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자문 한동대 교수

역사 이래 다툼과 전쟁이 없었던 적은 없다고 본다. 원시시대에는 사냥을 하고 열매를 수집했는데 수확이 적으니 씨족들 간에 영역다툼이 있을 수밖에 없었다. 추후 인구가 늘어나고 부족국가들이 형성되면서 그 다툼이 더욱 치열해졌다고 보아진다. 국가는 대개 같은 부족 내지 민족들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으나, 여러 민족들이 한 국가를 이루는 경우도 많아졌고, 민족분포가 복잡한 나라에서는 서로 간 갈등이 치열한 분쟁으로 격화된 사례가 많다.

같은 민족으로 불리더라도 강대국의 이해관계 내지 사상적 차이 등으로 서로 다른 국가나 체제하에 이격되어 살다가 통합된 국가를 이루었거나 이를 위해 노력하는 과정에서도 주변 타민족들과도 물론이고 동족간에도 갈등과 분쟁이 발생하는 경우가 흔하다. 팔레스타인분쟁도 이스라엘과 주변 국가 간의 민족·종교·영토문제가 복합적으로 얽힌 국제분쟁이다. 서남아시아의 쿠르드족 문제나 지중해의 키프로스 분쟁은 또 다른 예이다. 구 유고슬라비아연방은 해체되는 과정에서 종교 다른 민족들 간에 인종청소 참극이 일어나기도 했다. 아프리카에서 발생한 수많은 내전도 근본적으로는 종족갈등과 관련된 분쟁들이며, 최근의 중동지역 분쟁들은 이슬람 종파 간 갈등, 즉 같은 종교 종파 간의 교리해석 내지 국내외적 이슈에 대한 입장 차이가 격화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중국에서도 소수민족문제가 크다. 중국은 인구의 92%를 한족이 차지하지만 55개에 이르는 소수민족이 있다. 그들 중 중국정권이 가장 촉각을 곤두세우는 소수민족이 위구르족, 티베트족, 그리고 몽골족인데, 이들은 인구도 많고 이들의 독립운동이 배후세력에 의해 지원되기 때문인데, 위구르족은 이슬람 중앙아시아 국가들, 티베트족은 인도에 망명한 달라이 라마, 그리고 몽골족은 몽골이 후원하고 있다. 이러한 소수민족 문제는 중국으로서도 해결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아지나 국제적인 시각으로 볼 때 중국정부의 무력적 대응에 바탕을 둔 정책방향에도 문제가 있다고 보아진다. 요즈음 미얀마인들의 소수민족인 로힝야족에 대한 핍박이 미디어에 오르내리고 있다. 로힝야족은 미얀마 북서부 등 여러 나라에 거주하는 인구 200만명 정도의 소수민족으로 미얀마에 거주하는 로힝야족은 110만 명 정도이다. 대부분 무슬림으로서 불교국가인 미얀마에서 지속적인 차별과 억압을 받아왔다. 미얀마정부는 로힝야족들을 자국민으로 인정하지 않고 다양한 박해를 가하고 있는데 심각한 인권침해가 인종청소로 비유될 정도라고 한다. 미얀마정부는 공식적으로 130개 이상의 민족을 인정했으나 로힝야족은 포함하지 않았으므로 로힝야족 대부분이 미얀마시민권을 가질 수 없고 불법이주 외국인으로 분류되고 있다. 1823년 이전에 외국인으로 등록한 경우라도 자녀 학교입학, 의료 등 기본적인 혜택을 받을 수 없다.

이 같은 분쟁들은 당사자들을 죽고 다치게 만들고, 비인간적인 행위들로 인한 상처를 지니게 하고, 경제적·시간적 소모를 가져올 뿐만 아니라 인류 전체의 평화와 안전을 위협하기도 한다. 이러한 세계 여러 지역의 비참한 분쟁들을 막기 위해서는 당사자들만이 아니라 지구촌 구성원 모두의 노력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 많은 나라들이 외교적으로 UN 등 국제기구가 이러한 문제를 경감시키고 중재하고자 노력하고 있지만, 해결이 쉽지 않고, 해결된 듯 보여도 불씨가 꺼지지 않으니 문제이다. 요즈음은 우리나라에서도 정부기관만이 아니라 수많은 교회, 대학, 그리고 NGO들을 통해서 많은 국민들이 비참한 상황에 처한 이들을 돕기에 열심이나 아직은 진전이 쉽지도 않다.

여러 민족들이 한 개의 나라를 이루고 있더라도 서로 돕고 양보도 하며 살아갈 수 있을 것 같은데, 성공적인 예가 그리 많지 않다. 미국의 경우에는 역사적 배경이 좀 다르기는 하지만 50개 주가 자유민주주의 체제 아래 어느 정도 독립적이면서도 하나의 미국인들로서 통합적으로 잘 살아가고 있으나 인종차별과 다툼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과거 소비에트는 강력한 공산체제 아래 여러 반독립적인 자치구들로 연방을 이루고 있었지만, 소비에트 해체이후 많은 국가들이 독립을 했고, 아직도 러시아 각지에서 독립투쟁이 끊이지 않는다.

단순히 문화적 차이에 따른 갈등이라면 서로 다른 문화의 가치를 이해하고 인정하는 문화적 상대주의와 다문화주의 사고의 중요성교육 등을 통한 점진적 해결이 가능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사안들이 그리 간단치 않다. 인종적 맬팅 팟이자 가장 발전된 나라인 미국의 경우에도 인종차별이 존재한다. 일본에서도 우리 동포들에 대한 민족차별이 존재하고, 우리나라에서도 동남아인들에 대한 오해와 차별이 존재한다. 이러한 사소한 차별들이 사회불안의 원인이 되고 분쟁으로 발전할 소지는 얼마든 있다. 21세기의 글로벌 이슈라면 빈곤·지역격차, 환경오염, 다툼과 분쟁 등 다양할 것인데, 이러한 문제들 중에서 가장 시급히 해결해야 할 것은 로힝야족 사례에서 보는 것 같은 차별과 억압이고 또한 몇몇 나라들에서 보아온 인종청소로 불리는 야만적 행태라고 생각된다. 어떠한 역사적인 내력과 그 나라 나름의 사정이 있다 하더라도 인간의 생명과 권리가 남에 의해 쉽게 좌지우지 되어서는 않된다. 불쌍한 이들을 도와주려해도 어떻게 처신해야 할 것인지 먼저 고민해야하는 시대에 와 있으니 우리 모두의 마음이 밝지만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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