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대한 일본의 반도체 소재 수출 규제 조치로 대구·경북에도 비상이 걸렸다. 앞으로 수출 규제가 탄소섬유나 반도체 제조용 장비 쪽으로 확대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면서 지역 산업계의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다. 대구·경북 기업은 소재·부품 등 일본의 중간재 수입 비중이 10%만 줄어도 연간 9천300억원 상당의 피해를 본다는 분석이 나와 일본 수입 의존도가 높은 구미산단은 긴장감이 커지고 있다.

정군우 대구경북연구원 박사는 최근 ‘일본의 반도체 소재 수출 규제 영향과 대응 방안’ 연구를 통해 대일 의존도가 높은 주력 산업의 소재·부품 등 중간재 투입 비중이 10% 줄어든 경우를 가정해 분석한 결과, 대구의 모든 산업은 연간 2억5900만달러(약 3061억원), 경북은 5억2600만달러(6217억원) 등 대구·경북 기업은 총 7억8500만달러 (9278억원) 상당의 생산이 감소한다고 밝혔다. 산업 부문별로는 통신장비 4천400만달러, 기계장비 3천400만달러, 화학 3천만달러 등으로 생산 감소 피해를 보며 이에 따른 부가가치도 대구 1억1천500만달러, 경북 2억3천400만달러나 줄어드는 것으로 추산했다. 특히 경북은 반도체 제조용 장비·부품, 개별 소자 반도체 등의 산업 분야는 일본의 수출 규제가 장기화하면 생산 중단 등 큰 피해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했다.

전국에서 일본 제품 불매운동이 번지고 있다.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 일본 기업 리스트가 올라오고, 마트에서 일본산 제품이 자취를 감추고 있다. 패션기업 유니클로·데상트·무인양품·ABC마트, 아사히·기린 등 식음료 업체와 다이소·CU·세븐일레븐 등의 유통업체를 중심으로 일본 제품 불매 운동이 확산되고 있다. 일본계 담배회사 JTI가 예정된 신제품 출시 간담회를 취소하는 등 일본 제품 불매운동은 전 유통산업으로 점점 확대되는 모습이다.

이 시점에서 일본 제품 불매운동 등 이같은 대응 방법이 합당한지 의문이다. 감정적인 행동은 아닌지, 과거사에 몰입된 민족주의적인 맞대응은 아닌지 곱씹어봐야 한다. 일각에서는 일본 정부 및 반도체·전자 업체 등을 넘어 애꿎은 유통·관광업계에도 보복성 화풀이의 형태로 불매운동이 이뤄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타인에게 불매운동 참여를 강요하고 일본산 제품을 파괴하는 등의 실질적 테러 행위로 변질되면 안된다는 의견도 많다.

근본적으로는 대일 의존도가 높은 주요 부품과 부품 소재의 국산화로 자급률을 높여야 한다. 이에 앞서 정치력·외교력을 동원해 대화로 풀어 나가야 마땅하다. 국내 산업계 피해를 줄이고 국가 이익에 도움이 되도록 미래 지향적인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일본을 비난하는 발언이나 일본 여행 금지·일본 제품 불매운동과 같은 근시안적인 접근은 국익에 도움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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