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때일수록 중요한 것은 내각의 실력이다. 불안해하는 시민들의 마음을 꿰뚫고 안정감 있는 정책 집행으로 능력을 보이며 신뢰를 증진해야 한다. 불신이 커지면 정부가 설 자리는 좁아진다. 여러 어려움이 많지만, 가뜩이나 좋지 않은 경제 전반에 주름살이 깊어져 서민·중산층의 민생고가 가중되는 것만큼 위험한 것은 없다. 경제활력 회복에 속도를 내고 민생 개선에 집중하여 성과를 내는 것이 그래서 절실하다. 더러 외교·안보와 경제를 분리하여 이해하지만, 개방형 통상국가에 가까운 한국은 자주 둘을 떼려야 뗄 수 없다. 환율분쟁으로까지 확산한 미·중 갈등과 일본의 수출 통제, 그에 맞물린 시민들의 자발적 불매운동 등의 전개 추이에 촉각을 세우며 잘 대응하는 것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이유다.
이번 개각에서 야당의 반대가 집중된 조국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법무부 장관 기용은 여권에 힘이 될 수도 있지만 큰 짐이 될 수도 있다. 과거 여당이 야당이던 시절, 강력히 비판했던 민정수석의 법무장관 기용인 탓에 '내로남불'의 전형처럼 공격받을 것이다. 조 후보자는 의회의 인사청문을 거쳐 임명된다면, 검찰개혁 책무 완수라는 성과로 자신의 존재를 입증하는 수밖에 없을 것이다. 야당을 국정 파트너로 인정하지 않는 '오기 인사'라는 비난에도 귀 기울이며 야당과 소통하고 의회를 설득하는 노력도 게을리해선 안 된다. 사실 검찰 개혁의 성패는 패스트트랙에 오른 검찰-경찰 수사권 조정법안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신설법안의 조정, 협의, 의결이 관건이다. 행정부가 아니라 국회가 키를 쥐었다는 이야기다. 이수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주미대사 기용은 또 다른 관전 포인트로 보인다. 안 그래도 중요한 자리이지만, 북미 비핵화 협상과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진척, 한미동맹 심화 과제가 널려 있는 최근만큼 직의 무게가 육중하게 느껴지는 때도 없다고 판단한다.
장상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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