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재일 수필가

지난주 휴가를 다녀왔다. 운전을 하려고 주유를 하다가 영수증 수거함에서 생활쓰레기를 버리지 말아 달라는 호소문을 보았다. 이전에는 무심히 차의 쓰레기를 버리곤 했던 쓰레기통이었다. 고속도로 휴게소는 쓰레기를 버리는 곳이 아니라는 플랜카드도 보았다.

산책을 하다가 풀 속에서 자동차 범퍼 조각을 보았다. 다른 지역 사람이 이곳에 와서 교묘히 버린 것 같다. 다른 쓰레기도 보였다. 사용하던 전자제품이나 필기구 등 써도 될 것 같은 물건도 있었다.

그러고 보니 이번 휴가에서 특별히 재미있게 놀았던 기억이 별로 없고 가는 곳마다 쓰레기와 관련된 기억만 남았다. 쓰레기 자체 보다 외부 쓰레기 반입을 거부하는 외침이 인상 깊었다.

휴가를 마치고 숙소인 리조트를 정리하며 쓰레기를 처리하려니 분리수거가 어려운 상황이었다. 앞의 기억이 있어 재활용이 가능한 것은 집으로 가져와 분리수거를 하기로 했다. 돌아오다가 집 근처 사거리에 걸린 플랜카드에서 환경 캠페인을 보았는데 챙겨 와야 할 것은 추억만이 아니라며 쓰레기도 가져오라고 한다. 갑자기 내가 판단을 잘 했다는 생각이 들어 기분이 좋았다.

쓰레기에 대해 생각을 해본다. 요즘 쓰레기를 다른 곳에 몰래 버리는 사람이 많아졌다. 빈 공장에 쓰레기를 쌓아놓는 행위도 문제가 되고 있다. 개인의 문제만 되는 것이 아니다. 지역과 지역간 분쟁도 된다. 다른 지자체의 쓰레기 반입을 거부하는 지자체가 늘고 있다. 국제문제로도 비화된다. 뉴스에서 쓰레기 수출과 관련된 잡음이 종종 보도된다. 모두 쓰레기 처리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생기는 문제다.

멀쩡한 물건이 버려지면 쓰레기가 된다. 이런 쓰레기를 양산하는 경제현상으로 제품수명주기 단축이 있다. 멀쩡한 상품이 구식이 되어 버리게 된다. 과다하게 생산된 제품이 수요 부족으로 폐기되면 쓰레기가 된다.

특히 문제가 되는 행위는 포장이다. 포장재로 쓰레기가 양산되는 현상은 심각하다. 여담으로 물질적인 포장뿐만 아니라 자신을 과대 포장하기 위한 겉치레도 어쩌면 추상적인 쓰레기라는 생각이 든다. 과대포장을 비유적으로 거품이라고 하는데 실제로 거품은 불순물이 없는 액체에서는 잘 생기지 않고 오염된 액체에서 많이 생긴다고 한다.

쓰레기를 자원으로 활용할 수 없을까. 쓰레기 성분은 당초부터 불필요한 물질이 아니었다. 버리지 않으면 필요한 물질로 남게 된다. 새물건만 찾지 말고 낡은 물건도 버리지 않고 계속 쓰는 생활습관이 필요하다. 또한 쓰레기는 생산 자체보다 있는 곳이나 형태가 문제가 된다. 어느 곳에서는 반드시 필요한 물질이 어느 곳에서는 쓰레기가 된다. 있어야 할 곳에 있으면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최근 4차 산업 시대에 플랫폼을 통한 공유경제가 활성화 된다는데 이런 시스템을 활용하여 쓰레기를 줄이는 방안을 찾으면 어떨까.

다른 측면에서 본다면 쓰레기는 하나의 기록이다. 쓰레기를 통해 정보를 알 수 있다. 첩보영화에서 쓰레기통에서 중요한 단서를 찾는다. 인류는 쓰레기를 통해 알게 모르게 기록을 남기는 경우가 있다. 쓰레기 고고학도 있다고 한다. 예를 들어 조개무지는 원시인의 쓰레기장인데 이를 통해 선사시대 생활상을 알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중요한 자료는 쓰레기가 아닌 온전한 형태로 보존되면 더 좋다. 박물관의 전시품은 쓰레기가 될 운명이었다. 박물관은 아니더라도 기록이라는 측면에서 보관하는 방법이 없을까. 물론 모든 제품을 보관할 수는 없겠지만..

그리고 한편으로 오염은 상대적이다. 작은 오염은 용인할 수 있어야 한다. 물이 너무 맑으면 물고기가 살 수 없듯이 사람도 너무 깨끗한 환경에서는 생활하기 힘들다. 세균이 없는 무균환경에서 자란 어린이가 면역에 취약하다고 한다. 결국 일정부분의 쓰레기는 용인되어야 한다.

질량보존의 법칙에 의하면 쓰레기를 다른 곳으로 옮겼다고 해서 없어지지는 않는다. 지구 전체가 폐쇄적인 공간이므로 한쪽이 과도히 깨끗하면 다른 곳은 지저분해야 한다. 적당한 쓰레기는 생태계의 자정활동으로 처리되어야 한다. 물론 요즘 나오는 쓰레기가 그런 한도를 넘었다는 것이 문제가 되기는 하다.

휴가를 통해 쓰레기를 접한 추억을 글로 나타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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