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기홍 포항시티병원 소아청소년과장

▲ 서기홍/포항시티병원 소아청소년과장
개발시대를 겪으며 생활수준의 향상으로 충분한 영양공급이 제공되면서 한국인들의 평균키도 꾸준히 늘어나서 최근 통계에 의하면 20세 기준 평균키가, 남성의 경우는 174cm, 여성의 경우 161cm에 달한다고 한다.

거리를 지나다 보면 연예인 뺨치게 키 크고 잘생긴 청춘남녀들이 허다하다. 바야흐로 외모중시 시대가 열린 것이다.

선진 외국인들의 생활 사진을 보면 다양한 인종들이 각자의 외모와 개성을 서로 존중하면서 살아가는 그야말로 다양성이 꽃피는 보기 좋은 장면들을 목격하게 되는데, 우리 국민들은 단일민족이라는 고정관념이 있어서 그런지 유독 남들과 잘 비교하고 경쟁하는 심리가 강한 것 같다. 그래서인지 키 크기의 문제에 있어서도 어지간한 관심이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 애가 다른 또래 애들에 비해 키가 좀 작다든지, 성장이 좀 부진하다고 여기면 대다수 부모들은 마음 아파하고 애들의 미래를 위해서 성장클리닉이라는 곳을 한번쯤은 기웃거리게 되는데, 병원에서는 여러 가지 검사를 하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검사가 성장판검사라는 것이다.

좌측 손 사진을 찍어서 소아의 골연령(bone age)를 가늠하게 되는데, 그러면 성장판이 과연 무엇인지 궁금할 것이다. 성장판이란 길이가 두께보다 긴 장골(long bone)의 양쪽 끝 골단(epiphysis)과 골간단(metaphysis) 사이에 위치하여 뼈성장이 일어나는 연골부위로 성장이 왕성한 소아의 경우 손 x-ray 사진에서 검은 선(line)으로 나타나지만 성장이 완성된 청소년이나 성인의 경우는 골단과 골간단이 융합되어 흔적이 조금남거나 없어지게 된다.

흔히 키가 작다고 클리닉을 방문하는 소아들의 경우 대개는 정상범위 내에서 작은 경우들인데 가족성 저신장증, 체질성 성장지연, 저출생 체중아 등의 경우가 대부분이나 드물게는 성장호르몬, 갑상선호르몬 같은 성장에 관여하는 호르몬결핍증, 만성 콩팥질환 같은 만성질환, 심한 알레르기질환, 성조숙증 같은 경우도 있어서 반드시 치료를 시작해야만 하는 경우도 있다.

골연령이 역연령(chronological age 달력나이)과 비슷한 경우 가족성 저신장증 같은 경우를 생각할 수 있고, 골연령이 역연령보다 늦는 경우는 체질성 성장지연, 성장호르몬 결핍증 같은 경우를 생각할 수 있으며 반대로 성조숙증 같은 경우는 골연령이 역연령보다 더 앞서게 된다.

따라서 성장판검사를 통해 소아의 골연령을 측정하고 성장장애의 분류를 할 수 있으며 최종 성인키도 대략적으로 예측할 수가 있는 것이다. 연령과 성별이 같은 애들 중 키가 3백분위수 미만인 소아, 평균키 보다 10cm이상 작은 경우, 년 성장속도가 4cm 이하인 경우는 반드시 성장판검사가 필요하며, 그 정도는 아니더라도 또래 애들에 비해 작은 경우 성장상태를 정확히 평가하기 위해서, 그리고 사춘기연령의 청소년들은 누구나 성장판검사를 받아 보는 것을 권한다. 성장판은 한번 닫히면 키 성장이 끝나는 것이기 때문에 시기를 놓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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