은 피해자가 일하는 행정실로 내려와 A씨의 업무 공간을 지옥으로 만들었다.

직원들이 보는 앞에서 피해자가 성적 수치심을 느낄 만한 접촉이 수차례 지속됐으며, “보고싶네”, “내 전화 일부러 안 받니?” 등의 문자를 보냈다. 또 피해자 외모에 대해 지속적으로 언급해 불쾌감을 유발했다.

이에 A씨는 “교육 행정 공무원의 행동 강령과 청렴이 무엇이라고 그걸 문제 제기해 이런 고통의 나날을 보내야 하나”라며 스스로를 자책키도 했다고 토로했다. 심지어 호흡곤란을 느낄 만큼의 심적 압박을 받아 정신과 약물 치료를 병행하며 업무를 지속해야 했다고 전했다.

고통 속에 몸부림치며 괴로워하던 A씨는 공무원 행동강령에 따라 교내 공무원 행동강령 책임관에게 뇌물 집행에 대한 부당지시와 성희롱, 성추행에 대한 상담을 신청했다.

그 상담 후 A씨에게 돌아온 것은 “내가 너한테 많이 배운다”라는 교장의 전화였다.

그 통화 직후 A씨는 더한 고통에 시달려야 했다. 하지만 학교는 배움의 장이니, 이곳에서 배움에 최선을 다하라 말할 수 없겠다 판단한 A씨는 공직자라는 사명을 걸고 고소, 고발 및 교육청 차원에 문제 제기를 진행했다.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이제 세상이 바뀌어 더는 “여자가 행실이 바르지 못해 그런 일이 생겼겠지?”, “중요 부위를 만진 것도 아닌데 유난은”, “몸만 부딪혀도 추행이겠네?”라는 가해자 외 사람들에게 2차 가해를 당할 것이란 생각을 하지 않았다는 A씨.

그러나, 역시나 세상은 바뀌지 않았음을 우울증, 수면 장애, 생리 불순 등 정신적, 육체적 고통을 통해 깨달아야 했다.

피해자의 아픔에 공감하며 본인의 피해를 감수하면서까지 증언에 나섰던 사람은 가해자가 고발할 것이라는 압박에 시달리고 있으며, A씨는 근거 없는 무수한 소문과 학교 명예에 먹칠했다는 꼬리표까지 따라 다니고 있는 상황이다.

심지어 직장인 학교 내에서도 A씨를 향한 가해는 멈추지 않고 지속되고 있다. “교장이 불쌍하다. 만지긴 만진거야?”라는 말을 건네 들어야 했고, “피해자가 가해자를 좋아한 것”, “무고죄로 소송할 것”이라는 믿을 수 없는 말들이 떠돌며 피해자를 옭아매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진실을 밝히고 학교가 조금은 더 공정하고 청렴해질 수 있도록 힘내고 있다는 A씨에게 일각에서는 “왜 전근 안가? 뭔가 있는 거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이에 A씨는 “온갖 오해와 거짓이 난무하고 있지만 나 혼자만 살자고 나갈 수는 없다”며 “하루하루 죽어 간다는 느낌이 무엇인지 일평생 처음으로 느끼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어 “수사를 통해 진실이 드러날 때까지만이라도 근거 없는 소문들이 멈췄으면 좋겠다”며 “하늘을 훨훨 날고 싶다는 나쁜 마음과 생각이 하루에 수천 번 들지만 내 행동이 옳다는 생각 하나로 버티고 있는데 이런 내가 무너지면 남겨지는 것은 무엇이겠냐”고 반문했다.

이에 유은혜 사회부총리와의 노사 협의회에서 오재형 교육청노조위원장, 김인석 교육청노조사무총장, 한상호 대전교육청노조위원장, 편경천 부산교육청노조위원장이 참석해 해당 사건에 대한 연대의 뜻과 함께 유 부총리의 관심을 당부했다.

또 오재형 교육청노조위원장은 “공직 사회 내에 이런 일이 발생했다는 것 자체가 충격적인데, 이 부분에 대해 인지하고 관심 가져 주길 진심으로 부탁한다”며 “다시는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음은 물론이고 2차 피해를 방지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고민해 줄 것”을 당부했다.

이연월 공노총 위원장은 “아이들이 배우고 꿈을 키워나가야 할 학교 현장에서 이런 일이 발생한 것은 참극”이라며 “성인지 감수성 교육과 2차 피해에 대한 교육을 담당하는 교육 현장에서 이런 일이 발생한 것에 대해 교육부는 책임지고 예방책이나 대안을 강구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이런 강구책이 나오지 않는다면 총력을 다한 투쟁으로 피해자가 숨지 않는 세상을 만들어 갈 것”이라고 강력히 주장했다.

해당 사건이 발생한 경북지역의 이면승 경북교육청노동조합위원장은 “피해자가 아프다 소리칠 수 있는 세상이 왔다 생각했지만, 공직사회의 성인지 감수성은 여전히 90년대에 머물러 있는 것 같다”며 “이번 사태를 통해 공직 사회내 성폭력을 몰아낼 수 있도록 총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강력히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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