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수진 편집국 부국장

▲ 권수진 부국장
지난 26일 열린 이탈리아의 명문 프로 축구클럽 유벤투스 내한 경기의 파행 운영은 우리나라 스포츠산업의 열악함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등 우리사회에 시사(示唆)하는 바가 크다.

이탈리아의 명문 프로 축구클럽 유벤투스는 팀 K리그와 지난 26일 오후 8시50분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친선 경기를 치렀다. 결과는 3-3 무승부, 경기 내용은 그런대로 괜찮았다. 그러나 당초 오후 8시 킥오프 예정이었던 경기는 유벤투스 선수단의 지각으로 한 시간 가량 미뤄졌고, 큰 기대를 모았던 세계적인 축구스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는 아예 그라운드를 밟지 않았다. 12년 만에 한국을 찾은 호날두를 보기 위해 거금을 주고 경기장을 찾은 6만5천여 팬들은 실망을 넘어 분노했다.

경기 티켓값은 가장 싼 3등석과 휠체어석이 3만원, 2등석 C는 7만원, 2등석부터는 R, A~C등급이 매겨졌고 프리미엄존은 S, A, B등급으로 나눠졌다. 가장 비싼 자리는 프리미엄존 S석이 40만원, 1등석R이 30만원, 2등석R이 14만원이었다. 별도로 마련된 VIP 전용 관람 공간인 스카이박스 29인실은 1천700만원에 달했다.

시작부터 좋지 않았다. 유벤투스는 지난 26일 중국 난징을 떠나 내한했다. 하지만 당일 도착 경기라는 무리수를 뒀다. 유벤투스 선수단은 오후 3시 서울시 용산구 그랜드하얏트호텔 남산룸에서 유벤투스 팬 이벤트에 참가할 예정이었는데 중국 난징 출발 비행기의 연착으로 오후 4시29분이 되서야 호텔에 도착했다. 선수들은 호텔 도착 이후 휴식 및 식사의 이유로 1시간을 더 보내고 오후 5시30분 팬 사인회장에 나타났다. 호날두는 참석하지 않았고 잔루이지 부폰, 마티아스 데 리흐트, 페데르코 베르나르데스키, 보이치에흐 슈쳉스니 등 선수들이 참석했으나 서둘러 사인회를 마무리했다. 기다린 팬들은 허탈하게 현장을 떠나야 했다.

경기도 지각이었다. 유벤투스 선수단은 오후 6시30분께 서울월드컵경기장으로 출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퇴근 시간 서울 교통 상황 속에서 워밍업이 예정된 오후 7시5분까지 오는 것은 불가능했다. 밤 8시로 예정된 킥오프도 당연히 늦어졌다. 하지만 호날두는 끝까지 경기에 뛰지 않고 벤치를 지켰다.

유벤투스 내한 경기를 주최한 더페스타는 경기장 입장료, TV중계료, 광고수익 등을 감안 했을 때 수십억원을 벌었다. 유벤투스팀도 대략 30억원을 챙겼고 한국프로축구연맹도 수억원을 챙겼다. 경기를 보러 간 팬들만 ‘봉‘이 된 것이다. 결국은 더페스타가 돈을 벌기 위해 이번 이벤트를 계획했고 유벤투스, 한국프로축구연맹 모두가 돈벌이에 급급했다. 게다가 호날두는 귀가 후 집에서 러닝머신으로 운동하는 모습을 SNS에 올려 논란에 부채질을 했다. 이에 한국 축구 팬들이 행사 주최사를 상대로 집단 소송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번 유벤투스의 경기장 지각과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의 결장 등 사태가 유럽 구단이 아시아를 바라보는 인식을 보여줬다. 일부 유럽 구단들이 아시아를 돈벌이 수단으로 생각한다는 것이다.

이번 사태를 보면서 자기 한 몸 아낀다고 경기에 나서지 않은 호날두 선수도 문제지만 돈벌이를 위해 선수들을 배려하지 않고 무리하게 행사를 추진한 주최 측과 한국프로축구연맹도 잘못은 있다고 하겠다. 국제행사를 추진하려면 이번 일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외국의 슈퍼스타 초청 행사의 경우 문제 발생 시 주최 측이 통제하기 극히 어렵기 때문에 계약 관계를 분명하게 해야 하고, 대형 후원사도 필요하고 무리수가 없어야 된다. 축구팬들은 제대로된 국제경기를 보고 즐길 권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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