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곽 방치해 접근성 떨어져…‘보리’등 흑구문학 가치 재정립 필요

▲ 포항 호미곶에 사실상 방치돼 있는 흑구문학관/포항문협 제공

한국 수필문학의 대표작 ‘보리’로 유명한 한흑구 선생의 ‘흑구문학관’ 포항도심 이전사업이 속도를 내고 있다.

한국문인협회 포항지부(회장 최부식) 임원진과 아동문학가 김일광, 포항시의회 김민정 의원(자유한국당 비례대표)은 최근 모임을 갖고 도시 외곽에 방치돼 있는 흑구문학관과 흑구문학비의 도심 이전을 위한 구체적 방안을 논의했다.

포항문협은 올해 창립 40주년을 맞아 포항 문화의 산파역이자 포항문협 창립을 주도한 한흑구 선생을 기리는 문학관이 무관심 속에 있는 것을 안타깝게 여기고 호미곶에 있는 문학관과 송라면 문학비의 도심 이전 등을 추진하고 있다.

포항문협은 7월중 ‘흑구 문학의 재평가와 흑구문학관 도심 이전을 위한 토론회’를 개최하기로 하고 실무적인 준비는 포항문협에서 맡기로 했다.

토론회에서는 지역의 명망있는 문화계 인사를 망라해 가칭 ‘흑구문학관 및 흑구문학비 도심 이전을 위한 추진위원회’ 구성 방안 등에 대한 논의가 있을 예정이다.

또 오는 13일에는 전국 타 지역 문학관 방문을 통해 흑구문학관의 효율적인 운영방안 등을 확인할 예정이다.

생전의 한흑구 선생을 가까이서 모셨던 김일광 동화작가는 “현재 흑구문학관의 입지 조건이나 운영 현실을 보면, 도심으로 이전해 문학관답게 운영하는 것이 타당하다”며 “흑구 선생의 장남인 한동웅 선생과 지역의 뜻있는 문화계 인사들도 흑구문학관의 도심 이전과 활성화를 간절히 바라고 있는 만큼 포항시 승격 70주년을 맞이한 올해 흑구문학관 이전을 위한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포항문협 임원진과 김민정 포항시의원 등이 문학관 이전 등을 협의하고 있다/포항문협 제공

앞서, 김민정 포항시의원은 제261회 포항시의회 임시회 5분 자유발언에서 “흑구문학관의 낡은 시설, 좁은 공간, 빈약한 전시물을 보면 과연 이곳을 ‘문학관’이라고 할 수 있을지 강한 의구심이 든다”며 “지금 흑구문학관은 어떠한 문화 프로그램도 운영이 불가능한 유명무실한 상태”라고 지적하며 도심이전 등 활성화 대책을 포항시에 촉구했다.

김 시의원은 △흑구문학관의 접근성이 좋은 도심으로 조속히 이전 △내연산 보경산 경내에 있는 흑구문학비를 흑구문학관 이전에 맞춰 함께 이전 △흑구문학관을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전문 관리자 채용 △한흑구 선생을 포항의 문화예술과 정신문화를 대표하는 인물로 재평가 할 것을 강조했다.

평양에서 태어난 한흑구 선생은 1929년 미국으로 건너가 시카고 노스파크대학에서 영문학을 전공했으며 1939년 흥사단 사건에 연루돼 옥고를 치르기도 했다.

포항에 정착한 그는 호미곶 구만리의 보리밭을 산책하며 한국 수필문학의 고전이라 할 수 있는 수필집‘동해산문’을 출간했다. 동해산문에는 대표작인‘보리’라는 작품이 있다.

포항시는 2012년 5월 17일 그의 문학과 삶을 재조명하기 위해 구만리 마을회관에 한흑구 문학관을 개관했지만 접근성이 떨어져 있는데다 시 예산 지원도 전무해 방치돼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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