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여년 동안 탈북자 지원해 온 김동국 구미 평안교회 목사 인터뷰

서울시 관악구 임대APT에 거주하던 모자가 아사 상태로 발견돼 충격을 주고 있는 가운데 경북하나원 대표를 역임하는 등 14년째 탈북자를 돌봐온 김동국 구미 평안교회 목사를 만났다. 현재 경북과 대구에는 2천여 명의 탈북자가 대한민국에 온전한 정착을 꿈꾸며 거주하고 있다.

-경북·대구에 거주하고 있는 탈북민들의 생활은

대한민국에 살지만 북한 사고방식으로 살아가는 탈북자들이 많다. 이들은 한국인과 대화를 100%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언어가 통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외래어는 물론 최근 많이 늘어난 신조어 등이 섞인 말들을 전혀 이해하지 못한다. 한 문장에서 2~3개 단어를 모르면 물어보지만, 더 이상이면 자존심이 강해 묻지도 않고 그냥 넘어간다. 말이 잘 안 통하니 탈북민끼리 모이고 술 먹는 일들이 잦다.

이들이 한국에 정착하려면 한국 사회를 잘 알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한국말과 풍습, 사회 시스템을 배워야 하는데 돈을 목적으로 남한행을 택한 이들에게는 돈이 우선이라, 돈벌이에 바빠 한국 사회를 배울 시간이 없다.

특히 단순 노동의 일자리에 취업한 이들은 출근 후 50분 일하다 10분 휴식을 반복하는 삶을 살다가 퇴근, 다음날에도 똑같이 반복되는 고단한 생활을 이어가죠. 결국 한달 직장을 다닌다 해도 남한 사람과 대화 나눌 시간은 1시간도 없다. 남한 사람과 함께 서로 이야기하고 남한사회를 배울 수 있는데, 피곤함은 물론 정작 돈 벌기에 바빠 소통마저 쉽지 않은 실정이다. 빨리 많은 돈을 벌어서 북한에 남은 가족에게 보내 줘야하기 때문이다.

이런 생활을 반복하다가 보니 오랜 기간이 흘러도 남한 사회를 잘 모를 수밖에 없다. 남한에 온 지 20년이 된 이들 중에 아직도 무심결에 김일성을 장군님하고 부르는 이들도 있으니 말이다. 이들 중에는 몸은 대한민국에 살아도 북한사고 방식으로 사는 이가 많다. 결국 이들은 대한민국을 배우려고 하지 않는다. 다 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죠. 최근 탈북한 25살 대학생이 자살했다. 어린 나이에 외롭고 힘든 사회생활을 견디기 어려워 삶을 포기한 것이죠.

-탈북민들을 위한 대책은

이들을 위한 꾸준한 돌봄과 지도가 필요하나 현재 이뤄진 제도와 시스템으로는 많이 부족하다. 관공서와 학교 등 공문서 작성 등에 지식과 경험이 없고 행정 용어에 익숙지 않아 받을 수 있는 지원조차 알지 못하고 넘어가는 경우도 많다. 하나하나 풀어주고 안내해 줘야 하는데 시간과 노력, 수고, 비용을 부담해가며 이들을 돌볼 봉사자들이 많지 않다. 특히 교육을 많이 받지 못하고 탈북한 이들에게는 하나하나 설명해 주고 이해시키려는 꾸준한 노력이 더욱 필요하다.

-탈북민의 심정과 이들을 위한 우리의 노력이라면

이들에게는 불신의 마음이 마음 깊숙이 자리잡고 있음을 이해해야 한다. 늘 감시받는 사회 속에서 2~30여년을 살았고, 신고하고 고발하는 것이 몸에 밴 생활을 계속해 온 터라 가족 이외엔 아무도 믿지 않으려는 경향이 있다. 게다가 최소 수년간 중국에 숨어 살다가 남한에 온 이들은 더욱 의심하는 습관을 버리기 어렵다. 신뢰 회복을 위한 수없는 인내와 기다림이 필요하다.

월세 보증금 정도의 주택지원금과 수백만원의 정착금도 2~3년이면 끝나 자립을 위한 장기적인 대책과 지원이 필요하다. 기초수급자로 보호를 받을 수 있으나 제도를 알지 못하고 절차가 까다로워 동사무소 직원들의 적극적인 돌봄을 기대한다.

-향후 탈북민들을 위한 대책이라면

2015년 이후 매년 2천여 명에 이르던 탈북자 수가 최근들어 많이 줄었고 올해의 경우 7월까지 500여 명에 불과한 실정이다. 이에 따라 전국 38개에 이르던 하나센터와 쉼터가 줄고 있고 경북의 경우도 동·서부로 나눠 있던 하나센터도 경북하나센터로 통합돼 하나에 불과한 실정이다.

이번 서울 관악구 봉천동 모자 아사 사건에서 드러났듯이 탈북자 지원과 관련 기관들의 경직된 활동에 많은 변화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현재 탈북자들을 위한 기관들의 활동이 탈북자들을 위한 역할을 잘 감당하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단순히 자신들의 배를 채우기 위한 것인지 심각하게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따라서 쉽지는 않겠지만 새로운 대안이 반드시 나와야 한다고 생각한다.

-현재 하고 있는 일은
추석과 설날 등 연간 3회 지역별 잔치를 열어 주고 있으며, 전화와 문자를 통한 상담을 하고 있다. 그 외에도 행정 관서를 함께 찾아 제도와 법안 등을 설명해 주고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우리말을 사용하지만 통역(?)이 필요한 부분도 많다. 북한말(조선말)이 과격하고 전투적이기에 지역민들이 상처받지 않도록 설명하고 언어 순화가 이뤄지도록 지도도 한다. 교회에 나오지 않는 탈북자들도 저의 연락처를 갖고 있어 불편한 일이 생길 때마다 연락하거나 찾아와 도움을 요청한다. 이 일에는 밤낮도 없지요. 많은 봉사자와 물질적 지원이 뒤따라야 하는 사업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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