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진 대전광역시 무형문화재 제17호 대전판소리고법 이수자
물질문명 만능주의가 팽배해지고 있는 현실 속에서 우리 전통 문화예술의 전승발전을 위해 우리 고유의 소중한 정신문화가 깃들어 있는 무형문화재와 그 전승자을 조명한다.

@ 무형문화재는 인류의 정신적인 창조와 보존해야 할 음악ㆍ무용ㆍ연극ㆍ공예기술 및 놀이 등 물질적으로 정지시켜 보존할 수 없는 문화재 전반을 가리킨다. 무형문화재 가운데 보존의 가치가 있다고 생각되는 기능 및 예능에 대해서는 ‘문화재보호법’에 의거하여 문화재위원회의 자문을 거쳐 지정, 보호하고 있다. 이의 지정은 형태가 없는 기능 또는 예능이기 때문에 이를 보유한 자연인이 그 대상이 된다.

무형문화재에는 국가지정 무형문화재와 시ㆍ도 지정 무형문화재가 있다. 문화재보호법에서는 문화재청장이 무형문화재 중 중요하다고 인정되는 것을 자문기관인 문화재위원회의 심사와 토의를 거쳐 중요무형문화재로 지정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 고법(鼓法) 이란
판소리가 정착한 조선 중기 이후에 생겨난 것으로 판소리에 맞추어 고수(鼓手:북치는 사람)가 북으로 장단을 쳐 반주하는 것을 말한다.

고법은 판소리의 반주이기 때문에 고수를 내세우는 일이 없어 조선시대에는 이름난 명고수가 매우 드물었다. 또한 고수를 판소리수업의 한 방편으로 여겨 고법의 발달은 미미했다. 조선 후기에 들어 판소리가 매우 다양한 특성을 지니고 발전함에 따라 고법도 발전하나, 19세기 말에 이르러서야 전문적인 고수들이 나와 고법은 비약적인 발전을 하게 되었다.

판소리 공연에서 고수는 소리꾼의 왼편, 청중이 보기에는 오른쪽에 앉아서 소리꾼을 바라보며 북으로 반주한다. 보통 소리북은 흔들리지 않도록 고리를 바닥 쪽에 괴어서 방석 위에 얹어 놓고 연주한다.
책상다리를 하고 앉지만 청중에게 발이 보이지 않도록 한다. 흔히 소리꾼이 먼저 소리를 내면 고수는 그 내드름을 듣고 거기에 맞는 장단을 연주해야만 한다. 또한 소리꾼이 소리를 끝낼 무렵에는 미리 북가락을 준비하여 함께 맺을 수 있도록 해야 하며, 소리의 완급 조절이나 강조, 빈 박이나 소리의 공백 처리, 음색의 변화, 추임새 넣기 등을 능수능란하게 해야 한다.

ㅇ연주법과 연주 자세

북을 치는 부분에 따라 합궁(채궁)자리·반각자리·온각자리·뒷궁자리·매화점자리 등을 구분해 연주하도록 하며, 북채를 쥐는 방법과 치는 법도 채궁채·반각채·온각채를 달리한다. 이렇게 자리를 구분하는 것은 음색 및 강약 조절과 관련이 있다.

대삼자리를 온각채로 칠 때 가장 강세가 강한 가락이 되는데, 대삼을 칠 때는 북채가 눈높이까지 올라와서는 안 되고 입 정도의 높이가 적절하다고 한다.

매화점자리나 반각자리는 잔가락을 넣을때 주로 사용하지만, 또드락가락이라 하여 시끄러운 것은 금한다. 또 합궁자리와 뒷궁자리의 음색이 같지 않으므로 이것도 구분하여 연주한다. 또한 채를 쥘 때에는 식지를 세우지 않고 잡도록 한다. 채를 연주한 후에는 반드시 오른손을 무릎 위에 두었다가 다시 연주할 때 움직이도록 해야 하며, 지나치게 잔가락을 많이 넣는 것은 좋지 않다. 손은 북의 근처에서 최소한으로 움직이지만 대목을 종지시키거나 맺는 경우에 한해 크게 팔을 움직여 연주한다. 대체로 팔이 자신의 좌우 몸 밖과 머리 위로 벗어나지 않아야 한다.

