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수 민주노총 포항지부장

▲ 김용수/ 민주노총 포항지부장
작년 9월 24일 추석날 오전이었다. 산소 벌초 중 금속노조 포스코지회(이하 노조) 관계자로부터 한통의 전화를 받고 전날에 벌어진 ‘인재창조원 사건’을 알게 됐다. 이날 오후부터 전국의 방송사들은 이 사건을 대서특필했다. 추석명절을 맞아서 고향집에 모인 전국의 가족들 사이에 이 사건이 크게 주목을 끌었다.

당시만 해도 30년 만에 설립된 포스코 노조를 막기 위한 여러 형태의 부당노동행위를 둘러싼 노사의 신경전이 치열할 때였다. 천신만고 끝에 만든 노조를 지켜내기 위해서 노심초사하고 있을 때 회사 노무직원들이 인재창조원에 모여 노조를 파괴하기 위해서 모의를 하고 있다는 제보가 날아들었다. 명절 연휴를 맞아서 고향에 가 있어야 할 회사 노무부서 직원들이 회사와는 제법 거리가 있는 지곡동의 인재창조원에 모여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노조를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노조 입장에서는 부당노동행위의 결정적 단서를 포착해서 상황을 일거에 반전시킬 필요가 있었다. 노조간부들이 가보니 연휴가 시작되는 추석 전 날 인재창조원 안에는 실제로 노무직원들이 모여 있었다. 노조간부들은 노무직원들이 갖고 있던 업무수첩과 기사 스크랩 등을 증거물로 갖고 나왔고 칠판에 쓰여진 노조 관련 메모도 촬영했다. 그 과정에서 이를 내어주지 않으려던 직원들과 몸싸움이 벌어졌다.

포스코는 약 3개월 뒤인 12월에 명예훼손 등의 사유로 한대정 지회장을 비롯한 노조간부 3명 해고 등 중징계의 칼날을 휘둘렀다. 노조는 경북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및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을 했으나 기각되고 말았다. 노조는 다시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신청을 했고 지난 15일 중앙노동위원회는 한 지회장을 해고한 징계 등은 지나치다며 노조의 손을 들어 주었다.

포스코는 중앙노동위원회 판정을 받아들여야 한다. 해고된 노조간부들을 복직시켜 노사상생을 통해서 철강산업의 어려움을 극복해 나가야 한다. 중국 대형철강사의 국내 중소 스테인레스업체와 합작, 국내 진출 시도 등 회사가 어려움에 직면했을 때 노조가 나서 이를 막아나가고 있다. 이처럼 노조는 회사가 어려울 때 방관하지 않고 적극 나서는 구사조직이다.

지금 포스코는 환경문제와 함께 한-일무역전쟁, 미-중무역전쟁 등 격화되는 무역전쟁에 누란지세의 형국으로 빠져들 수도 있다. 포스코와 철강산업이 어려워지면 포항지역의 경제는 직격탄을 맞는다. 이러한 위기에 설상가상 노사분쟁까지 더해진다면 더욱 사면초가의 위기에 빠지게 된다. 외부의 공세를 막아내는 가장 쉬운 길이자, 확실한 방법이 노사화합이다. 포스코는 노사화합의 대승적 차원에서 중앙노동위원회 판정을 받아들여 해고자를 복직시켜야 할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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