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가경정예산안 국회 처리가 또 미뤄졌다. 여야는 6월 임시국회 회기 마지막 날인 지난 19일 정경두 국방장관 해임건의안, 추가경정예산안과 민생법안, 일본의 수출규제 철회 촉구 결의안 처리를 논의했으나 끝내 본회의 일정을 잡지 못했다. 4월, 5월 허송세월한 데 이어 6월 국회도 단 한 건의 법안을 처리하지 못한 채 막을 내렸다. 특히 지난 4월 25일 경기 부양과 재난 대응을 위해 국회에 제출된 추경안을 처리 못한 것이 뼈아프다. 모든 것이 때가 있듯 추경안도 지금 처리돼야 애초 편성한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데 말이다.

6월 임시 국회에서 추경안 처리가 불발된 것에 대해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는 “자유한국당이 강 대 강 대치를 원한다면 선택할 수 있는 수단도 꽤 많이 있다”며 “한국당이 추경안 처리에 나설 때까지 기다리면서 정쟁이라는 나쁜 악순환의 고리를 단호히 끊는 길로 가겠다”고 경고했다.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는 “일본 통상보복 대응 추경의 경우 액수와 항목도 확정하지 않은 채 ‘그저 통과시키라’는 식이었다”며 “추경액도 1200억원에서 3000억원으로 갔다가, 5000억원, 8000억원 등으로 종잡을 수 없이 왔다 갔다 한다”고 지적했다.

여야가 다투는 쟁점이란 것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사소하기 그지없다. 자유한국당은 국방장관에 대한 해임안 표결을 추경 처리 조건으로 내걸고, 더불어민주당은 해임안 처리에 완강히 반대하는 게 이유다. 한국당이 생각하는 국방장관에 문제가 있다면 추경은 추경대로 처리하고, 해임안은 별도로 협의하면 될 일이다. 추경안에 장관 해임안을 연계시켜 국회를 마비시키는 건 옳지 않다. 여당인 민주당 역시 정 장관 해임안 표결을 막겠다고 추경 처리에까지 지장을 주는 건 설득력이 없다. 민주당은 야당에 맞서 똑같이 싸움을 벌일 게 아니라 정치력을 발휘해야 한다. 여야가 말로는 ‘위기’ 운운하면서 실제로는 당파적 이익을 앞세워 국회를 내팽개친 꼴이다.

여야 5당은 최근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회담을 갖고 일본 경제 보복 조치에 초당적으로 대처키로 약속했다. 일본의 수출 규제에 따른 한일 갈등 심화라는 국가적 난제에서 정치 지도자들이 모처럼 초당적 대처에 나서겠다고 하니 국민들은 반가웠다. 그러나 하루도 지나지 않아 국회는 추경안과 대일 결의안조차 채택하지 못하는 정치적 부재를 드러내고 말았다. 3당 원내대표가 22일 다시 협상을 이어갈 예정이라고 한다. 하루라도 빨리 여야가 이견을 절충해 추경안과 대일 결의안 외에 여러 민생법안 처리에도 최선을 다하길 기대한다. 당의 이익보다 국민의 이익을 먼저 생각하는 국회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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