ㅇ 추임새

추임새는 ‘추다’, ‘추어주다’라는 의미로서 소리판에서 고수나 청중이 감탄사를 내어 창자와 소리판의 흥을 돋우는 것을 가리킨다. 추임새의 기능은 강약을 보조하기도 하고 소리의 여백을 메우거나 북 장단을 대신하기도 한다. 그리고 초반에 소리를 이끌어 내는 역할을 하거나 소리꾼의 상대역으로서 기능하기도 한다. 그리고 이처럼 다양한 기능과 역할에 맞추어 각각 적절한 상황과 위치에 추임새를 하도록 되어 있다. 자주 사용되는 추임새는 ‘으이’, ‘좋지’, ‘얼씨구’, ‘좋다’, ‘그렇지’, ‘아먼’, ‘얼쑤’ 등이며, ‘어디’, ‘잘한다’. ‘아-’, ‘명창이다’ 등도 간혹 사용된다. 추임새는 소리의 분위기와 정서에 맞게 구사되어야 한다.
슬픈 소리를 할 때에는 힘 있는 추임새는 어울리지 않으므로, 소리에 감탄하는 느낌의 감탄사로 추임새를 표현해야 하며, 소리꾼의 소리가 절정에 치달을 때 힘 있는 추임새로 기운을 북돋워 주어야 한다.

ㅇ 고법 이론

판소리 고법 이론으로는 진양 24박론, 음양절기설, ‘기경결해(밀고 또는 내고, 달고, 맺고, 풀고)의 생사맥(生死脈)’, 붙임새론 등이 있다.
진양 24박론은 진양조장단에 있어서 내는 가락 6박과 다는 가락 6박, 맺는 가락 6박, 푸는 가락 6박의 24박 주기를 한 장단으로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24박을 24절기에 맞추어 해석하고 기경결해를 다시 춘하추동의 사계절에 맞게 해석하는 것은 음양절기설에 해당하는 것이다.
음양절기설은 판소리 북에서 온각·반각·매화점의 위치와 북 가락의 음색에 적용되기도 하고, 진양조장단뿐 아니라 판소리의 모든 장단에 적용하여 해석하기도 한다. 생사맥 역시 진양조장단에서 비롯되었으나 중모리와 중중모리를 비롯한 이외의 장단에도 비슷하게 적용되기도 한다. 이외에 엇붙임, 대마디대장단, 잉어걸이, 완자걸이, 교대죽, 주서붙임, 뻗음 등의 붙임새 용어와 개념들도 음악의 변화를 감지하여 북으로 적절하게 반주하기 위하여 고수들에 의해 만들어진 이론이다.


* 입문하게 된 계기
음악대학교의 타악파트는 다양한 교육과정이 있는데 판소리 장단인 고법을 배워야 했다. 1학년 2학기 교육 과정이 다 끝나갈 무렵 인 11월말에 지금의 저의 스승인 우보 박근영 선생님이 “너는 고법에 소질이 있는 것 같다. 방학 때 고법 공부를 더 해 보는 게 어떠냐? 너는 대기만성형인 것 같다" 고 말했다.
그때부터 대학 졸업할 때까지 매주 대전에 계신 선생님에게 배우러 갔다. 선생님이 공연하는 날은 공연장에 가서 연주하는 현장노하우를 배웠다.

* 이재진 이수자에게 고법이란
판소리 고법은 지금의 나를 버티게 해주는 나무이다. 나무에는 여러 개의 뿌리가 있는데 나의 판소리 고법의 뿌리는 부모, 스승, 선후배, 동료들 이다.

* 고법을 하면서 보람되고 기뻤던 일
올해 초에 ‘포항 이수자 뎐’ 공연을 했는데 저를 ‘국악선생님’이라고 통칭으로 부르던 학교 선생들과 학교 제자들이 ‘포항 이수자 뎐’을 계기로 ‘고법’ 이라는 분야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가져주고 격려를 해 주었는데 기뻤다.

고법을 통해서 맺은 많은 인맥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고법을 하지 않았으면 이런 분들을 만날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든다. 슬럼프도 수 없이 겪었는데 그럴 때 마다 저의 스승. 선후배. 친구들이 늘 힘이 돼 주었다. 무대에서 반주 할 때 만큼은 슬럼프를 잘 이겨냈다. 평범한 이재진이 아니라 예술가라서 참 행복하다.

