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경진 한국unity-liberty연구소, 전중등학교장

국가 안보는 자국의 영토, 영해, 영공에 대한 주권을 굳건히 지키는 일에서 시작된다. 세계 주요국들은 자국의 영공에 방공식별구역(ADIZ, air defence identification zone)을 구획해 식별되지 않은 외국 항공기의 무단 침범을 방어하려고 힘쓰고 있다. 그 중 세계 최초로 설정된 곳이 바로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이다.

한국방공식별구역은 6·25 전쟁 중인 1951년 미국 태평양공군사령부에서 적성(敵性) 전투기로부터 방위하고 민간 여객기를 보호할 목적으로 한국의 영공에 설정한 것으로 지금까지 비교적 잘 지켜져 왔다. 2013년 중국이 우리나라의 이어도 지역을 포함해 방공식별구역(CADIZ)를 선포하자, 우리 정부에서도 이어도, 마라도, 홍도를 포함시킨 새 방공식별구역을 선포한 바 있다.

그런데 2019년 7월 23일 새벽, 한국의 허가 없이 한국방공식별구역으로 중국, 러시아, 일본 전투기가 진입해 2시간 동안 한국을 실험하듯 비행한 사건이 발생했다.

06시44분 중국 전투폭격기 H-6G 2대 황해, 이어도에 진입, 07시14분 일본 방공식별구역((JADIZ) 쓰시마해협, 07시49분 KADIZ 재진입, 08시33분 한국 북방한계선(NLL, north limit line) 상공에서 러시아 전투기 2대와 합류, 08시40분 울릉도 독도 상공, 09시09분 러시아 Tu-95 전투기와 A-50 조기경보 초계기가 KADIZ에 접근, 일본은 항공자위대 전투기 F-15J, F2 출격, 한국은 전투기 F-15가 출격했다. 09시33분 독도 영공을 2차 침범하자, 한국 전투기가 2차 출격, 섬광탄 20발, 기관총 수백발로 위협 사격했고, 09시56분 상황이 종료됐다.

우리나라 울릉도 독도 상공에서 한, 중, 러, 일의 전투기와 전략 폭격기가 한데 엉켜 2시간 동안 신경전을 벌인 긴박한 상황이었다.

같은 날 바다에서는 중국 동해 함대 제3구축함 054A 호위함 저우산(舟山) 군함이 이어도 앞바다와 쓰시마 해협을 거쳐 일본 군함과 한국 군함을 긴장시키며 연합 초계(哨戒) 훈련을 전개했다. 한국의 영공과 영해를 제집처럼 드나든 중국군의 위협 시위였다.

이 사건이 일어난 후, 중국 정부는 정상적인 훈련이었고, 앞으로 이러한 연합 훈련을 정례화할 것처럼 발표하면서 러시아 편을 들었다. 한국은 러시아 항공기의 기기의 이상으로 인한 실수라고 발표했으나, 러시아는 한국의 영공을 침범한 적이 없다고 발표했다.

일본은 한국의 사격에 대해 자신들의 영공인 것처럼 항변했다. 한국 정부는 더 이상의 논쟁의 대상으로 삼지 않으려는 듯하다. 한국의 바다와 하늘, 울릉도와 독도, 서해와 동해에 대한 안보 체제가 허물어지고 있음에도 국민들은 무감각증에 젖어있다.

왜 한국의 안보 환경이 이러한 상황까지 오게 되었을까. 이유는 오직 한 가지다. 한미 군사 동맹의 균열을 실험한 것으로 분석된다.

첫째, 대통령과 정부의 특이한 국가안보관 때문이 아닌가 우려된다. 정부의 제1의 임무는 국민의 생명과 영토와 주권을 지키는 일이다. 개별 국민들은 낭만적 평화주의자의 신념을 지닐 수 있고, 국가 안보에 무감각할 수 있다. 그러나 대통령이 되는 순간 국군통수권자로서의 책임의식을 가지고 강한 주권 수호 의지를 보여야 하며, 정부는 한국 군사력을 무력화시키는 그 어떤 정책도 추진해서 안 된다. 그것은 심각한 직무유기가 된다.

둘째, 한국은 냉전의 시대에 전쟁을 통하여 자유민주주의와 혈맹을 맺은 나라다. 현재 중국은 1인당 GDP가 1만 불이 되었는데도 자유 민주주의를 선택하지 않고 패권 정책을 추진하고 있고, 미국이 이를 견제하게 되는 신 냉전의 시대가 됐다. 한국은 지난 천년 동안 중국의 종주권 행사로 고통 받았지만, 이제 그로부터 벗어날 절호의 기회를 맞이하고 있다.

한국과 강한 군사동맹을 맺고 있는 미국은 민주주의 체제를 선택하고 있고, 한반도에 대한 직접적 영토 침략 야욕이 없으며, 세계 군사 최강국 지위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한국인들이 반미 운동을 전개할 이유가 없다고 본다. 그럼에도 한미 동맹을 해체하고 미군을 철수하는 것이 자주국방의 애국 운동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나타나고 있다. 이것은 심각한 국가 안보 불감증에 해당한다.

셋째, 국제 사회는 팀플레이 사회이다. 중국과 러시아와 북한은 기본적으로 비민주주주의 전체주의 국가이며 한 팀이다. 그들은 한반도에 대한 침략 야욕을 포기한 적이 없다. 한국이 한미동맹으로부터 이탈하거나 그들이 미국을 능가하는 초강대국이 된다면 한반도에 대한 지배권을 강화하려는 욕심을 숨기지 않고 있다.

그러므로 우리는 강한 군사력으로 평화를 지켜야 한다. 북한과 중국과 소련의 군사력의 합이 한국과 미국과 자유우방의 군사력의 합보다 커지지 않도록 대비하라는 것이지 경제 문화면에서 적대적 관계로 대립하라는 뜻이 아니다. 우리가 선택해야 할 길은 자유 민주주의 체제의 나라, 우리 영토에 대한 직접 지배 야욕이 없는 나라, 군사력 경제력 면에서 우위를 가진 나라와 팀플레이를 하는 일이다.

‘북한과의 적대적 관계를 청산하겠다. 이를 위해 한미군사훈련을 하지 않겠다. 한미동맹은 최소한으로만 유지하겠다. 전쟁을 포기하겠다. 평화적 방법으로 평화를 누리고 싶다. 중국과 러시아와도 군사적으로 협력하겠다. 모두와 친하게 지내겠다.’는 낭만적 평화주의는 특정 개인의 신념이 될 수 있지만 정부가 선택할 일은 결코 아니다.

개별 국민들은 국가안보 불감증에 빠질 수 있지만 만일 정부가 그런 증세에 빠진다면 그것은 바로 국가의 수명을 단축하는 일이 될 수 있다. 강대국 패권 경쟁의 시대에 전쟁을 두려워하거나 국가 안보 불감증에 빠진다면 그것은 평화를 누릴 자격 상실 사유에 해당한다. 우리는 평화를 사랑하지만 주권 굴욕적인 질 나쁜 평화는 단연코 반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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