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내 괴롭힘을 금지하는 개정 근로기준법이 시행됐다. 그동안 기업 문화 혹은 조직 관행을 핑계로 자행되던 사용자나 상사의 부당한 괴롭힘이 이제는 범법 행위로 징계 대상이 되고, 피해자들은 보호를 받을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은 지난해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의 물컵 던지기, 양진호 한국미래기술회장의 사내 폭행, 병원 내 간호사 태움 사태 등 사회적으로 물의를 빚었던 직장 갑질로 국민적 분노가 들끓으면서 법 개정이 이뤄졌다.

직장 내 괴롭힘은 어제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그동안 상사에게 괴롭힘을 당했다는 민원이 많았다. 사소한 직장내 괴롭림 갈등이 계기가 되어 사직까지 당하는 경우도 있었다. 괴롭힘의 대상이 된 근로자는 폭언, 업무배제, 불합리한 업무지시 등으로 공포 분위기, 정당한 이유 없는 해고 상황에 직면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 법의 시행 전에는 법으로 해결하려면 민·형사소송에 끼워 맞추는 식이다. 형사상 명예훼손죄나 모욕죄로 고소하거나 민사상 불법행위에 따른 손해배상 청구하는 식이 고작이었다. 특히 어떤 행위가 괴롭힘인지 판단하기 어렵다 보니 속시원한 결과를 얻지 못했다.

직장은 생업을 위한 일터이며 근로자가 하루의 대부분을 보내는 곳이다. 직장 내 상하 관계가 부당한 신체적·정신적 폭력과 인격적 모욕으로 이어지면 안된다. 권위주의 시대에 당연시했던 무조건적인 상명하복은 결코 미덕이 아니다. 아무리 상사라고 해도 업무시간을 포함해 아랫사람을 함부로 대했다면 이제는 없애야 한다. 업무 스트레스는 흔한 일이지만 인간관계 특히 상하관계에서 갈등이 있다면 직장에서 견디기 어렵다. 이러한 직장 내 괴롭힘을 법으로 금한 것은 사회적으로 큰 의미가 있다.

하지만 정상적인 경영활동마저 이 법의 적용을 받는다는 것은 불합리한 일이다. 음주나 회식 참석 강요, 욕설 및 폭언 등은 당연히 자제돼야 하고 그런 행위를 하는 상사는 처벌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저성과자에 대한 상사의 성과 향상 조치를 괴롭힘이라고 주장하면 대한민국에서 기업 할 사람이 몇이나 되겠는가. 법 시행과 함께 봇물 터지듯 고용노동부에는 진정 사건이 접수되고 있다고 한다. 주관적일 수밖에 없는 ‘괴롭힘에 대한 모호한 정의’로 인해 기업활동이 위축돼서는 안된다. 정부는 괴롭힘 사례에 대한 명확한 매뉴얼을 만들어 일선에서 벌어지는 혼선을 예방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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