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수출무역관리령 개정안 시행세칙에서 개별허가 품목 추가 지정은 하지 않은데 이어 한국도 일본을 백색국가에서 제외하는 고시 개정 최종안을 확정하지 않으면서 한일 경제전이 '숨고르기'에 들어간 모양새다. 일단 급한 불은 껐지만 업계의 걱정은 여전하다. 한일관계가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처럼 불안하기 때문이다.

일본은 지난 7일 수출무역관리령 개정안을 공포하면서 오는 28일부터 한국을 백색국가에서 일반국가로 전환키로 했다. 일반국가가 되면 전략물자 비민감품목은 일반포괄허가에서 개별허가 또는 특별일반포괄허가 대상으로 바뀐다. 하지만 일본은 이날 홈페이지에 올린 포괄허가취급요령에서 한국에 대해 개별허가만 가능한 수출품목을 기존 반도체 핵심소재 3개 품목 외 따로 추가하지는 않았다. 직접 타격을 받는 기업은 기존 반도체·디스플레이 업체 등을 제외하고 현재로선 더 늘어나지 않게 됐다. 이에 한국 정부도 8일 회의에서 일본을 한국의 백색국가에서 제외하는 전략물자수출입고시 개정안을 논의하기는 했지만, 애초 예상됐던 바와 달리 최종안을 확정하지 않았다. 일단 긍정적인 신호가 나온 만큼 일본의 움직임을 조금 더 지켜보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일본 정부는 이날 한국을 백색국가에서 제외하는 것을 계기로 앞으로는 수출 상대국 분류체계를 백색국가가 아닌 그룹 A, B, C, D로 나누어 통칭하기로 했다. 수출 신뢰도가 가장 높은 A그룹에는 기존 백색국가 26개국이, B그룹에는 한국이 우선적으로 배정됐으나 다른 나라는 아직 명기되지 않았다. 그룹B는 특별 포괄허가를 받을 수 있긴 하지만 그룹A와 비교해 포괄허가 대상 품목이 적고 그 절차가 한층 복잡하다. 정부 관계자는 "한국을 백색국가에서 배제한다는 큰 틀 안에서 제도를 운용하는 것이기 때문에 일본이 확전을 자제한 것으로 판단하긴 힘들다"면서 "실제 시행세칙 운용을 어떻게 하고 어떤 추가 조치를 할지도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한국과 일본 관계는 빠르게 악화되고 있다. 국내에서는 일본제품 불매운동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으며 일본여행은 급격하게 감소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양국 간의 경제 전쟁이 쉽게 끝나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국민들도 일본에 대한 분노가 매우 높은 상황이며 각 단체들도 규탄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일본의 도발은 ‘21세기 경제전’으로 번지고 있는 양상이다. 일본과의 대결은 꼭 이겨야 한다는 우리 국민들 마음이다. 그러나 ‘2020 도쿄올림픽 보이콧’ 등 단세포적인 발상과 안하는 것보다 못했던 서울 중구청의 ‘노 저팬’(NO Japan) 깃발 설치, 일부 국회의원의 ‘일본 가면 코피나(KOPINA)’ 티셔츠 판매 등은 자제하는 시민의식이 필요하다. ‘같이 죽자’는 행동보다 위기를 기회로 전환하는 지혜가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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