* 고법을 하면서 느낀 점
처음 북채를 잡고 소리에 맞춰 북을 연주 할 때에는 기본에 충실하면 됐었는데 17년이라는 시간을 보내고 이수자라는 타이틀. 그리고 문화부장관상 수상이라는 무게를 하나씩 얻을 때마다 무대에서 늘 맞추던 소리꾼의 호흡의 다름과 각 소리꾼들의 컨디션에 맞춰 연주하다 보니 저도 모르게 여러 명의 소리꾼의 각 개인의 버릇이나 장기를 하나씩 알게 됐다.

양손으로 부드러움과 딱딱함을 소리의 이면에 맞게 북으로 표현한다는 것 자체가 북을 지금까지 공부하고 있는 숙제이기도 하고 지금까지 연주하는 이유인 것 같다.

* 정부나 시민에게 바라고 싶은 점
포항에는 전문 소리꾼도 있고 가야금 연주자도 있지만 전문적으로 고법을 배우는 수강생이 아직 없다. 고법 공부를 해 보고 싶은 분이 있다면 체계적으로 가르쳐 드리고 싶다.

포항에 국악 전문 전수관이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포항에 국악 전문 전수관이 생겨 국악의 대중성이 확보되었으면 한다.
국악을 알려면 음악을 듣거나 체험하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다. 국악을 싶게 접하게 하고 문턱을 낮추고 우리의 귀를 기울여 주는 것 또한 우리 모두의 숙제이다.

* 에피소드
2005년 10월, 4학년 때 일이다.
나는 고수대회에 출전하면 늘 무대만 올라가면 벌벌 떨어서 많은 실수를 했다. 그래서 대학 졸업 때까지는 대회를 포기하고 마음을 접고 있었는데 스승께서 저에게 “친구가 사정이 있어 못나가니 니가 (보성소리 고수대회)나가라” 고 했다. 나는 나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예, 알겠습니다”라고 말했다. 대회 날까지 딱 1주일. 너무나 짧은 기간이다. 나는 입상 보다는 경험이라고 생각하고. 마음을 비우고 나갔다.

예선이 있는 날 새벽에 꿈을 꾸었다. 꿈속에서 고수대회에 나갔는데 ‘뚝’ 떨어졌다. 화가 난 저는 화장실에서 이를 닦는데 칫솔에 묻힌 치약에서 거품이 화장실 바닥까지 가득 메우는 그런 꿈이었다.

예선 고수대회 무대에서 명창 송순섭 명창을 만났다. 그 당시 고수대회에서의 송 명창은 고수들이 기피하는 대상 1호였다. 소리는 좋은데 고수들이 반주하기에는 많이 어려운 소리였다. 그런데 고수대회에서 내가 송 명창의 반주를 해야 했다. 송 명창은 수궁가의 여러 대목을 했다. 이상하게 소리에 맞춰 북을 연주한다는 느낌이 아니라 송 명창이 부르는 수궁가를 내가 같이 부르는 느낌이 들었다.

결과는 예선 1등. 다음 날 본선 1등. 때 마침 ‘보성소리 고수대회 축제’ 공연 상황이 KBS '국악한마당' 프로그램에 방영되었는데 내가 무대에서 북치는 장면이 나왔고 많은 교수님들이 시청하고 다음 날 학교 수업시간에 칭찬을 해 주었다. 큰 상을 받고 교수님들로부터 칭찬을 받으니 날아갈 듯 기뻤다.

* 앞으로 계획이나 포부
포항은 제가 어릴 때도 지금도 여전히 국악 불모지라는 인식이 있다. 그나마 전공자들이 늘어 국악을 조금씩 이끌어 가고 있다.
한 분야의 이수자로 끝내지 않고 고법을 배우고 있는 제자들과 북산조(민속악 장단 중 가장 느린 진양조부터 휘모리 장단까지의 산조장단을 기본과 변형으로 다채롭게 구성)와 운우화락(설장구 장단을 북으로 표현) 이라는 작품을 함께 공연할 수 있도록 열심히 노력하겠다.

* 주요 학력 및 경력
2005년 보성소리 고수대회 일반부 대상 수상
2008년~ 한국문화예술진흥원 국악분야 예술강사
2014년 목포전국국악경연대회 명고부 대상(문화체육관광부장관상) 수상
2015년 불후의 명고 - 싱글앨범 참여
2015년 대전광역시 무형문화재 제17호 대전판소리고법 이수자
2015-17년 대전전국국악경연대회 지정 고수
2016년 제26회 동리대상 축하공연(최초의 여류 고수)
2017년 국립무형유산원 토요상설공연
2017년 혜원 이재진 장단연주회 ‘고행’ 개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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