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지난 7일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하는 내용의 개정 수출무역관리령을 공포하고 오는 28일부터 시행할 예정인 가운데 우리 정부도 12일 백색국가(수출절차 우대국) 명단에서 일본을 결국 제외했다. 정부는 이번 조치가 연례적으로 해오던 수출통제 체제 개선의 일환이라고 설명했지만, 사실상 일본의 한국 백색국가 제외조치에 따른 상응 조치다.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가진 브리핑에서 현행 전략물자수출입고시 상 백색국가인 '가' 지역을 '가의1'과 '가의2'로 세분화한다면서 기존 백색국가는 가의1로 분류하고, 이번에 백색국가에서 빠진 일본은 가의2로 분류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기존 한국의 백색국가는 29개국으로 바세나르체제(WA), 핵공급국그룹(NSG), 오스트레일리아그룹(AG), 미사일기술통제체제(MTCR) 등 4개 국제수출통제체제에 모두 가입한 국가가 대상이었으나 일본을 제외하면서 28개국이 됐다.

한일 경제전쟁에서 일본이 본격 공세에 나선 만큼 우리도 이에 대응하는 조치를 하는 것은 마땅하다. 일본의 경제보복에 맞서 행동과 실력을 보여줘야 할 때다. 그러나 현실은 녹녹치 않다. 기술력에서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소재·부품·장비의 국산화와 수입선 다변화가 최우선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정부는 최근 반도체 디스플레이 기초화학 등 6개 분야 핵심 100개 품목을 1∼5년 안에 국산화하고 불화수소(에칭가스) 등 20개 품목은 미국 중국 등으로 수입처를 다변화하겠다고 밝혔다. 또 관련 분야의 투자, 연구개발(R&D), 대·중소기업 상생 협력에 대해서는 자금, 입지, 세제, 규제특례 등의 패키지 지원을 강화하는 장기적 대책도 내놓았다.

그동안 우리 정부는 2001년 ‘소재·부품 전문기업 등의 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이란 별도의 법률을 제정할 정도로 노력을 해왔다. 그럼에도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정밀산업 자체 조달률은 50%에 못 미칠 정도로 여전히 의존이 심하다. 일본 부품·소재의 국산화가 단기간에 쉽지만은 않다는 냉혹한 현실의 한 단면이다. 설령 국산화가 가능하다고 해도 주요 부품과 기술 모두를 국내에서 조달하는 것이 궁극적으로 바람직한지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당장의 피해를 최소화할 처방에 만전을 기하되 중장기적으론 우리 산업의 경쟁 효율성과 국제분업 질서에 대한 능동적 활용능력도 함께 높여가야 한다. 일본은 이번 수출 규제와 화이트리스트 배제에 대해 오래전부터 치밀하게 준비해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 이상으로 냉정하게 대응하는 것이 이번 사태를 극복하고 국가 경쟁력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키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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