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포항시 SRF(생활폐기물 에너지화)시설 전면 중단을 요구하는 현안 문제를 제기한 주민들을 돕지 않고 방관했다는 이유로 자유한국당 소속 이나겸, 박정호 포항시의원에 대해 주민소환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 포항에서 주민소환제가 시도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SRF시설에서 각종 환경오염물질이 배출된다며 인근 주민들이 가동중단을 요구하고 있는 실정이다.

‘주민소환투표청구인대표자 증명서 교부신청서’를 접수한 포항시남구선관위는 절차에 따라 청구권자 4만3천463명의 20%인 8천693명으로부터 받은 동의서가 접수되면 심사와 주민소환 투표 청구, 요구공표 등 절차를 거쳐 주민소환 투표를 실시하게 된다. 오는 9월 27일까지 20% 동의를 받지 못하거나 각 절차에 따라 신청을 하지 않거나 투표를 하더라도 투표 참여율이 적으면 주민소환은 중지된다.

주민소환제(住民召還制)는 문제가 있는 지방행정에 대해 주민들이 투표를 통해 제재할 수 있는 직접민주주의의 대표적인 제도이다. 자치단체장이나 지방의원의 임기 중 직무에 문제가 있는 경우 주민투표를 통해 제재하도록 하고 있다. 투명하고 책임성 높은 행정을 가능하게 할 수 있지만, 주민소환이 잦을 경우 안정적인 행정 운영이 어렵기 때문에 남용을 방지하기 위해 임기 개시일로부터 1년 미만인 경우, 임기 만료일로부터 1년 미만인 경우, 주민소환 투표를 시행한지 1년이 지나지 않은 경우에는 주민소환제를 시행할 수 없다. 주민소환투표가 시행되려면 지역 주민 10~20%가 서명해야 하고, 해당 지역 유권자 3분의 1 이상이 투표해 투표자의 과반수가 찬성하면 대상 단체장이나 의원의 직무가 상실된다.

주민소환 사유는 지방자치단체의 장 및 지방의회 의원의 위법·부당한 행위, 직권 남용 등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주민소환법에는 소환 투표의 청구와 효력에 대해서만 규정하고 소환사유는 명시하지 않았다. 주민들이 어느 정도 힘만 모으면 어떤 이유로든 소환투표을 추진할 수 있는 것이다. 정적 제거를 위한 정치적 악용도 가능하다. 소환사유를 법에 명시하지 않아 이번 경우처럼 집단민원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다는 이유만으로 주민들이 직접 뽑은 시의원을 소환하는 일이 벌어지는 것이다.

주민소환제는 대의민주주의의 허점을 보완할 수 있는 제도지만 이미 여러 가지 부작용도 낳고 있다. 주민소환 투표 청구 남발로 주민간 갈등을 빚고, 세금을 축내며 행정력을 마비시키는 일이 발생하고 있다. 특히 자치에 관한 사항이기 때문에 선거비용은 국고가 아니라 지자체가 부담해야 한다. 시민들의 혈세가 주민소환투표에 사용된다. 주민소환사유에 미국처럼 배임, 직권남용, 법률위반 등으로 구체화하는 걸 적극 검토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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