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자문 한동대 교수

여름이라 바다로 가는 이들이 많다. 후덕지근한 날씨에도 바다에서는 시원한 바람이 분다. 바닷물에 몸을 잠그면 시원함은 물론이고 냉기까지 전해온다. ‘해운대’에도 ‘대천’에도 수많은 인파가 몰린다. 내가 거주하는 포항에도 도심에 영일대해수욕장이 있고 외곽에는 칠포, 월포, 구룡포 등 잘 알려진 해변들이 많고 여름에는 많은 이들이 찾는다.

포항처럼 도심해변을 지닌 곳에 사는 분들은 자주 잊고 있지만, 바닷가의 정취는 대단한 것이다. 특히 대도시나 내륙에 거주하는 사람들에게 바다는 경이로움 그 자체이다. 혼잡한 대도시도 아니고 한적한 시골마을도 아닌 인구 52만의 교육·연구·산업도시이자 해안도시인 포항의 도심해변은 적당한 인파 및 철강아트전시회·밴드페스티발 등 다양한 활동들과 함께 더욱 상쾌함을 주는 것 같다. 여름철만이 아니라 겨울철에도 바닷가 정취를 못 잊어 적지 않은 이들이 찾을뿐더러 싱싱한 물회, 가리비구이, 바닷가재찜 등을 저렴한 가격에 즐길 수 있다. 머잖아 해상케이블카도 개통될 것이고 호텔가격도 저렴한 편이다.

이번 여름 미국에 잠시 머물며 가 보았던, 마리나델레이, 베니스비치, 산타모니카비치, 그리고 저 멀리 말리부비치에 이르는 연단화된 해변들을 보면서 아직 한가한 포항과 인근 동해안의 해변들도 얼마 되지 않아 이렇게 붐비게 될 것임을 짐작해 볼 수 있다. 이 바닷가 언덕들은 멋진 전망을 지닌 고가의 별장들이 자리 잡고 있다. 바닷가에도 수많은 상가빌딩과 별장 겸 주거들이 바다를 면해 지어져 있고 배후도로의 오가는 이들의 시야를 가린다.

또한 이들 건물군들이 수백미터 계속되어도 일반인들은 이를 가로질러 해변으로 나갈 수가 없다. 해변언덕을 구입한 것이지 해변을 구입한 것이 아니기에 한동안 공공의 모래사장 접근권한에 대한 법적다툼이 있었다고 하는데, 과거에 이미 그렇게 지어놓은 것들을 바꾸기는 힘든 모양이다. 또한 상업화의 영향인지 무질서를 막으려는 것인지 많은 해변가가 철망으로 막아져 일반인들의 접근을 막고 있다. 공공이 이용할 주차장은 30분이든 온종일이든 20불 정도 받는 모양이지만, 이러한 주차요금을 피해 연단화된 비치 배후의 간선도로 변에는 수 많은 캠퍼, 미니밴, 그리고 승용차들이 몇 주에서 몇 달씩 그곳에 머물기도 하기에 혼잡한 도로와 함께 관광객들로서는 좀 정신이 없다. 물론 물가로 나가면 모래사장이 연이어 있고 적지 않은 인파가 수영복 차림으로 바다를 즐기고 있고, 한 해변에는 수 많은 서퍼들이 파도를 타고 있다.

가장 먼저 들렀던 마리나델레이는 많은 요트들이 정박해있고, 호텔, 레스토랑, 그리고 배후에 콘도 같은 건물들이 보이고 아주 멋지고 깔끔한 곳이지만 아침이라서 그리 큰 인파가 없었다. 포항시가 마리나시설을 계획 중임을 알기에 다시 한번 와보고 싶었던 곳이라서 사진을 여러 장 찍은 후 주변을 둘러본 후 베니스비치를 거쳐 자주 가던, 이미 많은 사람들이 붐비는 산타모니카비치에 잠시 들렀다가 북쪽의 말리브로 운전해 갔었다.

포항의 도심해변인 영일만해수욕장에도 한국식 2층 정자가 지어진 석조 피어가 존재하여 해변을 운치있게 꾸며주지만, 산타모니카 해변의 피어는 이와는 규모가 다른 거대한 구조물로서 그 위에 소규모 롤러코스터 등 수많은 놀이시설이 있고 레스토랑도 있고 파킹장도 있다. 물론 끝으로 나가 바다를 전망할 수 있는 곳들이 있고 아마 4-5천명의 사람들이 한번에 그 피어 위에서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것 같다. 물론 피어 아래 백사장에도 수 많은 인파가 몰린다. 여기서 말리브로 가는 길은 폭이 넓어도 혼잡한 것은 이곳 뒤편이 높은 구릉지대 고원이라서 간선도로가 해변도로 뿐이고 비오고 바람불면 낙석 내지 토사가 흔해서 도로공사가 끊이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비치도 유명하고 언덕 위 별장건물들에서 바다전망이 대단하기에 부유층들이 끝없이 건물을 매입하고자 하며 영화의 배경으로도 자주 나오게 되는 것이다.

포항에는 이와 같은 아름다운 해변이 도심의 영일대해수욕장에서부터 북으로 가면서 끝없이 이어진다. 이미 횟집이나 커피숍들이 자리를 잡고 있지만 아직은 개발될 곳들이 더욱 많은 곳들이다. 우목리로, 영일만항 북측 서핑장으로, 그리고 아직 개발 않된 아름다운 바닷가를 거쳐 칠포해수욕장, 칠포리 마을, 그리고 긴 해안도로를 거쳐 월포로 이어지는 아름다운 해변과 언덕들은 장차 별장들이 들어찰 곳이기에 지자체로서는 지금부터라도 그 수요에 대한 대비와 브랜드화할 홍보전략도 필요하다고 본다. 도로망정비가 필요하고, 작은 어선 정박시설과 횟집 등이 들어선 해변마을들이 과거보다 많이 좋아졌지만 무질서한 편이고 쓰레기가 쌓인 경우가 많은데 이에 대한 정리가 필요하다고 본다. 상하수도에 대한 관리도 필요하다고 보는데, 특히 폐수 및 화장실 오물처리에 대한 점검이 좀 더 철저해야 한다고 본다. 도심에서 멀어서 시 차원의 폐수처리시스템과 연결되지 않기에 각자의 폐수 및 정화조시설이 요구될 것인데, 제대로 설치되고 작동되는 것인지 점검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연해의 오염은 예나 지금이나 끝없이 계속될 것이다. 좀 더 효율적인 마을 단위의 상하수도 및 정화조 설치도 심각히 생각해야 할 것이며, 혹시 모를 해일 등에 대비할 필요도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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