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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현장]미니멀 학교(비움과 채움)김자연 남산초 교사
   
잘 사는 것보다는 잘 버리는 걸 중요시하는 미니멀 라이프가 건강한 삶의 방식으로 자리 잡고 있다.

미니멀 라이프(minimal life: 단사리)란, 자신이 진정 원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기 위해서 불필요한 것을 소유하지 않는 삶의 방식이다. 일본의 가정 컨설턴트 야마시테 히데코는 그의 저서에서 단사리 정신을 통해 넘쳐나는 물건과 잡생각을 버리고 불필요한 고집에서 벗어나자고 주장했다.

아직까지 많은 사람들은 채우고 모으는 걸 좋아하며 버리고 비우는데 익숙하지 않다. '염일방일(拈一放一)'이라는 고사성어가 있다. 아이가 장독에 빠졌는데 어른들은 사다리와 밧줄을 가져왔지만 여의치 않아 죽을 지경에 이르렀고, 결국 어린 사마광이 돌멩이로 장독을 깨트려 구했다는 이야기에서 유래되었다.

하나를 잡으려면 하나를 버려야 한다. 손에 하나를 움켜쥐고 있으면서 하나를 더 쥐려고 하면 모두 다 잃을 수 있다. 내 떡이 있는데도 더 커 보이는 남의 떡을 탐낼 때 불행이 시작된다. 낡고 오래된 지식도 비워야 새로운 지식을 습득할 수 있다.

얼마 전 '1차 학교 현장의 소리 결과'라는 공문을 보았다. 현장에서의 의견을 수렴하여 형식적이고 불필요한 각종 절차와 보고, 전시성 행사 등이 폐지, 개선된다는 것이었다. 이제 1차이니 앞으로 이러한 군더더기에 대한 가지치기는 계속될 것이며 현장에서 체감하는 실질적인 잡무 경감은 점점 더 커질 것이다.

교육청의 이러한 노력들은 결국 학생을 선생님께 돌려주고 행복한 수업을 학생과 교사에게 되돌려주겠다는 취지이다. 교육행정의 미니멀리즘은 아이들에게 집중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주며, 교육 본연의 목적에 충실할 수 있게 한다.

미니멀 학교를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조직문화의 개선도 절실하다. 위로부터의 지시에 대해 헌신과 희생을 과묵하게 따르는 구성원만이 바람직한 표본이 되어서는 안 된다. 방향 없는 헌신과 따져 묻지 않는 맹목적 성실함이 잘못된 권위와 관행을 강화하여 건강한 조직의 발전을 저해할 수도 있다. 학교에서 추진하는 많은 일들이 아이들을 진정 위하는 것인지, 교사로서의 질적 성장에 기여하는 것인지 끊임없이 자문해 보아야 한다.

교실에서의 미니멀리즘에 대해서도 고민해본다. 한때 나는 이것도 해야 하고, 저것도 잊어서는 안 되며, 그것도 신경 써야 하는 현장의 많은 임무 때문에 번아웃을 겪기도 했다. 갖가지 자료들을 인쇄해서 아이들에게 투입하고, 자투리 시간마저 통제하며 과제를 제시하기도 했다. 이것저것 다 잘하려는 것이 때로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보다 못하기도 한다는 것을 점점 깨닫는다. 경력이 더해지고 노련해질수록 교육 본연의 목적에 맞게 간소화되고 다듬어지는 것을 선배 교사들을 통해 많이 보고 배운다.

국제학력평가에서 1등을 도맡아 하고 있는 핀란드의 교육모토는 'Less is more(적은 것이 크다)'이다. 교실의 환경정리는 간소하며, 아이들에게 과도한 숙제를 제시하지 않고, 교사들에게도 업무시간 외에 남아서 수업을 준비하는 것을 지양한다고 한다. 교사들은 행정업무가 거의 없고, 아이들은 학업에 대한 지나친 부담이 없다고 한다.

무엇을 버리고 무엇을 채워야 할까? 미니멀리즘은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어떠한 것을 이루기 위한 수단이 되어야 한다. 비워진 상태가 이루어야 할 목적이 아니라 비워진 후에 비우고 남은 시간과 에너지로 무엇을 하느냐가 중요하다.

즉 무엇을 위해 비움을 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선행되어야 한다. '한 명의 아이도 포기하지 않는 교육'을 위해 무엇을 선택하고 무엇에 집중할지 고려해야 한다. 불필요한 것들이 필요한 것을 방해하고 있지는 않은지, 지금 하는 일, 앞으로 하고자 하는 일이 우리가 세운 목표와 한 방향 정렬이 되어있는지 끊임없이 따져보아야 한다.

비움은 채움을 위한 전주곡이다. 비워야 채울 수 있는 여지가 생긴다. 채움이 지나쳐 넘치는 그릇 보다 비워서 채울 수 있는 교육을 꿈꾸어본다. 지금 대한민국의 교육에 필요한 것은 더하기가 아니라 빼기이며, 교실 속의 내게 필요한 것은 불필요한 것에 얽매이지 않는 강인함과 관철화하려는 단단한 의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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