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경진(한국unity-liberty연구소, 전중등학교장)

일본은 한국과 지리적으로 가깝지만 정서적으로 먼 나라이다. 한국인들은 일본에 대해 아픈 과거사를 잊지 못하고 감성적으로 대응하며 일본 약 올리기 정책을 용감하게 펼쳐왔다. 칭찬받기 원하고 비난받기 싫어하는 일본은 한국에 대해 경제 협력적 관계를 경제 보복적 관계로 전환하고 한국 핵심 산업에 대한 수출 규제 정책을 선택하고 있다.

한국의 반일 감정 부추기에 대해 일본은 한국과 전쟁한다는 마음으로 한국 경제를 소멸하기 위해 치밀한 사전 계획으로 준비하고 전 방위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그런데도 한국정부는 이러한 일본인들의 성향을 제대로 알려고 하지 않은 채, 단순한 무역전쟁으로 판단해 곧 슬기롭게 해결할 수 있으리라 낙관하며 안일하게 대응하고 있다.

또한 국민의 반일 정서를 자극해 일본상품 불매와 일본여행 반대 등 소극적인 반일 운동으로 감성적인 접근을 계속하고 있다. 일본은 민주주의 국가이며 중국은 공산주의 국가이다. 민주주의 국가들 사이의 전쟁은 군사전쟁이 아니라 경제전쟁으로 전개된다. 일본인의 마음 깊은 곳에는 한반도 지배의 그리운 추억이 남아있다.

あいまい(아이마이, 曖昧) 성향이 있는 일본이 한국에 경제보복정책을 추진하고자 하는 것을 결코 일본 단독으로 결정할 수 없는 것이고 미국 주도의 국제사회와 공조한 정책이다. 일본을 제대로 알아야 극일(克日)이 가능함에도 한국사회에서는 일본을 제대로 알려고 하지 않는 이상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첫째, 일본은 힘의 논리가 지배하는 국제 정세의 변화에 전광석화(電光石火)처럼 반응하는 나라다. 자기보다 힘이 월등한 나라와는 절대로 다투지 않는다. 16세기 포르투갈로부터 서구식 산업을 재빨리 배웠고, 조총을 대량생산해 일본 천하를 통일하고 조선반도와 중국대륙으로 진출하는 전쟁을 일으킨 나라다.

1902년 당시 세계최강국 영국과 동맹을 맺었고, 1904년 러일 전쟁에서 러시아의 남하를 견제하려는 영국과 미국의 지원을 받았다. 임란 직전 조선정부는 일본의 침략을 예상한 학자들의 의견을 받아들이지 않았으며, 구한말 국제 정세의 변화에 신속히 대응하지 못하고 친중파, 친러파, 친일파, 쇄국파로 분열되어 있었다. 국제 정세의 흐름에 역행하는 지금과 다를 바 없다.

둘째, 일본은 한반도의 분열을 이용해 1894년 청일전쟁, 1904년 러일전쟁에서 승리하면서 이미 서양 열강들과 어깨를 겨루는 제국주의를 이룩했고 세계적 강대국이 됐지만 한국은 아직도 이를 인정하지 않으려 한다. 중국의 무력 팽창과 북한의 핵무기로 인해 동북아시아의 군사력 균형 유지가 필요한 이 시대에 한국은 친중 친북 정책을 노골화하자 초강대국 미국은 일본의 우경화를 지지하고 군사적 강국이 되도록 허용하고 있다.

셋째, 일본은 전형적으로 강자에 약하고 약자에 강한 철저한 실리주의 외교 정책을 이어오고 있다. 국제 사회에는 영원한 친구도 영원한 적도 없다는 점을 가장 모범적으로 실천하고 있는 나라다. 1905년 일본은 미국과 카쓰라-테프트 조약을 맺어 미국의 필리핀 지배를 인정하면서 일본의 한반도 지배를 허락받을 정도로 오랜 친구인 것이다.

그러나 1941년 일본은 미국 태평양 함대의 심장부인 하와이 진주만을 기습 공격해 태평양 전쟁을 일으켰고, 미국은 1945년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원자폭탄을 투하했다. 미국에서는 각각 ‘진주만을 기억하라(remember Pearl Haebor!)’며 전물 장병을 추모했고, 일본에서는 원폭에 살아남은 건물에 히로시마 세계평화기념공원을 조성해 놓았다. 미국과 일본은 이처럼 철천지원수 같은 과거사가 있다.

그러나 태평양 전쟁이 끝나자마자 일본은 재빨리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받아들이고 1952년 미국과 안보 조약을 맺어 과거 원수처럼 적대시하던 마음을 속으로 삭이며 친선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최근 중국의 성장과 패권적 정치에 불안을 느끼면서 공동으로 대응하기 위해 미국과 긴밀한 군사 동맹을 맺고 있다.

끝으로 한국은 지금 국가 안보 불감증에 빠져 있다. 현재 한국이 미국과 중국 등거리 외교 노선을 선택하고, 친중 친북 정책을 선회하는 그 순간, 일본은 선제적으로 최강국 미국과 손잡고 합동 군사 훈련을 하고 있다. 일본은 자신보다 국력이 월등히 강한 나라와는 반드시 동맹을 맺고, 친선 관계를 유지하는 실리 외교를 선택한다.

예스와 노를 분명하게 밝히지 않는 애매 성향이 강한 일본이 노를 외칠 때는 전쟁을 선포하는 것이라는 알고 안일하게 대응하는 것이 답답하다. 친중 반미를 표방하며 대통령이 된 필리핀의 두테르테, 미국과 오랜 전쟁을 했던 베트남 공산주의 국가도 중국의 패권 위협에 맞서기 위해 친미를 선택했다.

무역을 통해 세계 10위권의 강국이 된 한국이 나가야 할 길은 대세와 대의를 따라 자유 민주주의를 선택한 국제 사회와 공조하는 정책을 선택하기 바란다. 한국인은 ‘한미 군사 동맹은 좋다, 한미일 3자 군사 동맹은 싫다’는 감정은 속으로 삭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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