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자문 한동대 교수

미국하면 질서를 잘 지키는 나라라고 생각들을 하고 있다. 맞는 말이다. 우선 교통질서를 잘 지킨다. 경찰들도 삼엄하고 법도 준엄하여 한번 걸리게 되면 수 십불에서 수 백불의 벌금을 내야하니 준법이 습관화 되었다고도 말 할 수도 있을 것 같다. 하지만 그 이전에 시민들의 준법정신과 예의바름은 우리가 배워야 할 부분이다.

이들은 길을 가다가 약간 스치기만 해도 미안하다는 말을 많이 하며 공공장소에서 큰 소음을 내지도 않는다. 모르는 이들이 마주쳐도 ‘하이’ 인사를 하며 ‘애프터 유’ 하며 갈 길을 양보하기도 한다. 물론 이들의 전통문화가 동양의 그것과 다르기에 그렇다 여길 수도 있지만, 분명 우리가 본받아야 할 부분이다. 서로 가볍게 인사하게 되면 어색하게 그냥지남 보다는 즐겁고 하루가 명랑해질 것 같다. 필자가 근무하는 학교가 서로 인사하기, 어른들에게 인사하기 등으로 잘 알려져 있지만 전국적으로 확대가 필요한 이유가 그것이다.

이번에 로스앤젤레스공항에 입국하며 사람이 많아 길게 줄을 서는데, 한 키 큰 젊은 남자가 슬그머니 중간에 새치기를 하고 또 다른 줄로 새치기 해 가는 것을 보았는데 누구도 표현은 안하지만 이상하다고들 생각하는 것 같았다. 경제·사회적으로 세상이 각박해지고 다양한 사람들이 몰려들면서 이곳의 전통문화가 흔들리기도 함을 목격하고 있다. 교통신호도 안 지키고, 새치기하고, 남의 물건을 훔치기도 하는 등. 미국의 대도시들만이 아니고 유럽의 대도시들도 마찬가지이다. 유럽의 유명한 공항도 과거와는 달리 어수선하다. 파리의 에펠탑 근처는 동양인들이 물건을 털리는 장소로 알려져 있다. 다양한 종류의 이민자들이 많아지고 가난한 이들이 많아지며 벌어지는 현상이라고 본다.

로스앤젤레스시의 인구는 400만명이며, 이를 포함한 로스앤젤레스카운티는 1,000만명이며, 주변을 포함한 메트로폴리탄은 1,500만명 정도이다. 이 메트로폴리탄은 우리나라의 1/3에 이를 정도로 넓다고 보며, 불법체류자를 포함한 실제거주자는 더욱 많을 것이다. 로스앤젤리스시에는 시장이 있고, 15명의 시의원이 있는데, 1인당 25-30만명의 인구를 대표한다. 로스앤젤레스 시의원들이 대단한 것은 이처럼 어지간한 시장들보다 많은 시민들을 대표하기 때문이다. 물론 로스앤젤레스 시장은 캘리포니아 주지사 지명 일순위이며 대통령출마도 가능하다고 본다. 물론 산하 경찰국장이 주지사 후보가 되는 것도 여러 차례 보았다.

로스앤젤레스시에는 35개의 계획지구(Planning Area)가 있으며, 756개의 마을단위를 기준으로한 센서스트랙(Census Tract)이 존재한다. 한 개의 센서스트랙은 보통 4,000명 정도의 인구를 포함하고 있으며 이것이 인구주택총조사(CENSUS)의 발표단위가 된다. 이 말은 우리 한국의 경우 시단위 혹은 구단위로 발표하는 인구주택총조사 자료들과는 차원이 다른 자세한 지역자료라는 것이다. 물론 미국의 센서스는 5년마다 실시하는 한국의 인구주택총조사와는 달리 좀 더 자세한 항목들, 예를 들어 센서스트랙 단위의 인구, 주택수 등만이 아니라 소득, 집세, 통근지 등을 물으면서 10년에 한번 씩 발표한다.

이러한 전통적인 분류와는 다르게 로스앤젤레스시에서는 1997년에 96개의 지역의회가 수립되었다. 이는 커뮤니티 단위의 지방의회이자 시민들의 좀 더 직접적인 여론수련기관이라고 보면 된다. 시의회 같은 위상을 갖는 것은 아니지만, 지역에 관련되는 법안이나 계획안들을 좀 더 시민의 입장에서 리뷰할 기회가 생기는 것이다. 얼마 전 실시된 코리아타운 일각의 지역의회에서 22명 정원 중 한국계가 16명이 당선되어 한인들의 권리신장의 기회가 되었다고 좋아하고 있음을 보았는데, 그 후 한 유력한 시의원이 코리아타운 일부를 ‘방글라대시타운’으로 할애하는 안을 상정했을 때 이 지역위원들을 중심으로 한국인들이 반대운동을 벌여 코리아타운 경계를 지킬 수 있었다고 한다.

로스앤젤레스 카운티 내에는 가장 큰 로스앤젤레스시 만이 아니고 인구 30-50만에 이르는 롱비치, 파사디나, 글렌데일 등 큰 도시들이 있고 5만 정도의 독립된 시들이 매우 많다. 이들 지역을 뺀 나머지 지역이 로스앤젤레스카운티 관할 지역이다. 각 시에는 시장과 시의회가 있고, 카운티에는 카운티 수퍼바이저가 5명 있는데 투표로 선출된다.

시민들은 각자 자기가 좋아하거나 자기가 집값을 감당할 수 있는 도시와 동네를 선택하여 살 수 있다. 각자 세금을 내어 남의 동네를 위해서 보다는 자기 동네를 위해서 돈을 쓰겠다는 것이다. 이를 탓할 이유는 없고 오히려 현대사회 시민들에게 선택의 여지를 주는 것이라고 이야기하기도 한다. 학군에 중점을 주는 시민들은 다른 조건이 불리하더라도 그곳에 가게 되고, 교외로의 통근이 힘든 사람들은 다른 조건이 불리하더라도 도심을 선택하게 된다. 하지만 문제점은 있다. 도시들이 각자 나뉘어져 있으므로 광역적인 환경문제와 교통문제 해결이 어렵고, 빈부의 격차 내지 도시간의 격차가 큰 문제로 남아 있다. 또한 인구가 집중되는데 비해 주택수가 모자라서 전반적으로 주택가격과 임대료가 끊임없이 오르고 있는데, 주택 추가건설이 각 도시의 다양한 규제로 인해 쉽지만은 않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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