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삼 사회복무교수 한국보건복지인력개발원 광주교육센터

'성추행, 차량털이, 몰카, 복무지이탈…' 이따금씩 언론에 비춰지는 사회복무요원들의 일탈 사건들이다. 이 때문에 복무요원들에 대한 부정적인 편견이 쌓였고 사회의 '음지'에서 묵묵히 버팀목 역할을 하는 5만 복무요원들의 사기를 떨어뜨리고 있다. 하지만 이는 극소수에 불과하다.

최근 서울 양천구 고층빌딩 화재 당시 찍힌 한 장의 사진. 용기있는 시민은 누구였을까요? 수영장과 학원들이 밀집한 11층짜리 상가 건물에서 불이 난 건 오후 6시쯤. 소방대원들이 오기 전까지 불길 앞까지 다가가 소화기를 분사하는 남성. 근처 장애인복지관에서 사회복무요원으로 근무 중인 K씨. 자칫 큰 사고로 번질 뻔한 화재가 30분 만에 인명피해 없이 마무리될 때까지, 학생과 시민 200여 명을 대피시키고 화재현장 불을 끈 사회복무요원.

L씨는 작년 3월부터 규암면에 위치한 지역아동센터에서 복무하며 방과후돌봄, 일상생활지도와 더불어 각종 프로그램 및 학습지도보조 등의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지역아동센터는 직원 3명이 39명의 아동들을 돌보고 있어 일손이 항상 부족한 상황이다. 이에 복무요원은 아동센터 내 청소, 마무리 작업 등 궂은 일을 도맡아 센터직원의 손길이 닿기 어려운 업무를 척척 해내는 것은 물론, 본인이 자발적으로 근무시간을 야간으로 조정해 고학년 이용 학생들의 학습 지도에 큰 도움을 주고 있다.

이같이 언론에 알려진 응급상황에서의 미담사례 외에도 우리 사회복무요원들의 역할과 활약은 헤아릴 수 없이 많다. 주중에 고단한 복무로 휴식이 필요하지만 주말엔 남모르게 봉사활동에 참여하는 사회복무요원들도 있다. 저소득 청소년들의 가정에 공부방을 만들어주고 기타를 메고 요양원을 찾아다니며 노래를 부르기도 한다. 또 십시일반 용돈을 모아 홀로 여름을 나는 어르신 댁에 선풍기를 들어 놓는 사회복무요원도 있다.

이처럼 우리사회에는 수많은 사회복무요원들이 활약하고 있다. 노인시설, 장애인시설, 아동시설에도 그리고 보건소와 주민센터에도 아름다운 복무요원들이 땀 흘리며 복무하고 있다는 사실은 국가적으로도 대단히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최근 수년간 한국보건복지인력개발원 전국 6개 교육센터(서울, 부산, 대구, 경인, 광주, 대전)에서 보건복지분야 사회복무요원에 대한 기본직무교육과 심화직무교육을 거친 사회복무요원의 등장은 보건복지 현장에도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사회복지사가 아니면 할 수 없던 일들, 예컨대 노인, 장애인, 아동 등 일상생활 지원, 이동보조, 프로그램보조, 응급처치 등 전문성이 요구되는 일들도 복무요원들이 능숙하게 수행하고 있다. 학습보조와 도시락배달, 세탁 등 고단한 일들도 복무요원들의 중요한 역할이라는 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제 사회복무요원이 없는 현장은 그만큼 서비스의 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다. 이러한 현장의 의미 있는 변화는 지난 2008년 ‘사회복무제도’ 도입의 결과일 것이다.

이제 우리는 복지대상자들의 행복, 나아가 모든 국민의 아름다운 삶을 위해 청춘을 바쳐 복무하고 있는 건강하고 가슴이 따뜻한 복무요원이 있다는 사실을 분명히 기억하고 응원해야 한다. 자신이 배치된 근무지에서 묵묵히 땀 흘리며 복지사각지대 해소와 포용적복지 실현의 기틀을 담금질하고 있는 우리 복무요원들이 가장 목말라 하는 것은 우리사회의 관심과 격려이다. 복무요원들의 역할과 임무수행 과정도 우리 국민들에게 제대로 알려져야 하겠다. 그동안 복무요원에 대한 잘못된 인식과 편견도 바로잡혀야 할 것이다. 앞으로 사회복무요원은 ‘포용적복지 실현의 초석’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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