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율동 편집국 부국장

“돌다리도 두들겨 보고 건너라”

지난해 남북정상회담에 이어 지난달 30일 판문점에서 정전 66년만에 북미 정상의 만남이 이뤄져 다시 한 번 전 세계인의 이목이 한반도를 향해 집중됐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판문점 군사분계선을 넘어 사상 첫 북한 땅을 밟은 미국 대통령이 됐고 이후 기다리고 있던 문재인 대통령과 만나면서 남북미 정상의 DMZ 회동이 이뤄졌다.

이러한 역사적인 남북미 정상들의 만남을 지켜본 우리 국민들은 놀라움과 한반도 평화와 통일에 대한 기대감을 금치 못했다.

하지만 이러한 남북미 정상들의 만남이 곧바로 한반도 평화와 통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섣부른 기대감과 환상은 금물이다. 아직까지 이를 위한 실질적인 조치가 아무것도 이뤄진 것이 없기 때문이다.

물론 남북미 정상들의 만남이 이러한 조치를 위한 큰 틀에서 선행되어야할 조건임에는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지만, 정상들의 합의점이 도출되고 이에 따른 세부조치 사항들이 실행되지 않은 가운데 때 이른 기대와 환상은 자칫 국민 분열과 혼란을 야기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 정부나 국민 모두는 ‘뜨거운 가슴 차가운 머리’로 한반도 평화와 통일에 대해 “돌다리도 두들겨 보고 건너라”는 옛말처럼 신중하게 바라보고, 대처해야 할 것이다.

로마의 군사전략가 베게티우스는 ‘평화를 원하거든 전쟁을 준비하라’는 말을 남기면서 이 한 문장에 국가안보의 본질을 명확하게 꿰뚫었다. 즉 이는 국가가 외부의 위협으로부터 스스로 지킬 힘이 있을 때 평화를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서 힘이란 국방과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경제력이다.

우리는 아직도 ‘7ㆍ4남북공동성명’ 2년 만인 1974년, 대통령 저격미수사건이 벌어지고 휴전선 이남으로 파내려오던 제1땅굴과 연이은 제2, 제3의 땅굴이 발견된 사실을 기억하고 있다.

또 ‘1차 남북정상회담’으로부터 불과 2년 후인 2002년, 북한 경비정의 기습 선제공격(제2연평해전)으로 우리 해군 함정이 침몰하는 것을 지켜봤다.

이는 북한이 과거부터 구사한 전형적인 대화 전략 중 하나인 화전(和戰) 양면 전술의 대표적 사례다. 화전(和戰) 양면 전술은 대화를 하는 척 하면서 한편으로는 군사적 긴장의 강도를 의도적으로 높여 남북 대화 시에 의제 설정 등 협상력에 있어 우위를 선점하는 전략이다.

물론 우리 민족의 염원인 평화통일의 달성과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를 위해 남북관계 개선을 추구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유사시 북한의 도발기도를 즉각 분쇄하고, 자유민주주의 체제와 국민의 재산과 생명, 영토 수호를 위해 국가안보를 튼튼히 유지하는 것 또한 절대 소홀히 해선 안 될 일이다.

이와 관련 지난달 15일 북한 어선 1척이 동해 북방한계선(NLL)을 넘어 표류하다가 우리 측에 예인됐다. 문제는 북방한계선을 넘은 북한 어선이 이를 지켜야할 우리 군에 의해 발견된 것이 아니라 해상에서 조업 중이던 우리 어선에 발견돼 관계 당국에 신고 됐다는 것이다.

이는 북한어선이 대공 용이점이 있느냐 없느냐 보다 우리 군의 대북 경계태세가 뚫렸다는 것이 국민으로부터 가장 큰 우려를 낳고 있다.

국가안보의 최후 보루인 우리군의 경계태세가 이렇듯 허술 했다는 것은 군의 기강이 그만큼 느슨해졌다고 밖에는 볼 수 없는 상황이다. 따라서 우리 군은 해당 지휘관들의 문책조치로만 이번 사태를 수습하려고 할 것이 아니라 이를 계기로 다시 한번 군의 기강을 바로잡아 국민으로부터 신뢰받는 강군으로 거듭 나야할 것이다.

아울러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은 자유민주주의 체제의 우월성과 힘의 우위가 뒷받침 되고 북한 내부의 변화가 있을 때 진정 우리가 원하는 대업을 완성할 수 있음을 명확히 인식하고, 신중히 대처해 나아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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