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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무주물선점(無主物先占)과 동네북최영열 사회2부 부장
   
우리나라 민법 제252조에 따르면 소유권이 미치지 않은 동산(動産), 즉 소유권자가 없는 동산이나 산과 들의 새 · 짐승이나 바다의 고기 등이 무주물(無主物)에 해당하며, 무주물은 소유의 의사로 점유를 시작한 때에 그 자가 소유권을 취득한다. 이것을 ‘무주물선점’이라 한다. 소유자가 소유권을 버린 동산도 무주물에 해당한다.

지금의 대한민국이 바로 무주물의 처지에 놓인 것처럼 보인다. 깃발만 먼저 꽂으면 자신의 영토가 되는 시대가 있었던 것처럼 대한민국을 넘보는 주변국들은 모두가 도둑놈처럼 보인다. 구한말 제국시대를 연상케 할 정도로 강대국들의 각축전(角逐戰)을 바로 눈 앞에서 보게 되니 이게 무슨 심사인지 도대체 알 수가 없다.

지난 23일 오전부터 우리나라 남해와 독도를 중심으로 한 동해 인근에 세계 최고 강대국에 속하는 러시아와 중국, 일본, 대한민국 군용기 등 23대가 일제히 날아올랐다. 그 와중에 중국 폭격기는 이어도 방공식별구역을 침범해 독도로 향했고 러시아 공중경보기와 폭격기들도 남하해 독도 인근 영해를 침범했다. 양국 모두가 핵무장이 가능한 전략 폭격기들이다.

이러한 상황이 전개되자 일본도 자국 영토인 독도(다케시마) 영공을 침범했다고 전투기를 발진시켰으며, 러시아 공군기를 향해 위협사격을 벌인 우리 공군에게 일본 영토 내에서 사격했다고 비난하고 나섰다.

핵 탑재가 가능한 폭격기를 타고 남의 영공을 허락도 없이 휘젓고 다니면서 러시아는 침범한 일이 없다고 발뺌을 하고 중국은 러시아와 연합 군사훈련을 했다고 발표했다.

일본은 이에 한술 더 떠 영해를 침입한 러시아 군용기에 규정에 따라 우리 공군이 위협사격한 것을 두고 자국 영공을 침입해 기총 사격했다고 항의를 해 왔다. 이는 독도가 일본의 영토이라고 주장하는 것이 아닌가.

국제 관계는 이렇듯 급변하는데 우리나라 대통령과 청와대, 정부, 여당은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인지 답답하기만 하다. 꿀 먹은 벙어리가 돼 남의 집 불구경하는 모양새다.

북한은 북미 회담 중에도 핵 개발을 계속했음이 증명됐고 최근엔 요격이 불가능하다는 이스칸데르형 탄도미사일 실험도 마쳤다. 그 외에도 동해 목선 귀순 이후 목선들이 계속 발견되고 있으며, 서해 평택해군사령부 정찰 징후까지 보였다. 지난 23일에는 미국까지도 위협하는 대형잠수함 건조 사진까지 의도적으로 유출하는 등 위협을 계속하고 있다.

이런 와중에 우리나라가 벌인 일은 무엇인가. 가짜평화 공세에 안보 허물기가 계속됨은 물론 병사 개인의 생명 보호를 위해 훈련하는 총검술 금지와 훈련을 너무 강하게 시킨다고 군단장을 해임하라는 청와대 청원까지 나왔다. 군 기강 해이 풍조가 끝이 없다.

군 병력 축소에 대한 우려는 첨단 경계 장비 구축으로 가능하다고 주장했지만, 육·해·공군이 10m 길이 목선들의 출현도 감지하지 못했는데, 반잠수정이나 잠수함의 침투를 막을 수 있겠는가.

이러한 사태가 이어지자 삼척항 인근 지역민들은 곧 시행될 지역 경계부대인 23사단의 해체 계획을 철회하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군이 경계를 서고서도 적의 침투가 이뤄졌는데 군부대마저 없어지면 고기잡이도 불안해할 수 없게 된다는 주장이다. 국가와 국민의 생명·재산보호가 군의 사명이 아니던가.

또한 북한의 핵과 무력 공세는 점점 더 강화되고 중국과 러시아는 연합해서 독도 상공을 무력시위 하듯 날아다니고, 일본은 군용기를 보내 우리 공군의 군사작전에 항의하는 현재 상황을 국민은 어찌 받아들여야 하는가. 동네북 신세다.

이는 모두가 한미동맹이 허물어지면서 발생한 것이라고 군사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6·25전쟁이 주한 미군 철수 13개월만에 전격적으로 이뤄졌듯 한미동맹의 균열은 약소국 대한민국에게는 위기가 아닐 수 없다.

핵을 가진 북한과 중국 러시아, 일본의 영토와 경제 위협 속에 대한민국은 단 하나밖에 없던 동맹마저 끊어질 위기에 처해있다. 4대 강국의 위협 속에서 전시 작전 통제권 환수를 주장하고 자주국방을 이뤄야 한다고 외치는 청와대를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정말 이해할 수가 없다.

지난 70년 수없는 북한과 주변 강대국의 위협 가운데서도 대한민국이 거듭된 경제 성장을 이뤄 세계 무역 대국이 된 것은, 세계 최강 전력인 미국의 힘으로 안보를 보장받았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이 미국 없이 자주국방을 이루고자 국방비에 대폭 국력을 쏟아 붓고 주변국들을 견제하며 지금껏 지내 왔다면, 과연 지금의 경제력을 갖출 수 있었겠는가. 장담할 수 없는 일이다.

최근 세계 최강국인 미국과 동맹이 허물어지자 주변 승냥이들이 독도를 사이에 두고 쟁탈전을 벌일 태세다. 무주물선점의 논리가 이곳에서도 적용되려는가. 민법상 무주물선점은 동산(動産)에 국한하는 것이지만 힘의 논리가 지배하는 국제사회에선 부동산도 예외가 아닌가 보다.

멀리 있는 친구와 우정이 돈독하기는 쉬워도 가까이 있는 이웃과는 우정을 이어가기가 쉽지 않다. 이권다툼의 여지가 너무 많기 때문이다.

지구상에 단 하나뿐인 대한민국의 우방이요, 혈맹인 미국과의 동맹이 깨어져서는 안 된다. 냉혹한 국제 질서와 강대국들 틈바구니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70년간 지켜온 한미동맹을 더욱 굳건히 다져야 한다.

전 세계에 나토(NATO) 등 다자 방어체제가 구축되고 있는 현 국제 정세 가운데, 약한 국력으로 나 홀로 자주국방을 외치는 것은 파멸을 자초하는 것이며, 전투를 목전에 두고 피아(彼我) 식별을 하지 못하는 것은 이미 전쟁에 진 것이나 다름없다. 이 나라와 민족이 살아남으려면, 자유민주주의 체제 수호와 함께 혈맹인 미국과의 동맹을 더욱 굳건히 해야 한다.

최영열 기자   cyy181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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